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정상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대국민 연설에서 누차 강조했던 이야기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담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단말기) 유통 구조는 비정상으로 고착돼 있고, 정상화로 돌리려는 정부의 제재조차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KT와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주관의 영업정지 제재가 시작됐다. 영업정지 제재를 맞은 이동통신사는 홍보 활동을 펼치지 못하며, 사용자들도 이 기간 내에는 단말기 변경을 할 수 없다.  24개월 이상의 사용자라든지 파손·분실 사용자는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절차가 복잡해 업계에서는 ‘미미한 수의 가입자만이 유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번에 보조금 가이드라인(27만원)을 어긴 주도 사업자들을 평가해 LG유플러스에 14일, SK텔레콤에 7일간 신규 가입자를 모집할 수 없도록 했다.

미래부와 방통위의 제재가 각각 적용되다 보니 이통사들은 사실상 상반기 시장은 ‘공쳤다’고까지 평가할 정도였다.

그런데 영업정지가 내려지자마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곳은 이통3사가 아니었다. 가입자를 유치한 수당으로 먹고사는 이동동통신사의 중소 대리점들이었다. 

정부의 영업정지 정책에 반발하고 나선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측의 주장은 이렇다. 기기를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당장 임대료와 직원 월급 등 매월 들어가는 고정 비용을 충당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결국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준 곳도 생겼고,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하는 대리점주도 있다고 한다. 협회 측에 따르면 아주 작은 대리점은 월 1000만~2000만원, 중대형 대리점은 월 4000만~5000만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고용 창출로 ‘창조경제’를 이룩하겠다던 정부의 정책과도 중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겠다는 방침과도 역행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통사들은 왜 적극적으로 반발하지 않는 것일까. 정작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던 사업자들이 ‘철퇴’를 맞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은 당장 큰 피해가 없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영업정지 기간 책정된 마케팅 비용을 비축했다가 그 후에 더 큰 보조금 지급으로 휴대전화 시장을 혼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대리점 관련 단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안명학 회장은 보조금 가이드라인과 이로 인한 제재를 ‘정부의 억제로 인해 더욱 엉망이 되는 시장’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안 회장을 비롯해 대리점주들은 ‘2.11 대란’과 같은 불법 보조금 경쟁은 대리점이 아닌 온라인과 커뮤니티, 대규모 텔레마케터가 주요 채널이었는데 자신들에게 영향을 주게 됐다고도 주장했다. 심지어 제조업체에서 운영하는 전자제품전문점에 보조금이 얼마나 지급되는지를 확인하려면 수색영장이 필요해 정부 당국도 확인하지 못한다고 한다. 실제로 영업정지가 시작된 13일에도 S 모 판매점으로부터 휴대전화 할인 판매  관련 문자를 받았다는 이도 더럿 있었다.

정상화되지 않는 단말기 유통 구조에서는 뭘 해도 ‘비정상’적이라는 주장도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요금제나 상품의 품질을 보고 결정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보조금이 얼마냐에 따라 기기를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이상하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보조금 지급 정도에 따라 시장이 좌지우지되다 보니 알뜰폰 사업자(MVNO)들도 과연 이런 영업정지 규제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단말기 유통 구조하에서 업계의 목소리와 동떨어진 상황에서 나온 정책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기 어렵다. 수백억원 규모의 마케팅비를 쏟아붓는 이통사의 가입자 유치가 어떤 이유에서 나왔는지, 이를 근본적으로 단절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꼼꼼히 뜯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