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던 그리스 사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라왔다. 금융시장 불안이 재현된 이유는 곳곳에 복병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크게 볼 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그리스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에 대한 추진력이 떨어진다. 시간만 흘러갔지, 뭐 하나 제대로 나온 결과가 없다.

다른 하나는 단기채무 비중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만기가 도래한 국채를 상환하기 위해 그리스 정부는 높은 금리를 감수하면서 단기채권을 발행했다. 장기국채에 대한 수요가 없었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당연히 채무 부담은 커졌고 디폴트 리스크는 증가한다. 궁여지책(窮餘之策)에서 시작했지만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악화됐다.

그리스 사태 해법은 당초 예상한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다. 외부의 힘을 통해 해결 수순을 밟는다. ‘구제 금융 신청 → EU와 IMF 자금 지원 → 그리스 정부 무장 해제 →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 신뢰 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이 수순이다.

여기서는 두 가지 측면을 고민해야 한다. 하나는 구제 금융 지원의 신속성과 채무 재조정 이슈, 또 하나는 포르투갈로의 전염 가능성과 유로화 체제의 붕괴 여부다.

먼저 구제 금융 지원은 독일의 태도가 관건이다. 독일은 자금 지원 이전에 그리스 정부가 IMF와의 협의를 통해 신뢰할 만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제출해야 된다고 요구했다.

포르투갈로의 전염도 경계해야 한다. 그리스에 구제 금융이 들어갈 경우, 투기자금의 다음 대상으로 포르투갈이 유력하다. 포르투갈이 흔들린다면 그리스 해법과 유사하게 처리될 것이다.

시장의 반응이 관건인데, 그리스 위기의 학습 효과로 인해 포르투갈의 경우 단기 이벤트성 리스크로 평가할 것이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GDP 규모·재정 적자·정부 부채·실업률’ 측면에서 별 반 차이가 없다. 유로화 체제의 붕괴 이슈는 너무 앞서 나가는 걱정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오현석 팀장은 홍익대 대학원을 나와 현대증권 리서치센터를 거쳐 지난 2003년부터 삼성증권에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