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첨단소재 기업 '담금질' 

6.3%. 지난해 포스코의 4분기 영업이익률이다. 2005년 영업이익률 27%를 기록하며 믿기 어려울 정도의 수익성을 보였던 포스코의 실적이 10년이 채 지나지도 않아 급락한 것이다.

물론 2008년 미국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이 주원인이었다. 글로벌 경제가 급속히 후퇴하면서 건설·조선·자동차·가전·기계 등 전방산업이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포스코의 실적을 크게 악화시켰다. 최근 20년간 상위 30위권 내 철강업체 중 자리를 지켜온 기업이 5개에 불과할 정도로 포스코를 포함한 글로벌 철강업계가 살인적인 한파를 경험한 것이다.

권오준, 중국·일본 압박 ··… 고부가 제품으로 이긴다

지금 당장 숫자로 보이는 지표를 보면 포스코는 비난을 피하긴 어렵다. 과도한 다각화로 2008년 18조원대이던 부채는 지난해 말 38조원으로 2배로 불어났고 같은 시기 영업이익률은 17.2%에서 4.8%로 줄어들었다. 부채가 늘고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2011년 초까지만 해도 A2였던 신용등급이 지난해에는 Baa1까지 강등됐다. 크리스 파크 무디스 부사장은 “포스코는 과잉 투자로 부채가 쌓였기 때문에 Baa1 등급 수준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만큼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정준양 회장의 다각화가 실패한 전략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무역·건설·소재 등 비철사업의 비중을 확대해 철강업의 높은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했다는 점이 긍정적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2013년 철강사업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실물경제 악화에 따른 수요부진과 과잉공급으로 2012년에 비해 46% 감소했지만, 비철강사업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2012년 22.4%에서 2013년에는 29.1%까지 확대됐다. 한마디로 철강부문의 성장과 수익성 둔화를 비철강 사업으로 메운 셈이다.

포스코가 다각화로 수익원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여전히 철강이 차지하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비중은 압도적이다. 2013년 기준 포스코의 사업별·부문별 매출액 비중은 철강이 55%를 넘겨 차지했고, 영업이익 비중은 무려 73%를 기록했다. 즉, 철강사업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포스코의 실적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권오준 내정자는 포스코 부흥(復興)을 위해 철강 등 핵심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권 내정자가 고부가가치 강재에 역점을 둘 것으로 내다본다. 이유인즉 포스코의 고부가가치 철강제품 이익률은 15~20%로 전체 영업이익률 대비 두 배의 수익성을 내고 있어 글로벌 경쟁 철강업체 대비 차별적인 이익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제품의 꽃 자동차 강판에서 부진을 만회하다

포스코의 제품 중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강종은 자동차 강판이다. 포스코는 이미 25년 전부터 자동차 시장의 성장성을 예상하고 투자·연구를 지속해왔다. 그렇다면 포스코는 왜 자동차 강판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걸까. 김창호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강판은 ‘3고(高) 전략 제품으로 수익성이 좋고, 한 번 채택된 강판은 해당 자동차 모델이 단종될 때까지 꾸준히 공급할 수 있어 안정성이 높은 사업이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연속주조·연속압연의 제조조건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차세대 자동차용 초고강도 강인 TWIP강을 개발해 자동차 강판 시장을 공략했다. 일반적으로 철강 제품은 강도가 높으면 가공성이 떨어지지만, TWIP강은 이 같은 약점을 보완했다. 소재가 가볍지만 내식성이 강해 높은 가공성을 갖춘 것이다. 또 부품 두께가 얇아도 강도가 충분히 높기 때문에 연비 향상을 위한 차량 경량화에 쓰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유럽 철강업체도 TWIP강을 생산하고 있지만, 아직 포스코의 제품 경쟁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WTIP강 공정 시 망간(Mn, TWIP강의 합성원소) 첨가량이 증가하면 생산성, 도금 및 용접 특성이 떨어지는데 유럽업체는 이런 단점을 보완할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더욱이 비싼 망간 가격도 유럽업체에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포스코의 경우 2012년 망간 함량을 10% 수준까지 저감시킨 ‘망간저감형(Lean Mn)’ 강판을 개발해 비용을 줄였고, TWIP강을 적용한 전기차 차체를 독자적으로 설계해 26%의 경량화 효과를 확인했다. 이러한 TWIP강 원천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는 현재 이탈리아 피아트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향후 TWIP강의 전망도 밝다. 김 연구원은 “2020년 탄소배출량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각국 정부는 완성차업체에 작게는 40%에서 많게는 90% 이상의 연비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포스코의 TWIP강 공급 확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철강산업 승부처 ‘에너지 강재’ 시장 선점

최근 셰일가스 등 에너지 자원 개발 열풍이 일면서 가장 뜨고 있는 고급강은 바로 에너지 강재다. 에너지 강재는 석유나 가스 등 에너지원의 개발·생산·수송·저장 시설에 들어가는 철강재로 심해나 극지방처럼 고압이나 극저온 등의 열악한 환경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개발과 생산과정이 까다롭지만, 포스코는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2000년부터 에너지 강재 연구개발(R&D)에 투자한 포스코는 지금까지 총 23종의 강종을 개발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2월에 대우조선해양 원유시추 생산저장시설(FPSO)에 필요한 후판 전량 9만 톤을 공급한 데 이어 쉘사의 FLNG 프로젝트에 필요한 후판 전량을 공급했다. 세계 철강사 중 유일하게 후판 전량을 두 차례나 공급한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에너지 강재 시장에서 포스코를 위협할 철강사가 없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신일본제철이나 독일의 딜링거 제철소 등 소수의 철강사가 에너지 강재를 생산할 수 있지만, 품질은 포스코에 뒤처진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한국산 에너지 강재에 대한 반덤핑 과세 조사 가능성이 대두돼 향후 수출시장 확대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김윤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권 내정자는 ‘고객맞춤활동(EVI)’ 도입을 추진한 분인 만큼 포스코가 에너지 강재의 안전과 품질 기준을 최고로 유지한다면 포스코의 수출 전선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국산화율 1%’ 2차전지 소재시장 열다

포스코는 리튬소재부문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리튬 추출의 경우 포스코가 30여 건의 주요 기술을 국내외에 특허 출원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2012년에는 바닷물을 자연 증발시키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바닷물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리튬을 직접 뽑아내는 방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추출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였다. 특히 기존 방식으로는 최대 50%밖에 안 되던 리튬 회수율을 최소 80% 이상으로 끌어올려 경제성을 높였다.

변종만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튬 시장은 올해 15만 톤에서 오는 2020년에는 35만 톤(탄산리튬 기준)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포스코의 리튬추출기술이 상용화에 근접한 만큼 리튬시장을 주도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포스코는 2차전지 소재 분야 사업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차전지의 핵심소재는 크게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으로 나뉘는데 이 중 음극재는 국산화율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포스코는 자회사인 포스코 켐텍을 통해 포스코의 제철 과정이나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코크스를 음극재 소재로 재활용할 계획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전기자동차 전지용 음극재를 첫 출하했다”며 “전기차 시장이 점차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포스코의 음극재도 그에 상응하는 매출을 기록할 것이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