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류상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6일 ‘제조 강국 독일과 일본, 명암이 엇갈린 이유’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제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제조업의 지속적인 혁신,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류 연구원은 독일과 일본의 사례를 들며 “양국의 제조업 경쟁력 차이가 독일은 2010년 이후 금융위기 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는 발판이 됐고, 일본은 불황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세계무역에서 양국의 수출 점유율을 비교해 보면, 2000년에서 2012년 사이에 세계 수출액에서 일본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8%에서 4.7%까지 떨어졌다. 반대로 독일은 9% 내외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중국의 급부상에도 수출 경쟁력을 유지한 반면 일본은 경쟁력을 크게 잠식당했기 때문이다.

이에 류 연구원은 “2000년대 이후 업계 후발 주자들의 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했지만, 독일은 숙련과 암묵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산업용 기계, 자동차 산업에 더욱 특화한 덕분에 축적된 숙련 기술과 명성으로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독일 경제 회복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노사 협조에 기반한 노동 비용 상승 억제 노력과 동유럽과의 상호적 생산 네트워크 구축도 독일의 경쟁력 유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본은 최근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화 약세에도 독일과 수출 실적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

류 연구원은 “일본은 주력산업 중 하나였던 전기전자산업, 특히 ICT 분야에서 후발 주자에게 밀리거나 기업들이 대거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함에 따라 국내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일본 전기전자산업에서 진행된 사업 구조조정도 이러한 맥락에서 전개된 것”이라고 전했다.

양국의 향후 전망에 대해 평가도 달랐다. 류 연구원은 “당분간 독일 제조업은 주력 산업인 산업용 기계, 자동차 부문에서 신흥국 수요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즉 중국, 한국과 같은 후발 주자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독일 기업의 경쟁력이 단시일내로 약화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류 연구원의 분석이다.

반면 일본에 대한 전망은 보류했다. 그는 “일본은 구조조정을 마친 전기전자산업의 사업전개와 신산업의 향방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류 연구원은 “주요 기업들은 혁신적 생산방식을 구축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최근 엔화 약세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고 있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전자, 자동차업종에서 시장 변화 속도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국내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