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超連結)의 시대’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24시간 연결되지 않으면 뭔가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 매개체를 통해 네트워크에 연결돼야 안심이 된다.

회의 중에 갑자기 적막감이 돌아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더라는 모 업체 임원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요즘에는 PC를 넘어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TV 등 기기들이 서로 접속하고 연결해달라고 아우성이다. 한때 회자되던 유비쿼터스 시대가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새로 개봉될 화제작의 주인공은 바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이다. 사물(四物)놀이와는 무관하다. 모든 사물(事物)에 칩이나 센서가 장착되고 이 칩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사물 간, 사람과 사물 간 통신이 가능해지도록 초연결세상을 구현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 홈처럼 주변 사물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들을 알아서 척척 제공해준다고 하니 놀라운 신세계가 아닐 수 없다.

사물인터넷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는지 요즘에는 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이라는 용어도 자주 쓰인다. 인류가 지구촌 어디에서나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듯 미래에는 누구나 인터넷상에서 만물과 소통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텔은 2020년이 되면 지구촌 인구 가운데 40억 명이 310억 개의 디바이스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 역시 2020년에는 사물인터넷산업이 1조9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하고, 260억 개의 사물과 연결될 것으로 예측했다. 요컨대 우리가 약 300억 개에 이르는 사물들과 정보를 주고받고 소통하는 세상이 어느새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불과 6년 후에.

기업들의 움직임에서도 사물인터넷을 향한 ‘질주’가 감지된다. 스마트 안경의 대명사로 통하는 구글 글래스나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은 무선통신 모뎀이 내장돼 있어 IoT 대표제품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 S5는 앞으로 무수히 쏟아질 사물 디바이스와 사람을 연결하는 ‘스마트 거점’이 될 만큼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구글이 최근 무인기 제조업체인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거액에 인수한 것도 인터넷 보급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 무인기를 지상 20㎞ 상공에 띄우기만 하면 인터넷 통신망이 구축되지 않은 남미,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이를 무선인터넷 통신 중계기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려 13억 명의 회원을 거느린 페이스북은 무인기뿐 아니라 저궤도 인공위성까지 개발하는 등 인터넷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2020년까지 사물인터넷 시장을 30조원대로 키울 것이라는 사물인터넷 기본계획을 발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드라이브와 리더십이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를 기대한다. 사물인터넷 분야는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이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선도국가가 없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다.

정부가 사물인터넷을 위한 개방형 플랫폼 테스트베드를 구축, 민간사업자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로 서비스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첫 단추다. 그 후에는 개발된 서비스를 정부가 구매하고 활용해 안정적인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 시스템이 확립돼야 비로소 사물인터넷 전략이 본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의 최대 과제는 아직 명확한 공개표준이 없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및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과 맞물려 해킹문제가 사물인터넷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사물인터넷은 단기 프로젝트로 끝나서는 결코 안 된다.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국가적 장기 프로젝트로 확고히 자리매김돼야 한다. 기업의 경우, 위험 부담이 있는 프로젝트나 새로운 도전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 수익성이라는 절대 기준을 들이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장기적 국익을 위해 어떤 걸림돌이 생겨도 과제를 완수한다는 사명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의 안전이나 행복 등 추상적인 목표를 위해서라도 정부 정책이나 방침이 정해지면 정권의 진퇴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사물인터넷은 교량-댐 안전검사나 기상관측, 교통통제, 위치추적 등 생활친화적 용도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차량에 장착되는 하이패스나 범죄자 전자발찌 등은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한 예로 낡은 교량에 센서를 심어 재난방재센터와 연결해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함으로써 붕괴 피해를 예방하는 기술은 이미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4월 16일 발생한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사고 발생과 동시에 승객들에게 대피 방법 등이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가장 효율적인 대피로를 제공해주는 만물인터넷 앱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미래부에 확인해본 결과, 센서 수준 개선 등 몇 가지 보완만 이뤄진다면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한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도 인재(人災)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기술이나 매뉴얼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다. 하지만 사람은 불완전하기에 앞으로 열릴 만물인터넷 시대에 한 가닥의 기대를 더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