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중형차 시장에서 돌풍의 중심에 우뚝 섰다. 한지붕 가족인 현대차 쏘나타를 밀어내고 이 참에 ‘월드 베스트 셀링 카’에 오를 기세다.

지난 달 4월 사전 계약을 시작한 K5는 이미 1만3000여 대 이상이 팔려나가며 르노삼성 뉴 SM5와 현대차 신형 쏘나타를 훨씬 추월하며 중형차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봉고와 프라이드로 대표되는 기아차가 K5로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까지 넘보겠다는 전략이다.

‘기아차 역사상 가장 뛰어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K5는 날렵한 쿠페형 스타일이라는 점에서는 쏘나타와 비슷하다. 쏘나타가 곡선이 많고 부드러운 디자인인데 비해 K5는 직선이 많은 남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K5가 세계 최초로 공개된 뉴욕모터쇼에서도 “역동적인 앞모습과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날렵한 옆모습, 세련된 뒷모습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아차의 디자인 혁신을 이끌고 있는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은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신차발표회를 하면서 “기아차에서 만든 차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기아의 정체성 담은 디자인
기아차는 북미형 ‘K5’에 최고 출력 276마력의 2.0 터보 GDi 엔진과 최고출력 200마력을 발휘하는 2.4 GDi 엔진에 6단 변속기를 장착해 북미 시장에 올 하반기 시판에 나설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2.4 가솔린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하이브리드 차량도 출시할 예정이다.

‘K5’는 역동적인 기아차의 디자인 정체성을 담은 절제되고 강인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선보였다. 역동적인 이미지를 갖췄지만 다소 쉽게 싫증을 느끼게 하는 쏘나타와 달리 K5가 갖춘 이미지는 자칫 수입차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갖게 한다.

특히 패밀리룩 라디에이터 그릴을 적용한 대담한 앞모습, 속도감과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옆모습, 강렬하고 세련된 뒷모습의 조화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K5’는 전장 4845mm×전폭 1835mm×전고 1455mm로 기존 모델 대비 전장과 전폭이 각각 35mm, 15mm 커졌고, 전고는 25mm 낮아져 더욱 역동적이고 날렵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또 축거는 2795mm로 기존 2720mm에 비해 75mm 넓어져 운전자 및 승객들에게 넉넉하고 안락한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실내공간은 국내 중형차종 중 가장 크다는 게 기아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K5는 현대차나 르노삼성의 경쟁차종에 비해 기본 옵션이 잘 갖춰져 있다. 기아차의 또 다른 강점이라고나 할까.

기아차는 그동안 현대차와 르노삼성, GM대우 등과의 경쟁에서 보다 앞선 옵션을 제공해 왔다. K5도 다른 경쟁차종보다 앞선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이어가고 있다.


K5의 매력은 가장 최근 출시된 모델인 만큼 다른 모델에 없는 다양한 첨단 장치와 편의사양이다. 바이오케어 온열시트는 발열 기능을 갖춘 고분자코팅 원단을 사용해 시트 전체에서 균일한 열을 발생시킨다. 은 성분이 함유돼 항균 기능도 갖췄다.

국내 최초로 적용된 온열 스티어링 휠도 열선이 아닌 전도성 발열물질을 사용, 운전대를 보다 빨리 데워준다.

승용차 최초로 적용된 액티브 에코시스템은 운전자가 액티브 에코 모드를 선택하면 차량 스스로 연료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엔진, 변속기를 능동적으로 제어한다. 동급 최초로 시트에 바람을 불어넣어주는 통풍시트도 적용됐다. 연비도 13.0km/l로 쏘나타(12.8km/l)나 뉴SM5(12.0km/l)보다 한 수 위다.

K5 돌풍에 쏘나타 판매 주춤
K5의 돌풍은 일찌감치 예견돼 왔다. 기아차가 중형차는 물론 준대형 시장의 판도를 좌우하는 자리까지 훌쩍 뛰어넘어 왔기 때문이다.

작년 내수시장서 7만5844대가 판매되며 베스트셀링 모델 4위에 오른 ‘그랜저’는 작년 12월 기아차 K7 출시 이후 판매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지난 달에는 3552대에 그치면서 K7(4249대)에 추월당했다.

쏘나타와 그랜저가 현대차의 실적을 견인했다면 이제 K5와 K7이 기아차의 미래를 책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아차의 약진은 한 지붕 가족 현대차에 위협이 되고 있다. 실제 가파른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기아차 경영진의 고민이 깊다. 현대차와의 간섭효과로 인해 자칫 제살 깎기식의 경쟁 구도가 돨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갈수록 심화되는 현대와 기아의 간섭효과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오피러스의 후속 모델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을 주문한 바 있다. 정 회장은 “내년에 출시할 기아차 초대형세단은 현대차 에쿠스와 전혀 다른 느낌으로 가야 한다.

디자인부터 다시 준비하라”라는 주문을 동석한 임원들에게 지시했다.
이에 기아자동차는 내년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인 오피러스 후속(CH)차 디자인을 에쿠스와 겹치지 않는 방향으로 바꾸기로 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 에쿠스가 중후하고 무게감 있는 이미지라면 기아차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역동적인 방향으로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정된 내수 시장에서 간섭효과는 불가피하지만 디자인과 브랜드 정체성을 구분하기 위한 전략에 현대·기아차 모두 고민하고 있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