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트렌드를 읽자] ② 콘텐츠 제작자가 ‘甲’이 된다

 

한때 TV 시청률이 70~80%까지 육박했던 적이 있었다. ‘국민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 퇴근 후 발걸음을 재촉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집’에 앉아서 ‘TV’를 보던 시대는 거의 저물었다.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빠르게 볼 수 있도록 디바이스(스마트폰)와 네트워크망(4G)이 갖춰지면서부터다.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대, 스마트폰 보급률이 올해 70%에 육박하는 한국은 콘텐츠 제작자가 ‘甲’인 시대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문지현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사진=이미화 기자]
 

1. 모바일 시대와 콘텐츠는 정확히 어떤 관계가 있는가.

문지현: 한쪽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상호작용하고 있다. 예전에는 TV라는 플랫폼을 통해 방송사가 콘텐츠를 공급해왔지만 이제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이 생기면서 굳이 집에서 TV를 보지 않아도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TV 3.0’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반면에 콘텐츠가 모바일에도 영향을 줬다. 네트워크 속도를 발전시킨 것이다. 모바일에서 다양한 콘텐츠들을 즐기고 싶어하는 욕구가 늘면서 기술도 같이 발전했다. 2G‧3G로 실시간 중계를 보기란 거의 불가능했었다. 하지만 LTE망이 깔리면서 이를 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 콘텐츠 이야기를 하는 데 거의 ‘영상’ 쪽으로 흐름이 굳혀진 듯 보인다.

기술적인 흐름 때문이다. 3G 속도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웹 서핑을 하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정도였다. 그 당시에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멜론‧벅스 뮤직의 주가가 좋았다. 동시에 아이돌 가수를 집중 육성했던 SM엔터테인먼트와 YG의 주가도 치솟았다. 그러나 LTE가 도입되면서 사람들은 조금은 더욱 풍부하고 ‘종합적’인 콘텐츠를 누리고 싶어했다. 패블릿(태블릿+폰의 합성어로 6인치대의 스마트폰을 일컫는 신조어)도 많이 보급돼 동영상을 보는 데 충분한 환경이 됐다.

 

3. 콘텐츠 제작자의 파워가 막강해졌다고 보인다. 절대적인 강자가 됐다고 보면 되나.

그렇진 않다. 과거에는 콘텐츠 회사가 위너(Winner)냐, 플랫폼(유통)을 가진 사업자가 더 우위에 있느냐는 질문이 먹혔다. 하지만 이제는 둘을 구별지어 어느 한쪽이 강자라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4. 이유가 뭔가.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상파 방송국들이 조인트 벤처로 ‘푹’이라는 콘텐츠 연합 플랫폼을 만들었다. 사실상 방송국은 TV라는 플랫폼을 단독으로 차지했던 전통 콘텐츠 제작자였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는 것을 감지하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콘텐츠를 모바일에서 서비스하는 유통 서비스를 선보였다. 글로벌적으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콘텐츠 제작자들끼리 연합해 플랫폼도 갖춰 배급하는 게 요즘 추세다. ESPN‧디즈니 같은 경우에도 콘텐츠 배급을 따로 했는데 인터넷 비즈니스도 시작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영상을 볼 수 있게끔 말이다.

 

5. 그래도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콘텐츠 제작자가 더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지 않나.

플랫폼은 유통마진으로만 좋은 시절을 누렸다면 지금은 오히려 플랫폼만 하는 게 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넷플릭스’를 예로 들면 2012년에 갑자기 콘텐츠 업체들이 단가를 올려서 영업이익이 확 줄어들었다. 이때 당시 주가가 3분의 1로 내려앉았다. 그래서 플랫폼 회사가 고민 끝에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거다. 이런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시청자가 어떤 콘텐츠를 선호하는지, 어떤 배우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만들어 ‘빅 히트’를 친 드라마다. 플랫폼 사업자는 이미 사용자들을 확보해놨기 때문에 좋은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이점이 있다. 감(感)으로 하던 것보다 정량적 분석을 통한 콘텐츠 제작이 사랑받을 수 있다는 예를 보여주기도 했다.

 

6. 세계적으로 콘텐츠 제작‧유통을 함께하려는 게 추세라고 보면 되나.

국가별 특성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그룹화’가 되고 있는 건 맞다. 국내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룬 그룹이 바로 CJ다. CGV‧CJ엔터테인먼트‧CJ헬로비전‧CJ E&M으로 제작과 유통‧배급 등이 그룹화됐다. 물론 이런 회사도 있지만 기존에 제작만 했던 기업들이 플랫폼을 도입하기도 한다. 밸류 체인(Value chain)을 포섭하는 것이다. 또 다른 메가 트렌드는 그룹화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수익 볼륨(Volume)이 큰 상위 사업자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거라는 점이다.

 

7. 해외의 대규모 자본을 가진 회사와 국내 회사가 경쟁할 수 있을까.

과거보다는 굉장히 좋아졌다. 내년에 한미 FTA의 방송 쪽이 발효된다. 지금까지는 디즈니‧타임워너가 국내에서 방송사업을 하려면 50%밖에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100% 직접 사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방송도 외산 프로그램 쿼터가 있었는데 이마저도 바뀐다. 이러니 10년 전에는 우려했을 만하다. 하지만 국내 기업도 콘텐츠 제작에 투자를 많이 한 상태고 수준도 높아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국내 콘텐츠 수출 금액을 보면 계단식으로 올라가고 있다. 경쟁력의 지표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긍정적인 것은 포맷 수출이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외처럼 국내도 재벌 계열사들이 콘텐츠 제작에 돈을 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CJ 외에 SM엔터테인먼트도 SM C&C를 세우면서 예능 제작 등을 하고 있다.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이는 가능성과 유동적인 수익이 늘어났다는 것을 뜻한다.

 

8. 대기업이 모든 걸 독식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과거에는 중소형 제작사가 많았는데 ‘너 믿고 한번 투자 해볼게’라는 식으로 제작된 게 현실이었다. 잘 안 되면 신뢰성이 떨어지고 결국 투자가 끊어지고, 회사는 어려움에 처하는 게 현실이었다. 그러나 콘텐츠 관련 제작사들이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다고 생각해봐라. 투명해질 수 있다. 이런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시청자들이 ‘천편일률’적이지 않다는 점이 굳이 빈부격차를 심화시키지 않을 요인이 될 수 있다. 콘텐츠에 힘이 들어가지만 개인화한 디바이스(스마트폰)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한 니즈들이 있다.

 

9. 전통적인 방송 콘텐츠 제작자들이 ‘푹’으로 플랫폼 사업을 하지만, 타격이 클 것 같다.

침체를 명확히 볼 수 있는 부분이 바로 TV 광고 매출이다. 실제로 매년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지상파 광고 시장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광고 시장 자체가 침체는 아니다. 파이는 천천히 늘어나는데 플레이어가 많아져서 개별적으로는 줄어드는 것이다. 시가총액으로 봐도 온라인이나 모바일 서비스를 하는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훨씬 높다. 네이버가 30조 정도, SK텔레콤이 17조인데 SBS는 8000억 정도다. 굉장히 상징적일 수밖에 없다. 인터넷 기업은 고평가를 받고 올드 미디어들은 점차 하락세라는 것을 보여준다. 콘텐츠를 쥐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광고 비즈니스 마진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10. IT 기업도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IT 기업들이 콘텐츠 서비스를 확충하고 있다. 보통 생각하는 콘텐츠가 레디메이드(Ready made)로 제작되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유저가 만드는 콘텐츠 등 다양한 포맷으로 콘텐츠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게 추세다. 기존 네이버와 네이트 플랫폼 사업자들이 모바일 영상 콘텐츠 쪽으로 넓힌 것으로 보면 된다. 플랫폼 강화와 동시에 광고 매출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IT 기업 중 아마존도 과거에는 유형의 상품을 커머스로 유통하는 역할을 하다가 이제는 디지털 콘텐츠를 전자책으로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킨들 파이어로 태블릿 영상도 볼 수 있다. IT 기업들도 아날로그적인 것보다 무형의 디지털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