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축구경기장을 가장 많이 지어주는 국가는 어디일까. 정답은 중국이다. 중국이 현재 축구경기장을 건설했거나 건설 중인 국가들을 보면, 앙골라·베냉·카메룬·중앙아·콩고·지부티·잠비아·라이베리아·말리·모리셔스·모잠비크·니제르·기니·세네갈·시에라리온·토고·우간다·짐바브웨 등이다.

이 때문에 경기장 외교(stadium diplomacy)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앙골라다.

중국은 지난 1월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 대회를 개최한 앙골라의 축구경기장 4개를 모두 건설했다. 앙골라 정부는 축구장 4개 건설 비용으로 6억 달러를 사용했다.

중국은 그동안 앙골라 정부에 5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했다. 중국은 자신들이 빌려준 돈을 다시 받아 앙골라의 축구경기장을 지은 것이다. 중국이 앙골라에 선심을 쓰는 이유는 석유 때문이다.

앙골라는 나이지리아와 더불어 아프리카의 2대 산유국으로 일일 원유 생산량이 210만 배럴에 달한다. 앙골라는 중국이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많은 원유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들 중 하나다.

중국은 원유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앙골라에서 주택, 공항, 철도, 도로, 병원 등을 건설해왔다. 중국은 앙골라의 사례처럼 아프리카에서 축구가 가장 강력한 외교 수단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축구경기장을 건설해주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는 지구촌의 마지막 자원 보고이자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면적은 3020만km²(전 세계 육지 면적의 20.4%)로 전 세계에서 아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총 53개국의 인구는 10억 명(전 세계 인구의 14.7%)으로 아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아프리카에는 원유(전 세계 매장량의 10%)를 비롯해 천연가스(8%), 망간(78%), 백금(88%), 산업용 다이아몬드(60%) 등 다양한 광물이 묻혀 있다.

특히 아프리카의 광물 자원은 자본과 기술 부족으로 아직까지 제대로 발굴되지 않아 개발 잠재력이 높다.

후진타오·원자바오 ‘자원외교 첨병
아프리카는 또 앞으로 거대한 소비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빈곤층이 아프리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이 현 추세대로 이어진다면 아프리카인들은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가 될 것이다.

실제로 아프리카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에서 이미 인도를 넘어섰으며, 아프리카 상위 12개국의 1인당 GNI 수준은 중국을 앞질렀다.

특히 10억 명의 인구 중 중산층이 3억 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등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중국과 인도에 버금가는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성장률이 평균 4.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아시아를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이며 대표적 신흥시장인 브라질, 러시아, 멕시코보다도 경제가 좋다는 뜻이다.

내전과 가난, 기아, 에이즈 등으로 얼룩졌던 검은 대륙 아프리카가 황금 대륙으로 변신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각국은 아프리카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석유 등 자원 개발 사업과 인프라 구축은 물론 무역 등 전 분야에 걸쳐 전략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비롯해 중국 최고 지도부는 매년 번갈아 아프리카를 순방하면서 끈끈한 유대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2000년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을 창설해 3년마다 정상급 회의를 개최, 원조 규모 확대 및 채무 면제, 개발펀드 설치, 인력교육 및 의료지원 등 각종 지원책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는 올해 말까지 140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또 아프리카는 중국의 전체 해외 투자 규모의 15%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105억 달러였던 양측 간의 교역 규모는 2008년 1068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 선을 넘어섰다.

아프리카, ‘중국산 제품의 천국’
아프리카 어디를 가도 중국산 제품이 넘쳐날 정도다. 이 때문에 중국이 아프리카의 절반을 이미 차지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아프리카 진출이 신식민주의라는 비판을 듣자 아프리카 엘리트들을 초청해 교육하고, 공자학원을 설립하는 등 소프트 외교 정책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도 중국의 진출에 자극 받아 아프리카 공략에 나서고 있다. 케냐인을 아버지로 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가나를 방문, 에이즈와 말라리아 등 질병 퇴치를 위한 지원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가나 의회의 연설을 통해 아프리카의 미래는 아프리카인에 달렸다면서 미국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려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친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아프리카의 발전 모델로 한국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은 아프리카의 자결원칙과 굿 거버넌스(Good Governance·건전한 통치)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아프리카의 교역량은 2008년 1040억 달러로 이 중 80%가 미국이 수입한 것이며 대부분 석유였다. 프랑스는 과거 식민 통치를 했었던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회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5월31일과 6월1일 아프리카 38개국 정상을 남부 도시 니스로 초청, 제25차 프랑스-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프랑스는 그동안 식민통치를 했던 아프리카 14개국과의 문화적 유대 강화를 전략으로 내세웠지만 지금은 경제 협력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2007년 취임 이후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첫 번째 회의를 가진 사르코지 대통령은 아프리카는 앞으로 다가올 시대를 맞아 세계 경제 성장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도 앞다투어 아프리카에 진출하고 있다. 이들 국가도 나름대로 특정 국가와 자원 또는 경제 협력 분야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들 국가도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 기구를 만들거나 각종 지원책을 제시하면서 열렬한 구애작전을 벌이고 있다.

흔히들 적자생존을 정글의 법칙이라고 말한다.
21세기 경제 전쟁의 새로운 무대인 아프리카에서 각국이 정글의 법칙에 따라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과연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이장훈(국제문제 애널리스트)truth21c@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