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인터넷 방송 플랫폼으로 새로운 도전…스마트폰 앱 통해 ‘손 안의 방송국’ 구현

올해로 우리나라 벤처산업은 10 돌을 맞았다. 초기 엄청난 ‘붐’을 일으켰던 한국 벤처는 거품이 빠지면서 혹독한 시련과 부침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목할 만한 화제 거리가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현업에서 물러났던 벤처 1세대들의 잇단 복귀다.

한게임의 창업자인 김범수 대표와 홍익인터넷의 노상범 대표 등이 바로 그들이다.
벤처 왕들의 귀환은 상당히 환영받는 분위기다. 고도화된 경험과 노하우는 물론, 기술 트렌드 안목과 글로벌 식견까지 갖춘 이들의 활약은 벤처업계의 내실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다.


프리챌 창업자 전제완(47) 유아짱 대표 역시 대표적인 벤처업계의 ‘돌아온 장고’다. 전 대표는 1999년 초 프리챌을 설립, 2년 만에 800만 명의 회원을 모으며 인터넷 커뮤니티 열풍을 몰고 왔다. 그러나 커뮤니티 유료화 전환 실패와 함께 주식 대금 가장납입 혐의로 2002년 12월 구속되면서 물러났다.

‘촉망 받던 벤처사업가’였던 그는 하루아침에 돈도 잃고 사람도 잃었다. 2년 간의 수감생활을 거쳐 사회에 나온 그에겐 절망밖에 남은 게 없었다. 자살을 생각한 것도 수 차례. 그러나 밑바닥에서 그는 다시 재기의 의욕을 다졌다.

7년 간 ‘절치부심’하던 전 사장은 2008년 10월 ‘유아짱’을 설립했다. 철저한 시장 분석과 서비스 연구 개발에 매달린 끝에, 영상을 통해 상품을 보여주는 비주얼 쇼핑몰 ‘유아짱’과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짱라이브’를 잇따라 선보였다.

신개념 서비스로 주목을 받으며 연착륙에 성공한 그는 최근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연구 인력도 40명 가까이 늘리며 진용을 갖췄다. 그는 여전히 ‘최고’에 목말라 있었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유아짱(uajjang)’으로 지었다. 말 그대로 “당신이 최고(You are jjang)”라는 뜻이다. 유아용품 관련 회사라 오해할 법도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해외에선 오히려 더 잘 통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비주얼 기반 글로벌 전자상거래 구현
‘유아짱’과 ‘짱라이브’는 모두 영상에 기반한 서비스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죠. 영상도 단순히 ‘시청(watch)’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생산, 유통’이 원활해진다면 더욱 우리 생활에 유용한 툴이 될 것입니다.”
비주얼 쇼핑몰 사업은 ‘왜 우리나라에서는 글로벌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지 않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외국인들이 국내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려면 가장 먼저 ‘언어의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죠. 그러나 ‘영상’을 이용하면 어떨까요. 각국 언어로 번역된 자막 설명만 더해진다면 보다 손쉽게 전 세계의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비주얼 쇼핑몰은 더욱 유용한 판로와 유통처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짱라이브는 7월초 대대적 개편 작업을 마무리하고, 1.0 서비스를 개시했다. 새로 추가된 ‘개인방송홈피 서비스’는 개인의 영상을 자유롭게 편성하고 유통하는 것은 물론, 한 곳에서 저장할 수 있는 강력한 ‘1인 미디어’ 툴이란다.

“짱라이브는 개인 블로그, 게시판, 메일 또는 커뮤니티에 자유롭게 설치하여 방송을 할 수 있는 ‘위젯형’ 방송국입니다. 인터넷 방송을 하기 위해 더 이상 방송 서비스를 하는 웹사이트만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죠.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개인 방송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최근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도 선보였다. 5월 아이폰용에 이어, 6월엔 안드로이드폰용 앱을 출시했다. 전 대표는 “스마트폰에서도 짱라이브를 활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진정한 유무선 통합의 개인 방송 서비스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는 직접 본인의 스마트폰을 열어 시연해 보였다.

“스마트폰에서 짱라이브 앱을 선택한 후 ‘녹화 후 방송’ 기능을 누르고 동영상을 찍어 저장하면, 촬영한 영상은 이메일, 블로그, 트위터 등에 자동으로 동시 전송됩니다. 방송 유통이 트위터에만 제한되어 있는 ‘트윗 온에어’와는 분명히 차별화되는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죠. 또 방송 채널 및 프로그램 편성까지 가능하다는 점도 가장 완성도 높은 개인방송용 애플리케이션이라 자부하는 이유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전 대표는 ‘영상의 일상화’라는 화두를 던졌다. 멀티미디어 시대에 아직까지 ‘영상’이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지 못한 것은 생산과 유통이 쉽지 않기 때문이란 게 전 대표의 지적이다.

그는 “높은 성능의 카메라를 갖춘 데다, 언제 어디서나 영상 촬영과 편집이 간편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영상의 일상화’ 시대가 만개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짱라이브는 핵심 방송 플랫폼 서비스로 부상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 대표는 짱라이브와 유아짱으로 국내 동영상 업체들과 경쟁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의 야심작들의 최종 종착지는 ‘해외’다. 특히 ‘유아짱’은 글로벌 쇼핑 플랫폼을 지향한다. 내년엔 영어 버전으로 호주, 미국,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등 해외 10여 개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올 9월엔 흑자 전환도 바라보고 있다.

사업이 안정적 궤도에 올라서면 미국 오리건 주에 연구개발(R&D) 센터를 만들어 우리나라 우수 IT인재를 적극 유치할 것이란 청사진도 제시했다. 회사의 모든 이익은 임직원들과 나누고 나중에는 사회에 환원하겠다고도 했다. 처절한 실패 후 전 대표는 분명 쌓인 내공만큼 더욱 ‘단단’해져 돌아왔다. 이것이 바로 인생 2모작을 시작하고 있는 그의 행보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까닭이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