페이스북과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들 기업이 엄청난 데이터와 정보력을 무기로 자산과 펀드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이 제기되자 자산금융업계 마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24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애플과 트위터, 아마존 등 IT기업이 지닌 정보력과 접근성, 영향력이 금융부문과 결합하면 강력한 자산운용상품을 만들어 낼 것으로 내다봤다. PwC는 펀드매니저들이 IT트렌드에 익숙한 IT기업이 금융과 접목하면 큰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고 전했다.

PwC의 이같은 전망은 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페이스북은 오는 5월 유럽에서 페이스북 친구끼리 전자화폐를 주고 받고 국외 송금도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인다. 페이스북은 또 아일랜드에서' e-머니'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아일랜드 중앙은행의 승인만 떨어지면 사용자가 회사에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체 화폐를 발행할 수 있게 된다. 'e-머니'는 유럽전역에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앞서 구글은 2009년 구글월렛이라는 전자 결제 서비스를 시작해 최근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도 지난 1월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모바일 결제 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바 있다.

중국 IT기업은 이미 게임과 유통, 전자상거래 중개를 비롯해 금융업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지난해 머니마켓펀드를 판매해 1년만에 650억달러(약 67조6000억원)을 끌어왔다.

텐센트는 중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차이나 AMC에서 운용하는 펀드를 지난 1월 출시해 40일만에 80억달러(약 8조3000억원)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현진 선임연구원은 “온라인 지급결제 서비스로 금융산업에 진입한 IT기업들이 자산운용사업에 진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다만 개인정보에 대한 유출 우려 때문에 아직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T전문 시장분석기관 오범(ovum)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만이 SNS의 온라인 지급결제 서비스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을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43%에 달해 큰 차이를 보였다.

국내에서도 금융업에 진출하려는 IT기업이 적지 않지만 정부의 규제로 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오바마정부가 규제를 과감히 풀어 주고 있어 IT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됐다”며 “하지만 국내에서 네이버가 금융업에 진출하겠다고 하면 당국의 규제가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