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Boom)인가, 버블(Bubble)인가

 

스마트폰은 카메라‧이동통신사 등 다양한 산업군의 지형을 바꿔놨다. 이뿐만 아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스타트업(Startup)’도 덩달아 늘어났다. 스타트업이란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작은 그룹이나 프로젝트성 회사를 의미하는 단어로 IT분야의 스타트업은 주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앱 제작으로 소위 ‘대박’을 터뜨리는 사례들이 많아지면서 스타트업 창업 평균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점차 늘어가는 IT 스타트업의 숫자와 이를 둘러싼 투자금액도 증가세를 보이면서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 붕괴와 같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견해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22일 열린 프라이머의 스타트업 교육 프로그램인 '엔턴십'에 몰린 스타트업 운영자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IT 스타트업, 규모 파악 어려울 정도로 많아

대학교 커뮤니티 게시판만 가더라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니 같이 스타트업을 해보자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스타트업 및 벤처 전문 온라인 미디어  ‘벤처스퀘어(Venture square)’ 사이트에도 개발자를 구한다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그야말로 스타트업 전성시대다. 그렇다면 국내 IT 스타트업은 몇 개나 될까. 미래창조과학부와 인터넷 기업‧투자기관 등 총 47개 공공‧민간 기관이 참여하는 ‘인터넷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얼라이언스’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600개가량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확한 숫자가 아니다. 장두원 미래창조과학부 인터넷정책과 사무관은 “같이 협력기관으로 있는 투자 기관이나 기업들이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개수가 계속 변하고 지원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비밀에 부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확실한 숫자를 파악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매년 늘어나는 스타트업 투자액수

그렇다면 IT 스타트업의 규모를 추정해볼 수 있는 것은 이들 스타트업에 들어가는 투자 액수다. 스타트업의 경우 작은 신생 회사이며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확률이 매우 높아 이를 정상적인 사업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투자금이 필요하다. 이 투자금이 얼마나 늘었느냐에 따라 스타트업의 증가세를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연간 리포트를 분석해보면 2010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일반 제조(28.4%)를 제치고 2012년 28.5%로 가장 많은 신규 투자 비율을 차지했다. 정보통신의 신규투자는 2010년 27.1%에서 2011년 27.%, 2012년 28.5%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초기 투자와 중대형 규모의 투자를 구별하지 않는 것이 국내 실정이라 이를 모두 합산해 계산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하드웨어 쪽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쪽의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다.

정보통신업 세부업종별 신규 투자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자부품‧컴퓨터‧통신 장비’의 비중은 2010년 62.9%를 차지했으나 점차 줄어 2012년에는 59.8%다. 반면 ‘소프트웨어’는 같은 기간 19.1%에 불과하던 것이 20.8%까지 상승했다. 이 밖에도 ‘정보 서비스’ 분야는 2010년 7.1%에서 2011년 잠시 주춤해 3.1%에 그쳤으나, 2012년에는 2%포인트가량 상승한 5.2%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스타트업의 투자를 지원하고 있는 개별 벤처캐피털의 투자 규모를 보더라도 스타트업의 증가세를 확인할 수 있다. 케이큐브벤처스의 경우 설립한 2012년 39억원을 투자했고 2013년엔 4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2014년 3월까지 15억원을 투자해 과거 두 해보다 더 많은 투자액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 관심도 높아져 유관기관도 하나로 압축하기가 어렵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창업진흥원(KISED)‧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중소기업진흥청 등이 스타트업에 관한 지원과 육성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붐(Boom)인가, 버블(Bubble)인가

규모가 증가하고 대다수 20대 젊은이들이 스타트업(일명 창업)을 하다 보니 우려의 시선도 있다. 닷컴 버블처럼 투자액이 쏠리다가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우루루 자금이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많아진 스타트업과 이에 투자하는 ‘투기성 벤처캐피털’이 동시에 증가하면서 향후 버블성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2010~2012년 사이에 시작된 스타트업 벤처캐피털이 7~10년 뒤에는 성과를 내야 하는데 아마 그 시점인 3년 전후로 망하는 투자업체가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빠르면 내후년쯤 이런 우려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쪽에서도 정책적 지원으로 스타트업 투자를 유인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공공 쪽에서 스타트업 버블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팽팽하다. 인터넷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닷컴 버블 시기와는 전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등 ICT 인프라가 어느 정도 있고, 벤처 기업의 경험이 있는 사업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이런 걱정은 ‘노파심’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벤처캐피털 심사역이나 업계 관계자들은 “스타트업의 큰 흐름이 바뀌었다. 조그만 시장을 나눠 먹는 식이다. 누구나 한다고 해서 따라 하거나 무리하게 빚을 내서 스타트업을 할 경우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