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 중앙대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장
■ 국내 인적자원개발 분야 전문가로, 교육 및 인적자원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교육학회 사무국장, 한국인력개발학회 부회장, 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부회장, 교육인적자원부 지방대학 혁신역량강화사업 심사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중앙대 글로벌인적자원개발대학원장 및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년 전의 일이다. 신체검사 결과 내분비내과로 가란다. 고지혈증은 중증이라 약을 먹어야 하고, 당 수치도 높아져 이대로 가다간 2년 내 당뇨로 발전한다고 한다. 50줄에 벌써 갱년기로 들어가는 것 같다.

희한한 것은 마지막 남은 고혈압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식이요법과 함께 쌀알 같은 고지혈증 용해제인 알약을 주면서 한 알씩 먹으란다.

벌써 2년째 먹고 있다. 3개월마다 혈액 검사를 받는다. 혈관이 막혀들어 간단다. 지난 4년 간 헤비급으로 일하고, 먹고, 마신 결과다.

특히 독한 고량주와 중국 음식을 즐겨 먹었으니 병에 걸려도 싸다.
명색이 인적자원개발(HRD) 전공 교수라는 사람이 자기 몸 하나 관리 못하면서 남의 인적자원개발을 해준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자기 몸도 관리해주면서 부려먹어야 한다는 시골 장모님의 성화가 현자의 지혜로 다가온다. 때 늦은 후회다.

지식경제시대에 들어서면서 개인의 고지혈증은 조직에서도 나타난다. 산업시대에는 공해가 문제라면, 지식경제 시대의 공해는 지식의 노폐화(Obsolescence)다.

2020년이 되면 73일마다 지식이 2배로 증가될 것이며, 2050년에는 현재 지식의 1%만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것은 엄청난 지식 쓰레기 처치의 문제를 예고하는 것이다.

토플러 부부의 걸작 ‘부의 미래(Revoluti onary Wealth)’에서의 백미는 17장의 ‘쓸모없는 지식의 덫’(The Obsoledge Trap)이다.

쓸모없는(Obsolete)과 지식(knowledge)을 결합하여 ‘쓸모없는 지식(Obsoledge)’이란 신조어를 만든 데에서는 갈채에 앞서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한다.

모든 지식의 선반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 어제의 지식은 오늘의 쓰레기가 되고 있다. 그래서 아예 지식보다는 ‘쓸모없는 지식’ 시대에 살고 있다고도 한다.

오늘날 우리는 지식이 아닌 쓸모없는 지식의 법칙(the law of obsoledge)의 지배를 받고 있다. 과거에 비해 우리는 훨씬 더 큰 쓸모없는 지식의 짐을 지고 다닌다.

쓸모없는 지식은 개인, 기업, 제도 그리고 사회의 지식 기반의 큰 부분을 이루고 있다. 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지식이 쓸모없는 지식이 되는 속도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그러기에 언젠가 토플러는 “21세기의 문맹자는 글을 읽고 쓸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학습하고, 재학습하고, 폐기학습(Unlearn)할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지식의 찌꺼기는 개인과 조직의 지식 동맥경화를 유발시킨다.
이를 예방하는 지름길은 오래 된 지식, 관행, 태도 등을 학습을 통하여 체계적으로 버리고, 잊고, 망각하는 것이다.

현대경영의 아버지라 일컫는 ‘피터 드러커’는 개인이나 조직이 젊게 살다 가려면 평생 학습해야 한다며 이런 말을 했다. “평생 학습하면 젊어집니다!”(Lifelong learning keeps people young!)가 바로 그것이다.

지식경제 시대에 개인이나 조직이 지식의 고지혈증에 걸리지 않으려면 재학습과 폐기학습으로 이루어진 평생학습의 여행을 떠나야 한다. 그래야만 지식경제 시대 최고의 위험인 쓸모없는 지식의 덫에 걸리는 쥐의 신세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