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취소는 물론 불매운동 움직임도 있어

 

하늘을 날던 비행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난달 8일 남중국해에서 교신 두절과 함께 사라져버린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로 인해 중국 여행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여전히 실종 여객기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국인들은 말레이시아항공에 관한 불신을 넘어 해당 국가로의 여행도 꺼리는 추세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의 실종사고로 중국과 말레이시아 간의 감정싸움이 고조되면서 여행업계로 불똥이 튀었다.

사고발생 초기 항공기에 위조여권 탑승자가 있음이 밝혀지고 말레이시아 정부가 관련 정보내용을 여러 번 번복하거나 정부 관료들이 서로 상충되는 내용을 발표하는 등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서 혹시나 말레이시아 측에서 숨기는 것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특히 말레이시아 항공기 MH370편에는 전체 탑승객 239명 중 3분의 2 이상인 154명의 중국인이 탑승했기 때문에 중국이 말레이시아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전체 인구의 약 25%가 중국계인 말레이시아는 중국에서 거리가 멀지 않고 따듯한 기후와 중국요리를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중국어로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많은 중국인이 즐겨 찾는 관광지다. 2013년 한 해 동안 말레이시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의 숫자는 총 180만 명. 같은 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405만 명과 태국을 찾은 450만 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많은 중국인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해왔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사고로 인해서 양국 간의 여행은 일시에 물벼락을 맞은 듯 싸늘하게 식었다. 특히 말레이시아 입장에서는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 이어서 세 번째로 많은 관광객이 중국인이라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의 최대 여행사인 중국청년여행사(CYTS)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최근 말레이시아 항공기의 실종사고와 잇따른 말레이시아항공의 사건들로 인해서 많은 중국인 고객이 여행에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CYTS는 이미 말레이시아 항공권을 구입한 고객이 원할 경우 말레이시아항공의 환불 여부와는 무관하게 CYTS 자체적으로 전액 환불해주고 현재 CYTS에서 판매하고 있는 여행상품이 말레이시아항공을 이용하는 경우 다른 항공사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사건 초기에는 일부 고객들이 항공 여행에 대한 불안감으로 기존에 신청했던 상품을 취소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실종 항공기 수색이 장기화되고 말레이시아 정부가 실종기 수색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난 여론이 일면서 아예 말레이시아는 가지 않겠다는 쪽으로 여론이 바뀌고 있다.

중국 소셜네트워크 웨이보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넘쳐난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너무나 자주 말 바꾸기를 해서 더는 신뢰할 수 없다. 너무나 실망해서 다시는 말레이시아를 방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는 한술 더 떠 “말레이시아의 실종기 수색 처리 태도에 분노한다. 말레이시아 방문은 물론 말레이시아의 모든 상품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항공기를 탄다는 것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두렵다”며 말레이시아항공 이용 포기 이유를 밝힌 이용자도 있었다.

중국 최대 인터넷 여행 사이트인 씨트립닷컴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후 2주간 중국에서 말레이시아로 여행하는 고객의 숫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50%나 줄어들었다.

이러한 네티즌들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중국 청년여행사에 이어 중국 내 인터넷 여행 사이트 이롱(藝龍)과 퉁청(同程)도 말레이시아 항공권 판매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롱은 말레이시아 항공권 판매 중단은 물론 이번 사고 항공기를 이롱을 통해서 예약한 탑승객의 유가족에게 10만위안(한화 약 1700만원)의 위로금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퉁청도 말레이시아항공 관광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이미 예약된 상품의 경우 고객에게 환불을 해줄 예정이다. 이 밖에도 온라인 여행사 취날(去哪) 등 유명 여행사들이 잇달아 말레이시아 항공권 판매 중단에 동참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말레이시아항공은 실종기와 같은 비행노선인 쿠알라룸푸르와 베이징을 오가는 항공편의 운항을 5월 2일부터 중단키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로 인해서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숫자가 올해 40만~80만 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손실액도 최소 40억위안에서 최대 80억위안(한화 1조4000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알아두면 좋은 중국의 풍습>

중국 유치원은 늘 행사 중?

중국의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앞을 오후 무렵에 지나가면 마치 큰 행사가 열리는 것이 아닌가 싶은 광경들이 눈에 띈다.

학교 교문이나 유치원 정문 앞에 승용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 정도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를 나누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나타나기 마련인 잡상인들까지 합세해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앞 도로는 교통정체까지 일으킨다.

학교에서 입학식이나 졸업식과 같은 특별 행사가 열리나 싶겠지만 일반적인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하교시간 모습이다.

중국의 유치원은 통학버스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 부모들이 직접 아이를 등·하원시켜야 한다. 맞벌이가 많은 중국에서는 부모를 대신해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이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유치원 앞에 부모라 하기에는 나이가 많은 학부모가 많은 이유다.

자영업이나 상대적으로 시간이 여유로운 부모들은 직접 차를 몰고 자녀를 태우러 온다. 1자녀 정책으로 금이야 옥이야 키운 아이들이 행여나 등·하굣길에 문제가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탓이다.

특히 연간 수업료만 10만위안(한화 1705만원)에 달하는 일부 국제유치원은 더하다. 수업도 영어로 진행하는 이런 국제유치원 앞에는 이름만 들어본 유명 브랜드의 자동차들이 마치 전시장처럼 늘어서 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