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물량 부족으로 인한 월세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전세대출을 억제하고, 값싼 월세를 늘리는 방향으로 주택정책을 손질할 방침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 △월세 소득공제 확대 △전세대출 보증한도 축소 등이 포함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택 수요-공급 불균형 심화, 전세가 상승‧월세전환 가속화

주택 전세가격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 잠시 하락한 시점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해왔다.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은 ‘주택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기인한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면서 매매수요가 감소하고 저렴한 전세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주택가격 하락과 저금리가 맞물리면서 집주인들이 전세주택을 월세주택으로 전환해 전세주택이 사라지고 이에 따라 가격도 상승하고 있는 것.

이러한 월세전환 현상은 향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박은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부채가 큰 임대인은 전세시장에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 월세로 내놓을 수밖에 없는 등 가계부채 문제도 월세전환 현상의 가속화를 촉진하고 있다”며, “오는 2015년 이전에 월세비율이 전세비율보다 높아지고, 2020년 이후에는 아파트 역시 전세주택과 월세주택의 비중이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급격한 월세 증가...가계부채 가중 우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전세난이 갈수록 장기화되면서 가계부채 증가, 내수 위축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어 정부가 전세 대출 증가를 억제하고, 월세를 늘려 가계부채 감소 및 내수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하지만 국내에 이미 깊게 뿌리내린 전세시장이 갑자기 월세 형태로 변화할 경우 많은 문제점이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

전세가구의 전세보증금은 금액 자체가 크고, 주택구입의 레버리지 역할을 하는 등 자산투자의 성격이 강하며, 무엇보다도 전세는 월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없다. 하지만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경우 치솟는 물가에 비해 수입은 한정돼 있는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구입이 어려운 저소득층의 경우 젊어서부터 중년, 노년까지 평생을 한 달에 한 번씩 월세를 내야 하는 이른바 ‘월세인생’으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서울연구원의 ‘렌트푸어 이슈에 따른 서울시 대응방안’ 리포트에 따르면, 월세가구의 임대료 부담이 전세가구보다 과중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임대료 과부담가구는 월세로 거주하고 있는 저소득층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국내에만 있는 전세제도가 월세 거주 형태로 변화하는 것은 시장 특성상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급격한 월세 증가에는우려를 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월세 비중 확대는 막을 수 없는 시장의 흐름이지만, 갑자기 변하다 보니 수요자는 준비가 안 됐고 이에 따른 정부정책도 미진해 전체적으로 혼란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월세시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덕례 주택금융공사 연구소 연구위원은 “전세제도가 아무리 비효율적이라고 하더라도 전세제도에 오래전부터 익숙해진 사람들은 쉽게 전세제도를 포기하고 월세방식을 선택할 수 없다”며,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정부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장기적인 행동지침으로 당위성, 미래지향성, 행동지향성을 가지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