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일본이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했다. 일본의 소비세 인상은 1997년 4월 이후 17년 만이며 1989년 세제 도입 이후 두 번째다. 정부 부채 해소와 사회보장 재원 마련이 이번 소비세 인상의 표면적인 이유다. 지난해 10월에 소비세율 인상이 확정되면서 일본 경제에 어떤 효과를 가져다 줄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지만, 경기 하강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보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 배경에는 지난 1997년 4월 소비세 인상 이후 디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소비 둔화로 시작된 경기침체는 18개월 이상 이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소비세 인상 여파로 같은 해 2분기 개인소비 증가율은 -13.2%를 기록하며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기록에 주요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 이번 인상도 과거의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세 인상이 주는 영향력에 대해서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지만,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에는 모두 동의했다. 일본 언론사에서 조사한 여론 동향도 소비세 인상 이후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 2월 14일부터 16일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54%가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고 교도 통신사가 3월 22~23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76.5%가 소비세 인상 후 일본 경제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일본인들이 소비세율 인상 이슈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일본 생활형편지수, 소득증가전망지수, 내구재소비의향지수 등 주요 소비심리지수가 지난해 9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윤영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가파르게 하락한 심리지수는 내구재소비의향지수로서 이 부문에 대한 소비심리가 꺾였다는 것은 일본의 민간 소비 자체가 꺾였다는 말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소비심리 하락은 수요 둔화와 구매력 감소로 이어져 경기가 악화될 소지가 크다.

이에 따라 엔화 약세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이 더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달 31일 국제무역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 4월 첫 번째 소비세 인상 사례에 비춰볼 때 내달 이후에는 대(對)일본 수출이 다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7년의 경우 섬유류(-23.2%), 생활용품(-37.8%) 등의 소비재 수출이 큰 타격을 입어 이번 인상 이후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장상식 국제무역연구소 연구원은 “보통 소비재의 경우 사전수요가 사라짐에 따라 4월 이후엔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데 소비세 인상으로 사재기까지 생겨 소비재 수출이 둔화되거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의 소비세 인상으로 우리나라에 미칠 수 있는 부분은 환율 부분이다. 소비세 인상에 따른 충격을 상쇄하기 위한 일본 통화당국의 경기 부양이 엔화의 약세 기조를 뒷받침할 것이고, 이 부분이 다시 우리의 수출 가격 경쟁력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환율 부담은 지금보다 하반기 이후에 더욱 가중될 수 있다. 장 연구원은 “일본은 소비세 인상에 의한 가처분소득 감소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명목임금의 상승 유도 정책과 5.5조엔의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있다”며 “만약 이들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경기둔화가 심해져 하반기 양적완화 규모 확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 엔화 약세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상규 BS투자증권 연구원도 “소비세 인상에도 실질임금이 기대만큼 상승하지 않을 경우 일본 정부의 추가 양적완화가 불가피하다"며 “이에 따라 엔달러 환율은 올 하반기 110엔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일본 기업이 소비세 인상으로 국내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 내수시장의 경영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해외시장에 역량을 강화한다면 한국기업과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소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반도체 선박 등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 수출 등의 분야에서 부정적인 효과가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