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는 조직원의 마음을 품을 수 있는 감성이 있어야 한다. 감성지능이 높은 리더들이 보여주는 특성은 위기상황에서의 침착함, 부하와 주변 인물들에 대한 공감과 이해, 그리고 동기부여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기 성찰과 관리를 통해 개인적 삶도 성공적으로 이끈다.

예전에 ‘다모’란 인기 드라마 대사 중에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가 있었다. 상대의 아픔, 구성원의 고통이 내 고통처럼 절절히 체감돼 한 몸으로 느끼는 경지를 표현한 대사로 오랫동안 회자되었다. 이것이 바로 인(仁)의 마음이다. 공감지능이 마비된 불인(不仁)의 상태에선 아무리 상대가 아우성을 쳐도 고통을 함께 느끼지 못한다. 이런 한계를 지닌 인간은 다른 사람과 교감하고 공감할 수 없으며 자기 중심적이고 집단적인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자는 번지가 인을 묻자 애인(愛人), 즉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대답해준 바 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충(忠), 서(恕)는 仁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공자는 남을 사랑하는 것을 仁 실천의 기점으로 삼고, 백성에게 널리 베풀어서 중생을 구제하는 것을 仁 실천의 종점으로 보았다. 요컨대 공자의 仁이란 忠恕가 구성요소이고 그 근본은 타인의 입장에서 바꿔보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仁을 실현하는 사람은 남을 나처럼 아끼고 사랑하므로 남에게 진실하게 대하고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게 된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기의 욕심 때문에 그와 반대로 행동하기 쉽다.

어느 날 공자가 증삼을 비롯한 제자들이 모여 토론을 나누던 중 증삼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삼아, 나의 도는 하나로 꿰어져 있느니라.” 다른 제자들은 어리둥절해하는데 증삼만이 알아듣고선 “네,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증자의 대답을 듣고 공자가 돌아갔다. 스승 공자와 동료 증삼이 선문답 같은 말을 주고받는 것을 보고 그 의미를 알아듣지 못한 다른 제자들은 어리둥절해 증삼에게 물었다. “선생님께서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신 건가?”

증삼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의 도는 한마디로 말해 충(忠)과 서(恕)일 뿐이다.”

( 參乎 吾道一以貫之 曾子曰 唯 子出 門人問曰 何謂也 曾子曰 夫子之道 忠恕而已矣 -이인편)

공자와 제자들이 한 방에 앉아서 토론하고 있다. 이때 공자가 증자를 불러 자신이 평생 공부하여 발견한 진리는 하나라고 말한다. 이 말을 하고 공자는 밖으로 나간다. 이때 나머지 제자들이 궁금해서 물어본다. 증자는 제자들에게 선생님의 도는 충(忠)과 서(恕)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해준다.

<논어>에 나오는 恕를 <대학>에서는 혈구지도(絜矩之道)로 풀이한다. 혈구(絜矩)는 곱자를 가지고 잰다는 의미다. 곱자는 나무나 쇠를 이용하여 90도 각도로 만든 ‘ㄱ’자 모양의 자를 말한다. 혈구지도는 목수들이 집을 지을 때 곱자를 가지고 정확한 치수를 재듯이 남의 처지를 헤아리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처지를 미루어 남의 처지를 헤아린다는 점에서 추기급인(推己及人), 내 경우로부터 남의 처지를 유추해내는 ‘능근취비(能近取譬)’를 뜻한다.

‘군자는 혈구지도를 지닌다’는 의미를 <대학>에서는 “윗사람에게서 싫다고 느꼈던 것을 아랫사람에게 시키지 않으며, 아랫사람에게서 싫다고 느꼈던 것을 가지고 윗사람을 섬기지 않으며, 앞사람에게서 싫다고 느꼈던 것을 가지고 뒷사람을 이끌지 않으며, 뒷사람에게서 싫다고 느꼈던 것을 가지고 앞사람을 따라 하지 않으며, 오른쪽 사람에게서 싫다고 느꼈던 것을 왼쪽 사람에게 건네지 않는다”라 풀이한다. 공자 당시의 忠 개념은 오늘날의 忠과 달라 나라와 군주에 대한 마음이라기보다는 일반적 도덕적 수양의 하나로 성실함을 뜻한다. 즉, 마음에 중심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에 중심이 2개가 있으면 근심이돼되서 흔들리는 환(患)이 되는 것이다. 恕는 남도 나처럼 존중해 나의 마음과 같아질 수 있게 공감하는 것이다.

‘인=충+서’의 공식은 요즘 서구에서도 뜨는 감성지능 이론과도 통한다. 감성지능은 타인에 대해 공감할 수 있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능력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유발하는 원천이다. 성경 고린도 전서 12장 22절에서 사도 바울은 이런 말을 한다.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니라.” 즉, 우리 몸에는 더 약한 부분,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하나님이 이들을 존귀하게 여기신다고 말한다.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느끼는 몸의 원리는 조직의 원리에도 적용된다. 한 지체의 고통을 다른 지체가 느끼지 못한다면 이미 한 몸이 아니다.

리더가 仁, 恕의 리더십을 발휘하면 조직이 한 몸을 이뤄 서로 마음을 같이하며 돌보게 된다. 약한 자, 귀하지 않은 자들을 돌아보는 마음,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도 살피고 챙겨 아파하는 마음이 바로 인의 리더십이고 오늘날의 감성지능이다. 당신은 구성원의 아픔을 얼마나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가. 그것이 곧 당신의 감성 리더십 지능지수다. 타인에 대해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위해선 리더는 팔로어의 감성을 잘 관리하는 자여야 하며 특히 구성원의 좌절감을 다룰 수 있고 낙관적 감정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남의 마음을 나로부터 미루어 짐작하는 恕, 즉 남의 마음을 내 마음과 같게 짐작하는 여심(如心)의 민감성을 가진 사람들은, ▲상반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하며 ▲주어진 상황을 더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생각해 합리적 판단을 내린다. 이를 통해 감정상의 균형을 이룬다. 특히 부정적 감정을 통제할 수 있고 즐거운 마음과 낙관적인 태도와 열정을 갖는다.

감성지능이 높은 리더들이 보여주는 특성은 위기상황에서의 침착함, 부하와 주변 인물들에 대한 공감과 이해, 그리고 동기부여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기 성찰과 관리를 통해 개인적 삶도 성공적으로 이끈다. 리더의 정체성이 신뢰를 준다면, 리더의 감성은 매력을 준다. 긍정적 감성은 낙관적인 태도를 만들어 팔로어의 작업태도와 작업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역지사지해 챙겨주고 베풀어주는 충서의 마음이 구성원들을 젖먹던 힘까지 내서 게거품을 물고 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경영은 기본적으로 ‘숫자가 인격’인 정글사회다. 그런데 왜 요즘 이처럼 감성지능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걸까. 결국 ‘숫자’도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사람을 통한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 로젠달 교수의 ‘비언어적 감성 프로파일’은 인간의 다양한 표정 하나하나를 피험자에게 보여주고 어떤 정서상태인가 평가하는 공감 검사다. 80여 개 나라에서 7000여 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비언어적 표정 자극에 대한 감정을 잘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정서적으로 적응력이 높았고 감수성이 풍부했다.

성공한 리더들을 만나며 느낀 것은 눈치코치력, 즉 상사의 니즈를 읽는 감정이입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그 재능과 지능을 부하들에 대한 감정이입에 적용한다면 최고의 忠恕 리더십이 될 것이다. 가령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로 야근, 주말근무 등을 부득불 해야 할 때 상대의 감정을 “짜증나겠지만...” “힘들겠지만” 등등의 언어로 구체화해 표현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직장생활하면서 월급 받는데 그 정도도 못해”라며 못마땅해만 하면 조직에 살기가 돌지만, ‘너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는 것을 표시해  “힘들겠지만...”을 적절히 표현해주면 사기가 올라간다. 갑에게 감정이입을 못하는 사람은 없다. 을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게 진정한 능력이다.

자기도취적(나르시시즘) 상사, 마키아벨리적 상사, 사이코 패스 상사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감정이입능력은 부족한데 사회적 인지능력은 무서울만치 탁월해 상대의 머릿속에 들어가 머리 위에서 논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에겐 무서우리만치 지능이 작동해 턱턱 ‘입안의 혀’처럼 갖다바친다. 하지만 나에게 ‘을’,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들에겐 ‘마비’의 상태에 빠져 소 닭 보듯도 아니고 완전히 사람을 사물 보듯 한다. 감정이입은 갑이 아니라 을에게 얼마나 잘되는가가 진정한 지표다.

이른바 웨이터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에겐 잘하지만, 그렇지 않은 을에게 못하는 사람과는 동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마음에 중심을 두 개 가지고 그때그때 달라지진 않는가. 당신은 갑이 아닌 을에게도 어떻게 감정이입을 하고자 노력하는가. 그것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가. 그것이 감성지능의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