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책 한 권이 눈에 띈다. <모바일 트렌드 2014>. ‘커넥팅랩(Connetcinglab)’이라는 모바일과 IT를 좋아하는 국내 주요 기업의 IT전문가로 이루어진 모바일 전문 포럼이 지난해 말 출간한 책이다. 모바일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시점에서 많은 기업에 모바일 활용서를 제시함으로써 앞을 가늠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저자들의 얘기다. 각종 시장조사기관이 예측한 자료를 분석하면 2014년 전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은 22%로 증가한다. PC는 성장에 부딪히면서 사실상 ‘모바일 시대’가 핵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모바일 시대를 읽고, 선도하기 위해 자타공인 모바일 관련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주목해보자.

 

5인 10답 … 진현호 <커넥팅랩> 편집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1. 모바일 시대로 이미 접어든 지금, 국내 이동통신사의 2014년을 어떻게 전망하나.

진현호: 국내 이동통신사가 과거에는 음성을 중심으로 봤다. 국내 이통사들은 음성→요금제→마케팅, 이런 식으로 흐름을 구성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네트워크를 주축으로 한 ‘데이터 시대’다. 현재 이통사들은 구축한 네트워크 망에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속도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네트워크를 쓸 수 있는 주파수 경매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하면서 데이터 속도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0년까지는 LTE(4G)안에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2. 이통사가 데이터 중심으로 변한 건 무엇을 의미하나.

3G 때만 해도 음성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주 수입이었다. 하지만 음성 무제한 요금제가 생기고 문자 요금도 무료로 바뀌면서 데이터 요금을 받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통사들이 데이터 1㎇ 사용료로 4만원 등을 받는 것으로 말이다. 데이터 이용료를 받고 있으니 사용자들이 만족하는 데이터 속도를 어디까지 보장하느냐가 이통사들의 핵심 이슈가 됐다. 실제로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한 달마다 2배가량 증가할 정도로 사용자들이 많다.

 

3. 속도전에 광고 비용을 쏟지만, 사실상 이를 뒷받침해주는 칩셋이 뒤늦게 나와 상용화에는 시일이 걸린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예전에는 칩셋이 먼저 나오고 나서 네트워크가 구성됐었다. 그렇지만 한국의 국내 시장은 전 세계적인 흐름과 다른 데다 특별하다. 전 세계 인구 중 LTE 사용인구는 2억 명이 채 안 된다. 유럽 지역은 5%정도까지밖에 전환이 안 된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은 절반 이상이 LTE 가입자다. 상용화가 어느 정도 이뤄진 곳은 미국‧일본‧한국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추후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선 네트워크 속도가 관건이다. 상대방을 이기려면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고, 이는 주파수 확보 경쟁과도 맥이 닿는다.

 

4. 칩셋이 없는데 주파수 경쟁과 속도전을 하는 건 결국 소비자를 현혹하는 일이 아닌가.

앞서 국내 시장이 특이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유럽의 경우는 3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관련 비용을 회수한 후 4G 망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3G망을 깔았는데 비용 확보도 못한 상태에서 4G로 전환됐다. 그러다 보니 이통사들의 딜레마가 계속되고 있다. 비용 회수의 딜레마인데, 이통사들의 수익은 정체되어 있는데 네트워크 개발을 하면서 가입자도 확보해야 하는 상태다. 수익에 비해 투자해야 하는 양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투자한 비용에 비해 수익이 나지 않는 상태다. 그렇지만 이통사들은 이런 네트워크 구축을 근시안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유는 모바일이 세기의 중심이 됐기 때문이다. 이통사는 네트워크 망을 깔고 그 사용 요금을 받는 장사를 한다. 더 좋은 네트워크를 깔아야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5. 어디까지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질까.

이론상으로는 450Mbps까지 빨라질 수 있다. 현재는 300Mbps까지 나왔다. 그렇지만 혼자서 최적의 상황일 경우를 가정했을 때의 속도다. 유저가 늘어나면 속도는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통사가 말하는 빠르기와 사용자가 쓰는 속도에는 늘 격차가 있다. 이통사는 망을 깔았으니 부수입으로 망 위에 태울 콘텐츠를 찾고 있다.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6. 그래서 이통사가 콘텐츠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건가.

데이터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에 속도를 누릴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 수도 많아졌다. 이제까지 제작된 영화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는 대부분 1시간~ 2시간용이 많았다. 이제는 10~20분으로 짧은 소비 콘텐츠와 스트리밍으로도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늘고 있다. ‘소유의 시대’에서 ‘사용의 시대’로 바뀐 것이다.

 

7. 아직 콘텐츠 소비는 적다. CJ헬로비전이 내놓은 ‘티빙’도 콘텐츠 장사가 적자라고 말한다.

5~10년 후 시장은 망사업자도 아니고 방송사도 아닌 방송‧통신을 융합하는 콘텐츠 사업자가 급부상할 것이다. 콘텐츠만 갖고 있으면 망을 선택해서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5~10분간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인스턴트 스트리밍’이 많아질 것이다. 모바일 트래픽은 이와 맞물려 계속 증가할 것이다. 지금은 콘텐츠 가격이 비싸다고 본다. 콘텐츠의 길이가 짧아지고, 스트리밍으로 즐기고 가격이 낮아진다면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결국 유료가입자 수를 증가시킬 것이다.

 

8. 네트워크의 흐름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LTE-FDD(Frequency Division Duplex‧주파수 분할 방식)가 대세다. 이는 다운로드 주파수 대역폭과 업로드 주파수 대역폭이 동일해야 하기 때문에 주파수 대역을 많이 필요로 한다. 주파수도 유한한 자원인데 미래부가 계속 경매를 진행하는 주파수도 FDD 기술을 쓸 수 있는 대역대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이통사인 ‘차이나모바일’이 LTE-TDD(Timd Division Duplex‧시분할 방식)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TDD는 다운로드와 업로드를 짧은 시간 간격에 빠르게 전환하는 방식으로 주파수 대역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또 다운로드와 업로드 비율을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다운로드와 업로드의 비중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차이나모바일의 가입자는 7억5000만 명에 육박한다. 미국과 한국 가입자를 합해도 넘어설 수 없는 숫자다. 만약 이것이 성공한다면 TDD 주파수 대역도 활용하고 상용이 가능한 시대가 온다. 3년 후인 2017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LTE-TDD 비율이 늘어날 것이다.

주파수는 유한한 자원이다. 국내에서는 FDD 주파수 대역대만 쓴 상태라 TDD는 남아 있는 상태다. 모바일 데이터 사용자들은 빠른 속도를 원하고 있으므로 추가적으로 발굴해야 하는데, 기존에 사용하지 않은 TDD 주파수를 활용할 경우 새로운 속도의 장(場)이 열릴 것이다. 그래서 미래부가 제 4이통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9. 이통 4사가 국내 모바일 시대를 새롭게 바꿀 수 있을까.

2002년에 SK가 신세기통신과 합병하면서 ‘3국 시대’가 개막한 지 12년 만에 깨지는 것이다. KMI가 LTE-TDD 방식 도입 등으로 변화를 일으키려고 하는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년 전과 시장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미 대형 이통 3사가 있는 데다 알뜰폰 시장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KMI는 요금제를 저렴하게 내놓고, 가격 차별화를 이루려고 했지만 알뜰폰 사업자가 이미 요금 부분을 선점한 상태다. 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알뜰폰 사업자에 비하면 이 시장의 후발 사업자인 셈이다. 샌드위치처럼 끼어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 장기적(Long-term)으로 예측해본다면. 

어떤 디바이스를 들고 다니는 것이 기기와 사람이 하나가 돼서 늘 내가 네트워크에 24시간, 365일 접속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망에 접속되어 있으면서 사람들과 순간적인 딜레이(Delay)도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될 것이다. 5G는 아직 표준 규격이 나온 것이 없지만 계속적으로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5G 시대 시작은 2020년 정도로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