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미화기자

최근 통계청은 지난해 가계 평균소비성향이 통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최악이었다고 밝혔다. 실질소비지출도 통계 작성 이후 두 번째로 감소했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진단이다.

통계청이 지난 21일 발표한 ‘2013년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 평균소비성향은 73.4%로 전년 대비 0.7%p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다. 2013년 소비지출 증가율도 2012년 대비 0.9% 증가에 그쳐 2003년 이후 최저치였다.

반면 소득은 소폭 증가했다. 가구당 월평균소득은 416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으며,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도 0.8% 늘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은 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쓰지 않고 남은 가처분소득은 저축됐다. 소득에 비해 소비증가세가 둔화로 나타났다는 것은 불황형흑자 기조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 전월세 보증금 증가, 대출원금상환 부담 증가, 노후 저축 수요 등으로 남는 돈이 있어도 쓰지 않고 모아두는 흑자라는 분석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장기불황이 장기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국내경제는 지난 1997년과 2008년 두 번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성장잠재력이 크게 둔화됐다. 이로 인해 80년대 8.6%였던 평균 GDP성장률은 2000년대 4.4%로 하락했다. 같은 시기 세계경제 성장률은 3.2%에서 4.1%로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특히 과도한 가계대출 및 높은 수출의존도 등 국내경제의 취약성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영향이 확대됨으로써 저상장세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만약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가 조기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자산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일본형 장기침체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임금 및 자산소득 증가율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소비여력을 제한한 요인도 내수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장률 둔화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고정투자의 축소 등에 따른 내수시장의 위축이다. 최근 10년간 고정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1.6%에 불과하다. 70년대에는 17.9%였다. 국내 주요업종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최고점에 접근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우려다. 즉, 주요 업종들의 경제성장 기여도도 더 커지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요컨대 경제개발 초기에는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과 인적자본 투입과 같은 양적성장 전략을 통해 고성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경제가 어느 정도 성숙한 이후에는 이와 같은 전략이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되면서 성장률의 둔화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성장 방법은 무엇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설비투자다. 특히 삼성과 현대차, LG, SK, 포스코, 롯데 등 6대 그룹의 설비투자 증가가 핵심이다. 이들은 국내 설비투자의 35%를 담당하는 중요한 경제주체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까지 6대 그룹의 보유현금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제조업이나 산업 평균보다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점차 낮아져 최근에는 제조업과 비슷한 수준까지 하락했다. 실례로 1970년대 오일쇼크와 1990년대 외환위기보다 2000년대 금융위기 이후 설비투자 하락은 더 심각해졌다. 즉, 6대 그룹도 예전에 비해 설비투자가 줄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한 투자 확대가 아닌 투자 품질을 높여 내수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실제로 쓸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다. 가계부채 등으로 가처분소득은 금융이자를 갚기에도 벅차다. 또한 노후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급속한 고령화로 소비성향을 높이기도 만만치 않다. 저성장으로 인해 자녀 사교육비 등으로 지출은 더욱 경직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거의 유일한 해법은 투자여력 대비 투자실적이 부진한 업종의 투자 비중을 높이고 고용 증가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등 국가 차원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다. 또한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유턴을 촉진해 다시 국내 설비투자가 증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해외 기업들의 투자도 촉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G20 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호주 시드니를 방문해 사전행사로 열린 G20·B20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한국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먼저 규제개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기획재정부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경제 규제 전반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담을 전망이다.

하나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규제를 풀고 투자를 활성화하지 않으면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기 힘든 구조로 한국경제의 체질이 악화되고 있다”며 “정부부터 규제를 풀어야 국내기업은 물론 해외기업들도 투자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