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벤자(VENZA) 외관 / 사진 = 도요타 제공

세단이야 SUV야?

차량을 구분할 때 딱히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차종이 종종 있다. 이런 차종은 다만 소비자의 구매 이유를 충당하느냐 아니냐로 선택받기 나름이다. 도요타가 지난 2012년 말 국내 선보인 ‘벤자(VENZA)’도 그렇다. 얼핏 세단 같기도 하고 SUV 같기도 하다. 좋게 말하면 세단과 SUV의 장점을 접목시켰을 것이고 뒤집어 말하면 이도 저도 아니라는 혹평이 나올 수 있다.

이번에 벤자를 함께 탄 독자는 38세 직장인 전진혁 씨, 아내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장난꾸러기 두 아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안면도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간다. 전 씨가 타는 차는 현대차 SUV 싼타페로 4가족이 타고 장거리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이다. 벤자를 타 본 전 씨의 소감은 “승차감, 코니링이 뛰어나다. 안정적이면서도 묵직한 무게감이 든든하다는 생각이 든다”였다. “특히 실내 공간이 넉넉해 뒷좌석에서도 편하게 앉아도 무릎이 닿지 않아 좋았다”라고 말했다. 그럼에 불구하고 단점을 꼼꼼히 지적했다. “상시 사륜구동은 승차감이 좋지만 연비가 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라며 “편의사향 조작도 편하지 않았고 사이드 미러가 너무 작아서 불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연료가 디젤이 아닌 가솔린이라고 말하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역시 연비 걱정이었다.

벤자의 이름은 ‘어드벤처’의 ‘벤’자와 F1 이탈리아 그랑프리가 열리는 지역, ‘몬자’에서 ‘자’자를 따왔다고 한다. 이름으로만 보면 모험과 드라이빙의 장점만 담은 차량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다른 뜻은 일본어로 ‘편하게 앉아 쉬는 휴게실’이라는 의미의 편좌(便坐)의 영어식 이름이기도 하다. 일본차 특유의 편안한 승차감이 강조되었을 것이다. 이름도 역시 크로스오버다. 그리고 미국 시장을 겨냥했다고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도요타는 미국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고 가장 선호하는 디자인을 입혔다. 외관은 얼핏 지난해 미국에서만 40만 대 이상 판 도요타의 베스트셀링카 ‘캠리’의 형제차처럼 보인다. 전면부가 꼭 닮았다. 실내는 국산차 카니발을 연상케 한다. 카니발 2.2 디젤 모델(4810mm×1985mm×1805mm)보다는 조금 작고 낮다. 벤자는 4800mm×1910mm×1610mm 크기다. 내부는 쾌적하다. 운전석과 동반석이 서로 중복되는 60 대 60 구성이라는 독창적인 디자인이 적용됐다. 뒷좌석도 등받이 각도를 각자 조절할 수 있고 시야가 탁 트여 장거리 여행에도 답답함이 없어 보인다.

시승모델은 3.5 리미티드 모델이다. 3.5 ℓ 6기통 가솔린 6단 자동변속 모델이다. 최고 출력은 272마력, 최대 토크는 35.1kg·m를 자랑한다. 커다란 덩치에 비해 출력도 좋고 민첩한 느낌은 없지만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가변식 상시 4륜구동(AWD)은 어느 도로에서도 안정감 있는 주행을 보장한다. 눈과 비가 많고 언덕과 산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에도 적합한 기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은 아쉽다.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국이라면 모를까 한국에서는 가솔린 모델만 판다는 것은 부담이 크다. 더구나 공인연비가 8.5km/ℓ로 최근 추세와 동떨어져 보인다. 그래서 도요타는 국내 출시에서 ‘도심형, 근교 레저용’을 강조했다.

도요타 벤자 가격은 2.7 가솔린 모델이 4730만원, 3.5 가솔린 모델이 5190만원이다.

도요타 벤자 시승에 함께한 38세 직장인 전진혁씨, 전 씨는 벤자의 승차감 주행성에 높은 점수를 줬지만 연비 부분에서 아쉬움을 전했다. / 사진 = 박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