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으로 부(富) 축적은 ‘옛말’…과욕 버리고 세심한 매수전략 세워야

박합수 국민은행 PB부동산팀장
1986년 국민은행에 입사해 경매·감정평가·자산관리 등을 두루 경험했으며, 2003년부터 PB사업본부 부동산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은 거래 부재 현상이 심화되는 침체기를 맞고 있다. 일부 급매물을 제외하곤 거래 자체가 되지 않기에 가격 하락을 계속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경제 위기를 지나며 V자로 급하게 반등함에 따라, 투자성을 상실한 피로감 때문으로 보인다.

가격이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회복되어, 매수를 보류하고 대기 관망세에 머무르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6가지 하향 변수 여전해
시장을 지배하는 하향 변수는 아직 그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활동성이 전혀 줄어들지 않는 모양새다.

첫째, 2차 경기 침체인 더블딥에 대한 우려다. 유럽발 재정 적자 위기 문제를 비롯해 각국이 과다한 재정을 선 집행함에 따라 그 반사적인 후유증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위기감이 가시지 않고 있어 부동산시장의 회복 또한 아직 지켜봐야 할 단계인 것이다.

둘째는 개인 소득 감소로 인한 구매력 위축 문제다. 사실 이것이 부동산시장 침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지나치게 급등한 경향을 보였다.

즉, 2002년과 2006년 대폭 상승했지만, 반대로 개인의 소득은 상대적으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 갭을 쫓아가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능하다.

셋째는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다. 기준금리는 최근 0.25% 올라 2.25%를 유지하고 있다. 무려 17개월 만에 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기존 대출자와 신규 진입 예정자 모두 심리적인 충격을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적용금리가 그리 높지 않은 4~5% 수준이라 아직은 감내할 수준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향후 추가 인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넷째는 대출 규제다. 작년 7월 정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제한을 시작으로 다시 규제로 회귀하였다. 대출 규제 완화는 민감한 문제다.

금융기관도 자체 리스크 관리와 심사 기능을 갖추었고, 대출 수요자들의 경우에도 이젠 상환 능력을 무시하고 무모하게 대출을 동원해 주택을 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마지막 보루인 것처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선별적인 완화를 통해 시장의 순환에 도움을 줄 필요는 있어 보인다.

다섯째는 보금자리주택의 실질적·심리적 효과다. 현재 3차까지 발표되었고, 가을에는 사전 청약이 예고되어 있다.

이런 대규모 물량 공세는 당첨에 대한 기대뿐만 아니라, 대상자가 아닌 경우에도 기존 주택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로 연결되어 관망세에 머물게 한다.

국토의 효율적 활용 차원에서 그린벨트 지역의 주택 공급은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소형과 임대의 비중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중산층 수요까지 정부가 공급을 담당할 수는 없으며, 이로 인해 민간이 공급을 기피할 경우 추후 발생할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거래세 증가다. 올해부터는 예정신고세액공제가 폐지(1년간 5%로 유예, 상한 29만1000원)됨에 따라 자동적으로 양도소득세가 증가했다.

전면적인 실거래가 기반에서 취·등록세와 양도소득세가 너무 높은 상황이다.

나에게 맞는 투자전략은?
이런 하락 변수의 위세는 당분간 꺾일 조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황이 일본처럼 15년간 대세 하락으로 가지 않는다면,

실수요자는 하락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관심 지역의 상황을 체크해 보면서 매수 전략을 구사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재테크 전략을 구사할 것인가 분야별로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는 아파트 분양시장이다. 요즘은 양극화가 대세이므로 광교신도시처럼 인기 지역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으나, 비인기 지역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하반기 분양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볼 때 판교 주상복합아파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서판교 고급연립 300세대 분양이 성공적으로 마감되었듯이, 가격 경쟁력 등에서 충분히 해볼 만하다.

뉴타운 지역의 분양 물량도 다량 예고되어 있다. 분양가는 싸지 않을 것이므로 인근지역 시세 대비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조합원이 우량물건을 선점하고, 분양 물량은 층과 향이 좋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므로 주의해서 청약해야 한다.

둘째는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다. 서울 잠실5단지 안전진단 통과로 재건축 아파트가 잠깐 관심이 되돌아 온 모양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소형 평형 의무비율 등 재건축 규제가 심하기 때문에 단지별 특성을 잘 분석해야 한다.

중층 아파트로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된 재건축 단지는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사업성 미비와 조합원간 합의 문제로 투자 기간이 상당부분 늘어질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나마 저밀도인 저층 위주의 재건축은 급매물 위주로 관심을 가져도 무방하다.

셋째는 일반 아파트에 대한 접근이다. 대개 수요자들은 가격 하락기에는 계속 매수를 보류하다가 상승기에는 추격 매수를 하는 경향을 보인다. 매수 타이밍에 대한 생각을 한번 해볼 필요가 있다.

전반적으로 아직 아파트 가격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조정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현재보다 10% 정도 싸게 살 수 있다면,

매수에 나서는 것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평소 관심지역 및 단지를 선정하고 꾸준히 모니터를 해야 한다. 접근 방법으로는 초급매나 경매를 통하는 것이 좋다.

넷째는 상가 투자다. 요즘 아파트에 대한 투자 매력이 반감되자 수익성 상품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그렇다고 상가나 오피스텔 등이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니다.

이 분야도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 있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떨어져 있다.
상가 투자는 임차인을 누굴 두느냐에 따라 변동성이 심하다.

아울러 법인 등 안정적인 임차인을 세입자로 하며 임대소득을 높이는 것이 이상적이다. 목표 수익률도 7~8% 정도를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 세후를 고려하면 득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상가도 초급매나 경매를 통한 매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다섯째, 토지 투자다. 토지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토지 보상금으로 인해 인근 지역의 토지시장이 들썩이는 형국이다.

토지는 현재 주택보다 투자성에서는 다소 앞서 있다고 보인다. 주택은 2배 오르기 쉽지 않지만, 토지는 아직 잘만 사면 2배 오르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10억~20억 원 이상의 큰 금액을 투자해서 땅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토지 투자는 이제 과거처럼 맨땅을 사서 맨땅으로 파는 시기는 지났다.

개발을 전제로 검토해야 하는 시기이다. 다행히 올해 말까지 주택이나 토지를 사서 2년 보유 후 매도할 경우에는 양도소득세 중과와는 무관하다.

부동산을 통한 재테크는 뭔가가 있을 것처럼 기대에 부풀게 한다.
과거에 대부분의 부를 부동산에서 축적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대는 점차 저물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가 대부분 공개되고, 국민의 반은 전문가가 되어버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거래가 제도에 따른 세금의 증가는 투자 매력도를 반감시키고 있다. 이제 부동산은 ‘실수요 +α’ 정도로 눈높이를 낮추는 재테크 전략을 수립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