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1.6% 넘으면 5% 국채보다 나은 수익…하반기 출구전략·물가상승 호재

부자들은 금리, 환율에 민감하다. 국내외 경제 변수에 큰 관심을 가진다. 일반인을 상대로 강연회를 할 때는 경제 전반에 대한 전망보다 종목이나 상품만 찍어주길 바라지만 부자들을 상대로 강연회를 할 때 경제 전망이 꼭 들어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올 하반기 재테크에 있어 부자들은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에 대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 내수 회복 등을 근거로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벌써 가스, 전기료 등의 공공요금 인상과 자동차 보험료 인상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이러한 물가 상승이 부자들의 자산 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부자들의 관심이 부쩍 집중되고 있는 상품이 있다.

물가 상승에 대비한 채권이 그것이다. 물가연동 국고채에 거액 자산가와 법인들의 수요가 몰렸다. 2010년 6월21일 발행한 물가연동 국고채(KTBi)가 그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채권이다.

미국에서는 ‘TIPS’나 ‘I-Bond’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채권 발행 잔액 중 8%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일반화된 상품이다.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도 채권 발행 잔액의 15.3%와 11.7%를 차지할 정도로 통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 3월 물가연동 채권을 국내에 처음 도입, 발행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 이유는 수요 부진과 유동성 부족이었다. 과거의 실패를 경험 삼아 이번에는 수요층의 의견을 수렴해 좀 더 좋은 조건으로 6월에 물가연동 채권을 발행하여 성공했다.

과거에는 발행 물량부터 정했지만, 시장이 소화할 수 있도록 발행 금리를 미리 확정하는 발행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정부에서는 물가연동 국고채 발행을 한꺼번에 하기보다 중장기적으로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내년 5월까지 매달 발행(12월 제외)한다고 한다.

거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물가연동 채권에 대한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 물가연동 채권이란 정부가 발행한 채권으로 원금과 이자 지급액을 물가에 연동시킨 10년짜리 국채를 말한다.

물가 오를수록 투자 매력 커져
물가연동 채권은 물가가 오름세를 보여야 투자 매력이 더 커지는 상품이다. 최소 1만 원 이상이라면 누구나 매입이 가능하며 증권사에서 살 수 있다.

물가연동 국채의 발행 조건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동되어 채권의 원리금이 변동되며 표면금리 2.75%의 10년 만기 6개월 이표채이다.

쉽게 말하면 1000만 원으로 물가연동채 국채를 산 뒤 1년 뒤 물가가 3% 정도 올랐다면 물가 상승률 3%만큼 원금도 늘어나 1030만원이 된다.

여기에 표면 이자 2.75%를 더하면 1000만원이 1058만원이 되는 것이다. 세전으로 따지면 이자율은 5.83% 정도로 5~6%대의 일반 채권과 같은 수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물가 상승에 대비한 물가연동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현재까지 발행된 물가연동 국고채권에는 두 종목이 있다. 원금보장형으로 2007년 3월10일에 발행한 물가연동 국고채다. 물가 하락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하나는 2010년 6월10일 발행된 원금보장형 물가연동 국고채다. 이는 물가 하락시 원금 손실이 없어 투자 매력도가 높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00년 이후 물가 수준이 상당히 안정되었지만 평균 3% 가까이 증가했다.

물가연동 국고채 이외에 인플레이션 연계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현대인베스트먼트의 글로벌인플레이션채권펀드는 50% 이상을 다른 나라의 인플레이션 연계 채권에 투자한다.

안전성을 우선으로 꼽고 세금에 민감한 부자들이 자신의 자산을 분산 투자하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물가연동 국고채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5가지 있다. 첫째, 안전성을 가지고 있다.

부자들 ‘물가연동 채권’에 높은 관심
부자들의 자산 관리의 첫 번째는 안정성에 있다. 물가연동 채권은 국가에서 발행하는 국채이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다. 국가가 부도나기 전에는 안전한 셈이다.
또, 원금 보장이 된다. 물가가 하락해도 원금은 유지된다.

예전에 발행된 물가연동 채권은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원금이 깎였으나 이번에 발행된 물가연동 채권은 이점을 보완하여 물가가 하락해도 원금은 보전되기에 안전하다.
둘째, 절세 효과가 뛰어나다.

먼저 물가 상승에 따른 원금 상승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기지 않고 비과세되며 오직 이자에서만 세금을 뗀다. 더구나 이표금리가 낮으므로 절세 효과는 더 커진다. 예를 들어 물가연동 채권에 1000만 원을 투자해 소비자 물가가 투자 기간 연 3% 올랐다면 채권의 원금은 1030만 원으로 늘어나고, 원금 증가분인 30만 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세금은 이자분인 28만3000원에 대해서만 과세하게 된다. 이자 소득의 경우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되는 채권의 표면금리가 일반 국채(5~6%)보다 낮기 때문에 이자소득세 부담이 일반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10년 이상 장기 채권이므로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 소득 4000만 원이 넘는 거액 자산가의 경우 분리과세로 처리하여 33% 과세로 과세를 종결할 수 있어 절세 효과가 높다.

셋째, 물가가 오르면 더 유리한 상품이다. 물가가 오르면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물가연동 채권은 물가가 오르면 원금에 이자를 더해주므로 수익률이 더 커지게 된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이다. 한국은행 및 IMF 예상 물가 전망치는 연 3%를 적용할 경우 뛰어난 투자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넷째, 위험 대비를 위한 분산 차원에서 유망한 상품이다. 대우증권 분석에 따르면 표면금리 2.75%짜리 물가연동 국채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1.6%만 넘으면 5%짜리 국채에 투자하는 것보다 나은 수익을 안겨준다.

다섯째, 중도 환매가 가능하다. 절세 효과나 만기 보유가 아닌 중도 환매가 가능하며 증권사에 환매를 요청한 후 매수자를 찾으면 된다. 하지만 소액의 경우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소액보다는 거액 투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정부에서는 내년 5월까지 12월을 제외하고 한 달에 한 차례씩 물가연동 채권을 보완해 발매한다고 한다. 앞으로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 거래는 더 활발해 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미 우리투자증권 책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