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주 쏠림현상 해소…중소형 가치주 실적 개선…금리 인상 늦춰질 듯

남부 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에서 시작된 금융시장의 혼란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대규모 긴급 구제 방안을 만들었으나 정치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은 자국의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철저한 구조조정과 긴축 재정 정책을 펼쳐야 한다.

상황이 좀 더 나은 국가들은 이들을 위해 구제 금융을 실시하고 이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의 틀에서 보면 미국과 아시아는 전반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반면 유로존은 재정 긴축으로 인한 경제 침체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유럽의 재정 긴축은 각 국가의 재정 지출 감소만이 아니라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로 이어져 전반적인 유동성 감소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경제 침체에 유동성 감소가 더해진다면 금융시장의 조정이 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5월 한 달 동안 무려 6조 4000억 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수는 약 8% 하락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정은 가치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점차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올해 초부터 대형주와 특정 산업의 주가만 상승하는 등 왜곡된 모습을 보여 왔다.

이는 일부 자문사와 운용사들이 하나로 뭉쳐 특정 종목에 오버슈팅 했기 때문이다. 시장에 전반적인 조정이 오면 이들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둘째, 미국이나 아시아의 경제 지표는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나라는 거시경제 지표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점차 금융 위기 이전의 모습을 회복해 가고 있다.

셋째, 그 동안 소외됐던 중소형 가치주들의 실적이 대폭 개선되고 있다. 결국 주가는 기업의 가치에 수렴될 수밖에 없다. 이들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넷째, 유로존 문제로 인해 금리 인상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유로존 문제는 당분간 세계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이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해결 방안도 그리 많지 않다. 자생력 회복을 위해 자구 노력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되 그 이후에는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주는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의 조정은 시장 참여자들을 좀 더 이성적으로 만들어준다. 또한 새로운 참여자에게는 좋은 저가 매수의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가치주 포트폴리오로 교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한다면 심리적 고통은 줄어들 것이다.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하되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놓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최정용 에셋디자인투자자문(주) 대표(www.assetdesign.co.kr)
최정용 대표는 고려대학교 가치투자연구회 1대 회장을 지냈으며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재무론 전공으로 석·박사 과정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