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술집에서도 마음대로 담배를 못 피운다. 커피숍, 패스트푸드점, 제과점 등도 포함이다. 일명 너구리굴이었던 PC방마저 금연. 올 1월부터 100㎡(30평) 이상 업장에서 흡연이 전면 금지되면서다. 내년부터는 면적에 관계없이 모든 업소에 적용된다. ‘집 밖’에는 담배 피울 곳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말 끊을 때가 온 것 같다.

“법이 무섭긴 무섭네. 이제 호프집에서도 마음대로 못 피우니….” 사무실 밀집지역인 종로구 무교동, 어느 건물 지하에 위치한 호프집에서 직장인 최모 씨가 장탄식을 뱉었다. 점심시간에만 커피를 파는 이 호프집에서 담배를 피우며 후식을 즐기는 게 일상이었던 최 씨에게는 ‘낙’이 없어진 것과 다름없었다. 최 씨는 “일대 호프집 모두 상황은 마찬가지”라면서 “이쯤 되면 끊을 수밖에 없는 건가 하는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느 때보다 흡연자들의 볼멘소리가 크게 들리는 연초다. 흡연자에게 ‘금연’이야 신년 단골다짐이지만 올해는 특히 더 그렇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에 따라 올 1월부터는 100㎡(30평) 이상 음식점·술집, 커피전문점 등이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실제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간간이 흡연이 가능했던 영업점을 볼 수 있었지만 올해는 단박에 없어졌다. 만약 이를 어기고 담배를 피워 문다면? 과태료 10만원을 내야 한다.

 

호프집·PC방 영세상인 ‘울상’

흡연자뿐만 아니라 이를 허용한 점주도 과태료를 문다. 1회 적발 시 170만원, 2회 330만원, 3회 500만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점주들은 울상이다. 지난해 11월, 한국담배소비자협회가 일반시민 1000명과 영세규모 음식점주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총 응답자 중 37.6%가 금연구역지정에 따른 최대 피해자로 점주를 꼽았다.

피해는 수치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 점주의 절반 이상(59.3%)이 “실내 흡연 규제로 인해 매출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는데, 평균 매출 감소율은 17.6%였다. 강북구 인수동의 한 호프집 점주는 “들어오자마자 담배를 피울 수 있냐고 묻고, 그렇지 않다고 하면 발길을 돌리는 고객이 대부분”이라며 한탄했다. PC방 점주들도 암담하긴 마찬가지다. 송파구 풍납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금연 단속이 시작되면서 하루 수익이 20~30%나 줄었다”면서 “게임하다 말고 담배를 피우러 밖에 나갔다 오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 일이겠느냐”고 호소했다.

대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흡연실’을 설치하면 된다. 일찍이 대기업 소유 대형 음식점들은 이 같은 규제에 발 빠르게 대응해 실내 흡연실을 구비했다. 그러나 영세 상인들은 이마저도 부당한 처사라고 지적한다. 설치비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노원구 중계동에서 고기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흡연실을 만드는 데 1000만~3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는 걸로 안다”면서 “설치하지 않으면 흡연 손님이 줄고, 설치하기에는 부담스러워 진퇴양난인 형국”이라고 말했다.

 

금연보조제 시장은 ‘반색’

반면 남몰래 웃는 곳도 있다. 금연보조제 업체다. 패치를 비롯한 각종 금연 상품의 판매가 올 들어 급증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새해를 맞아 금연 도우미 상품들이 인기”라고 전했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금연보조제의 1월 판매량은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1월 한 달간 금연보조제 판매량은 전년 대비 27% 증가했으며, 2013년 1월 판매량 또한 전년 대비 19% 신장했다. 2014년의 경우 1월 21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G마켓도 마찬가지. 올해 금연보조용품의 전년 동기 대비 판매 증가율이 32%(1월 20일 기준)에 달했다. 2012년의 경우 전년 대비 –26%에 그친 데 비하면 비약적인 증가다. G마켓 관계자는 “단황건향초, 금연파이프 등 금연보조제 등이 베스트셀러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옥션 또한 “1월 들어(1월 20일 기준) 금연보조제의 판매량을 분석해보니 2012년부터 매년 50%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중 금연보조스틱은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늘었고, 금연초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옥션 관계자는 “2012년 대비 2013년 같은 기간 금연초 판매량이 무려 305%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증가폭은 줄어들었으나 지속적으로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금연초 중에서는 100% 쑥으로만 제조해 니코틴이 없는 건향초 등이 인기”라고 귀띔했다.

금연을 돕는 이색상품도 인기다. 금연을 하면서 하루 담뱃값을 저금할 수 있는 ‘금연저금통’,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담뱃재를 털면 기침소리가 나는 ‘기침하는 재떨이’, 직접 폐 나이를 측정할 수 있는 ‘폐나이측정기(Pulmolife)’가 그 예다.

 

커지는 담배 대체재 시장, 부작용 우려도

금연에 앞서 찾는 ‘담배 대체재’ 또한 호황을 꿈꾸고 있다. 앞서 언급한 ‘금연초’를 비롯해 ‘전자담배’가 이에 속한다. 또 있다. ‘스누스’다. 스누스는 담뱃잎을 잘게 부숴 티백 형태로 만든 제품이다. 불을 붙여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입술 아래 놓고 빨아먹는 담배다. 연기가 없어 냄새가 배지 않고, 간접흡연의 피해도 없어 담배 대용으로 인기가 높다. 스누스 공식수입사인 (주)스누스맨 박승필 대표는 “이미 금연법이 시행된 해외에서는 1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유명 수입 담배 제조사인 던힐(BAT), 말보로(PMI), 마일드세븐(JTI) 등 3사도 해외에서 스누스를 제조 및 판매하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 소자본 창업으로도 각광받아 현재 2차 지역총판을 모집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체재 사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흡연 규제가 심해지면서 갖가지 대용품이 각광받고 있지만 이 또한 건강에 유해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독일 암연구센터의 보고에 따르면 이러한 제품들도 구강이나 췌장에 암을 유발할 수 있고 연기 담배 제품처럼 치아와 잇몸을 손상시킬 수 있다. 또, 스누스와 같은 무연 담배는 장기간 다량의 니코틴을 배출하기 때문에 의존성이 매우 높다고 센터는 밝히고 있다. 전자담배도 마찬가지다. 최미예 성북구 보건소 금연상담사는 “전자담배는 좀 더 비싼 담배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 상담사는 “전자담배에는 타 유해물질이 아닌 니코틴만 있는데, 연기가 없고 냄새가 나지 않으니까 하루 종일 피우게 된다”면서 “자연히 기존 니코틴량보다 더 많이 흡입하게 되며, 이러다 일반 담배를 다시 피울 경우 기존 니코틴량의 2배 이상을 필요로 하게 돼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고 경고했다.

최은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생활습관병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전자담배의 증기가 같은 공간 내에 있는 타인에게 미치는 유해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신뢰할 만한 데이터가 나오지는 않았다”면서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지속적으로 전자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근거 연구를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연초도 안심하긴 무리다. 최 상담사는 “금연초의 경우 반대로 니코틴만 빼고 타 유해물질이 다 들어 있다”면서 “결국 대체 담배라고 해서 좋은 건 아니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공중보건을 위해서는 전체 담배소비량을 감소시키는 데 정책목표를 둬야 한다”면서 “따라서 무연담배와 전자담배 등 신종담배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통계를 생산하고, 사용예방을 위한 정책과 교육홍보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참에 금연하라

고무적인 것은 흡연자 역시 흡연 규제 분위기에 동조한다는 사실이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은 올 초 직장인 571명(흡연자 170명, 비흡연자 401명)을 대상으로 ‘흡연자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사회분위기’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65.9%가 “흡연은 남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흡연자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사회 분위기가 당연하다”고 답했다. 비흡연자의 92.3%가 이같이 답했으며 흡연자 중에서도 62.9%가 동일한 답변을 했다. 흡연자들은 이 시점 가장 불편한 점으로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울 수 없는 것(42.4%)”으로 꼽았다. 뒤이어 25.9%는 몸이나 옷에서 나는 담배냄새라고 했다. 금연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말처럼 쉬운 게 아닌 게 금연 아니던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국내 성인 남성 흡연자 절반 이상은 1년 안에 담배를 끊을 의사가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는 분석을 내 놨다. 연구원이 최근 성인 남성 흡연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흡연자 96%는 하루 평균 16.8개비씩 담배를 피운다. 그리고 흡연자의 51%는 1년 안에 금연할 의향이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금연을 시도한 횟수는 3~4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비록 실제 행동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적지만 금연 의지는 매우 높았다”면서 “금연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연을 결심했지만, 혼자 힘으로 힘들다면 각 지역 보건소에 마련된 금연클리닉을 방문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의 경우, 현재 22개구 보건소마다 클리닉이 마련돼 있다. 직장 등 단체 교육이 필요하다면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문을 두드려도 좋을 듯하다. 홈페이지나 전화로 문의하면, 강사를 배정해주고, 강의 일정 등을 맞춰 방문 교육을 진행한다.

 

성북구보건소 ‘금연클리닉’ 방문해보니…

6개월간 치료 ‘무료’, 금연성공률 ‘50%’

입춘이던 지난 4일, 성북구보건소 3층에 위치한 금연클리닉을 찾았다. 금연 열풍이 불고 있는 연초라서인지 방문객이 꽤 있었다. 설날 직후인 3일에는 총 50명이 다녀갔단다. 올 1월에만 400명의 신규 방문객이 이곳을 찾았다. 최미예 금연상담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사람이 찾는다”면서 “올 들어 특히 그렇다”고 했다. 담배 1갑을 14년 동안 매일 피운다는 본지 김선규(34세) 기자의 상담과정을 취재해봤다.
 

본지 김선규 기자가 금연상담사의 말을 심각하게 듣고 있다(사진=박재성 기자).

클리닉에 들어서면 우선 등록카드를 작성해야 한다. 항목은 기본적인 인적사항에서부터 흡연량과 흡연지속연수 및 흡연 패턴이다. 흡연 패턴을 통해 니코틴 의존도 검사 결과를 도출해내는데, 김 기자의 경우 10점 만점에 6점이 나왔다. 최미예 금연상담사는 “의존도가 꽤 높은 수준”이라면서 “금연을 위해서는 니코틴 패치와 같은 보조제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니코틴을 늘 흡입하다가 갑자기 들어오지 않으면 생각이 납니다. 힘들어지죠. 그게 금단현상입니다. 이를 패치로 완화시키는 겁니다.”

의존도 검사가 끝나고, 굵직한 호스가 달린 기기를 가져왔다. ‘일산화탄소 측정기’란다. 음주측정기와 비슷한데, 그보다 조금 크다. 10초 동안 깊은 날숨을 쉬라고 했다. 뱃속부터 힘을 주어 숨을 내뱉자 이내 ‘경고음’이 들려온다. 그리고 22ppm이라는 숫자가 표기됐다.

비흡연자의 경우 0~4ppm밖에 나오지 않는다. 11ppm 이상이 되면 다소 높은 수치다. 22ppm은 아주 높은 수치다. 몸속에 일산화탄소가 많이 쌓여 있다는 증거다. 최 상담사는 “일산화탄소 수치가 높다는 건 산소가 부족하다는 뜻”이라면서 “그만큼 신진대사가 잘 이뤄지지 않아 비흡연자에 비해 빨리 늙는다”고 말했다. 최 상담사는 이어 “얼굴뿐만이 아니라 내장까지 빨리 늙는데, 이렇게 되면 기억력과 집중력도 떨어진다”면서 “이 수치가 높아질수록 손발에 혈액순환이 안 되고 버거씨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버거씨병은 혈관폐쇄로 사지 말단이 괴사하는 병이다.

니코틴과 일산화탄소는 그나마 ‘양반’이다. 정말 나쁜 건 ‘타르’다. 최 상담사가 책상 뒤쪽에 있는 병을 하나 가져왔다. 시커멓고 찐득한 액체가 약 500ml 정도 담겨 있었다. “이게 콜타르라는 겁니다. 아스팔트 깔 때 쓰는 재료예요. 1년간 매일 담배를 한 갑씩 피운 사람 몸속에 이만큼의 타르가 쌓여 있다는 겁니다.” 김 기자의 경우 14년 동안 피웠기 때문에 이 양의 14배가 몸속에 축적돼 있는 셈이다. “타르는 일산화탄소와 다르게 몸에서 빠지지가 않아요. 그래서 폐암의 원인이 되죠. 담배를 끊은 지 7년이 됐는데도 폐암에 걸린 사람이 나온 이유입니다.”

담배의 ‘치명적’인 매력(?)에 대한 설명과 상담이 약 20분간 이어진 뒤에 보조제가 지급됐다. 니코틴 패치와 일명 ‘공갈 담배’. 패치는 담배 대신 니코틴을 넣어주는 제품이다. 총 2주 사용분이 주어졌다. 최 상담사는 “혹여나 패치를 붙이고 담배를 피우면 평소 니코틴의 2배를 흡입하는 것이므로 삼가야 한다”면서 “심장에서 멀리 떨어진 사지에 번갈아 가면서 붙이면 된다”고 했다. 공갈 담배는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물고 있는 플라스틱 파이프다. 아로마 향이 나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들어 흡연 생각을 지연해준다. 그러나 반대로, 물고 있다가 외려 담배 생각이 날 수도 있단다. 그다지 권장하는 도구는 아니므로 기호에 따라 사용하면 된다.

보건소 금연클리닉 상담은 6개월 과정이다. 6개월간 여섯 차례 치료가 진행된다. 세 번까지는 직접 방문이고, 나머지는 유선상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6개월 후 금연에 성공하면 소정의 선물도 준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은 따로 예약할 필요가 없다. 비용도 안 든다.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 보건소에 찾아가면 된다. 전국 모든 보건소에 설치돼 있다. 주소지 지역 보건소에서 치료를 받는 걸 원칙으로 하지만, 직장 및 학교가 위치한 곳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금연클리닉을 통한 금연성공률은 약 50% 정도다. 6개월간 담배를 피우지 않는 걸 금연 성공으로 친다. 최 상담사는 “무엇보다 금연 동기가 분명한 사람들이 금연을 할 수 있다”면서 “클리닉을 찾는 사람들이 ‘어떻게’ 끊는지를 많이 묻는데, 사실은 이보다 ‘왜’ 끊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