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에 얽힌 기업 이야기가 있다. 지난달 23일 막을 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개최기간내내 전국민의 심장을 뜨겁게 달궜던 빙상경기. 한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 종합 13위의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아 우리의 빙상 실력이 이정도로 세계적 수준이구나, 언제 이렇게 놀라울 정도로 점프업을 했을까' 모든 국민이 스스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역대 동계올림픽 성적을 보면 더 잘 나타난다. 한국은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대회에 첫 출전한 이후 한국전쟁으로 불참한 1952년 오슬로 동계 올림픽을 제외하고는 매회 참가했다. 하지만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대회전까지 노메달에 그쳤다. 동계스포츠 종목의 불모지라고 불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사실 이때 김연아 선수에게 후원사가 없었다면 지금의 김연아는 몇 년 뒤에나 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인기를 끌고 있는 선수가 아닌 비인기인을 후원해주는 것은 사실 모험이다. 하지만 일천한 한국 빙상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들이 나섰다. 그래서 지금 한국 동계스포츠가 세계적 수준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KB금융지주는 공교롭게도 얼음에 강한 기업(?)이다. KB금융이 얼음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6년 김연아 선수를 후원하면서 부터다. KB금융그룹은 2006년 당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일반인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피겨 유망주 김연아를 발견하고 광고모델로 발탁한다. 후원을 구하지 못하던 김연아 선수에게는 든든한 '백'이 생긴 셈. 경제적 부담과 걱정을 덜고 마음놓고 빙상을 지칠수 있었다.
그 이후 김연아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하며 화려한 비상을 하게 된다. KB금융그룹은 후원계약과 광고모델 계약을 병행하며 세계 속에서 비상하는 김연아 선수를 든든하게 응원해주는 후원자로 자리매김한다. 이런 뒷받침으로 김연아 선수는 2010년 벤쿠버 올림픽에서 한국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초의 금메달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온국민에게 선물한다.
수 억명이 시청한 가운데 금메달을 차지한 김연아의 가슴에는 태극마크가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피겨스케이팅 후진국이라 불렸던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김연아 선수에 가슴에 새겨진 KB금융그룹의 로고는 지난 4년간의 조용히 후원해온 노고에 대한 보답이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김연아 선수와 함께 KB금융의 브랜드를 제대로 알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KB금융그룹 직원들의 자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신이 난 KB금융그룹은 김연아 선수의 자선 아이스 쇼를 개최, 국민들과 남은 기쁨을 나눴다.
KB금융의 얼음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세계 피겨 여제로 우뚝 선 김연아 뿐만 아니라 포스트 김연아로 평가 받으며 아직 만개하지 않았지만 쑥쑥 크고 있는 피겨 꿈나무인 17세 고등학생 김해진 선수에게도 KB금융이 튼튼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김연아 키즈’인 김해진 선수는 이번 소치올림픽의 경험을 바탕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의 순간을 또다시 국민에게 선물할 유망주로 기대되고 있다.KB금융이 후원하는 종목 중 피겨스케이팅 외에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컬링이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을 통해 인지도를 많이 높였지만 어떤 종목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컬링은 선수층도 일천하고 국민의 관심도 떨어지는 빙상경기. 그야말로 한국으로서는 바닥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같은 기업들의 숨은 후원으로 한국 컬링도 단기간에 괄목성장을 한다. 2012년 2월 후원계약을 체결한 컬링 여자대표팀이 2012 세계 여자 컬링 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고, 지난해 12월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스포츠에서 후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성공사례다.
KB금융그룹의 스포츠 마케팅은 단순 마케팅 수준을 넘어 사회공헌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의 후원의 성공요인은 크게 3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긴호흡을 갖고 꾸준히 장기간 후원을 한다.
스포츠 마케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단기 성과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성장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탕을 다질 수 있게 하고, 그래서 오래도록 상위권을 달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셋째, 리딩 금융그룹으로서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비인기 종목을 후원한다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관점의 접근이다. 스포츠 마케팅의 성격상 실패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비인기 종목의 선수라 할지라도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지원한다는 사회적 책임의식이 동반된다면 실패를 감수한 스포츠후원을 망설이지 않는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이 같은 KB금융그룹 스포츠 마케팅 철학이 그대로 살아났다. 그런 철학 덕분에 후원을 받는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이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KB금융그룹만의 스포츠 마케팅이 승리하는 순간이었다. KB금융그룹의 글로벌 이미지 제고에도 당연히 큰 기여를 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인기종목 투자에 집착하는 후원업계의 관행에서 탈피, 선수의 성장가능성과 잠재력 그리고 컬링과 같이 이름조차 생소한 비인기 종목에 투자한 KB금융그룹의 생각은 때를 맞춰 알맞게 내리는 비가 되겠다는 KB금융의 '시우(時雨)금융' 철학과 괘를 같이 한다.
박상용 KB금융지주 스포츠마케팅 팀장은 “KB금융은 앞으로도 동계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갖고 후원할 계획”이라며 “비인기 종목 지원에 집중하는 한편 기초체육과 관련된 종목으로 확대해 선수들을 발굴 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량이 훌륭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을 적극 돕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