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19곳, 애플 12곳···글로벌 IT는 지금 미래 먹거리 전쟁중

축구 경기에서 상대방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하려면 공이 아닌 발을 봐야 한다.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기업을 사고팔았는지를 보면 그 기업이 지향하는 미래 전략의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소규모 기업 인수를 통해 자사 제품에 필요한 기술을 채워나가며 미래 핵심 역량을 선점하고 있다. 특히 IT 업계는 스마트폰 시장이 정점을 찍은 이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IT 거인들의 인수·합병(M&A)은 글로벌 IT 업계의 향방을 점치는 데도 좋은 잣대가 된다.

영역파괴의 시대, M&A가 생사 가른다

최근 들어 IT 업계 전반에서 M&A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 산하의 기업정보 제공 업체 Mergermarket에 따르면 2013년 상반기 전 세계 M&A 거래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2.5% 감소했지만, IT 업계의 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IT 업계에서 인수·합병(M&A)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이유는 IT 자체의 기술 혁신이 빠르게 진행돼 모든 신기술을 일일이 대응할 수 없고, IT와 타 산업의 융합으로 필요한 기술 영역이 크게 확장됐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보다는 검증된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기술 확보 방법이 된 것이다. 또한 IT 기업들은 그동안 충분한 실탄을 확보해놓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IT 기업들은 ‘나 홀로 성장’을 거듭하면서 막대한 현금을 축적해왔다. 여기에 경쟁에서 밀려난 기업들이 대거 매물로 나오면서 글로벌 IT 업계의 대대적인 새판 짜기에 불이 붙은 것이다.

최근 IT 업계 M&A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영역 파괴다. 현재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는 주요 IT 기업의 초기 핵심 사업영역을 살펴보면 그 출발점이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애플은 하드웨어 단말, 구글은 온라인 검색,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 아마존은 e-커머스, 페이스북은 SNS가 사업의 시발점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들 기업은 자사를 중심으로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가치 사슬을 구축해 수익을 창출하는 유사한 사업 모델을 취하고 있다. 한마디로 콘텐츠 업체, 플랫폼 업체, 단말기 업체 등 기존의 영역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이 때문에 서로 다른 수익 모델을 갖고 있던 기업들이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상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최근 불거진 M&A 전쟁도 이 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더욱이 이들 사업영역은 자동차, TV, 의료기기, 물류까지 확대하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은 서로 경쟁력의 원천인 생태계 확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쟁 접점을 타 산업으로까지 넓혀가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구글과 애플의 경쟁은 ‘모바일’에서 ‘자동차’로 갈아타려 한다. 자동차는 그 자체로 달리는 디지털 기기로 변하면서 시동을 걸고, 달리고, 멈춰서는 그 순간까지 일련의 과정이 IT와 긴밀히 결합돼 있다. 틸로 코슬로스키 가트너 연구원은 “자동차야말로 궁극의 모바일 기기가 돼가고 있다”면서 “애플과 구글이 자동차 분야에서 제휴사를 늘리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도 IT 기업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핵심 사업 부문을 바탕으로 서비스 외연을 확장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고 이로 인해 기업 인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저것 다 잘하고 싶은 구글

구글은 2014년이 시작된 지 채 두 달이 되지 않았지만 벌써 2개의 기업을 삼켰다. 지난해에는 공식적으로 무려 19개 기업을 인수했다. 구글이 이토록 무서운 속도로 기업 사냥에 나선 것은 단기간의 ‘영토확장’으로 산업 전반에 걸쳐 자신만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구글은 1998년 설립 이래 검색 엔진 및 인터넷 광고에 주력해왔지만, 검색 엔진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IT 업계가 진화하면서 새 시장 모색이 절실해졌다.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 유튜브, 더블클릭 등을 인수하면서 검색 엔진 및 인터넷 광고라는 고유 영역을 넘어 IT 각 분야에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구글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외형 확장을 더욱 가속화했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M&A 거래 30건을 분석한 결과 구글은 풍력터빈 제조업체, 글라우드 컴퓨팅 기술업체, e-커머스 기술 보유 업체 등을 포함할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이다. 구글은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생태계 강화, 상거래 로봇 분야를 중심으로 M&A를 지속해왔다. 이에 미국 경제 방송 CNBC는 “최근 구글의 M&A는 OS를 바탕으로 미래 만물인터넷’ 구상에 접근하기 위한 것”이라며 “스마트폰을 뛰어넘어 스마트안경, 스마트홈 스마트 로봇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해 구글 월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사람-사물-공간이 인터넷 생태계로 편입되는 만물인터넷을 위해 우선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강화했다. 안드로이드라는 하나의 범용 OS를 통해 향후 출시될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 기기들이 각기 다른 하드웨어, 특화 기능,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나선 것. 특히 최근 들어 시계, 안경 등 다양한 형태로 스마트 기기들이 구현되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스마트폰에서 사용되고 있는 앱, 서비스의 분야가 점차 시계, 밴드, 안경 등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제공되고 있으며,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의 보편화, 빅 데이터 처리/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이러한 추세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선점하고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구글의 M&A 행보가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DNNresearch 인수도 이러한 구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DNNresearch는 신경망 연구조사업체로 언어와 이미지 인식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구글은 DNNresearch를 통해 텍스트 입력이 불편한 시계, 안경, 자동차에서 인공지능 기능을 구현하고 음성파일, 이미지 동영상 등의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신경망 기술을 구글 무인 자동차, 구글 글래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 접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플러터 인수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플러터는 웹캠을 이용해 사용자의 손동작을 감지해 각종 미디어를 제어할 수 있는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씨넷에 따르면 구글이 크롬북, 크롬 브라우저에 화상인식 기능을 도입할 가능성이 매우 크며 립모션(LeapMotion) 같은 별도의 센서 장치 없이도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구글 글래스와 구글 무인 자동차에도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에는 구글이 온도조절장치와 화재경보기를 만드는 네스트랩스를 인수하면서 스마트 홈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네스트랩스가 만드는 네스트 서모스탯(Nest Thermostat)은 단순한 온도조절기가 아니라 인공지능과 통신기능을 갖고 있는 스마트 콘트롤러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가전제품, 에너지, 화재 등을 관리하고 조절할 수 있고 패턴 학습과 인공지능을 통해 스스로 최적의 온도 수준을 찾아 설정한다. 스콧 데빗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구글이 네스트와 결합해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를 가정용 인공지능 에너지 및 보안 시스템에 적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데이빗 개리티 GVA리서치 연구원은 “구글이 스마트홈을 시작으로 사물인터넷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스마트홈까지 진출하면서 생활 전반을 장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PC와 스마트폰에서 경험했듯이 사물인터넷의 운용체계(OS)와 시장표준을 선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구글이 인수한 기업 중에 눈에 띄는 분야는 ‘로봇’이다. 구글 내 차세대 로봇연구와 개발을 맡은 ‘구글 로보틱스 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벤처기업 ‘샤프트’ 등 로봇 관련 업체 8곳을 인수했다. 구글이 인수한 이들 로봇업체들은 로봇 팔 구동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 물건을 정교하게 쥐는 기술, 컴퓨터 시각 기술 등에 특화된 업체들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구글이 포장 배송을 포함한 로봇 자동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장에서 만든 물건이 소비자 집 앞에 배달되는 전 과정을 로봇이 해내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8곳이나 되는 전문 로봇업체를 인수한 만큼, 적어도 아마존처럼 배송 시스템을 기계화하는 수준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더욱이 딥러닝 기술을 개발 중인 딥마인드를 인수하면서 사람의 사고방식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에 착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딥마인드는 신경과학자 출신 프로그래머 데미스 하사비스와 셰인 레그 연구원 등이 공동 설립한 것으로 컴퓨터에게 사람의 사고방식을 가르치는 기술인 딥러닝을 개발 중에 있다. 로봇 제조업체 아이로봇의 콜린 앵글 CEO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딥마인드의 인수는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을 융합하려는 의도”라며 “노인들이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로봇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잇따른 기업 인수로 반등에 나선 애플

애플은 지난해 10개 이상 기업을 사들였다. 구글처럼 관심 분야의 폭은 넓지 않았지만 M&A를 통해 새로운 분야에 대한 모험과 동시에 기존 기술 로드맵의 완성도를 점차 높여갔다. 지난 1년간 애플의 M&A 동향을 살펴보면 네비게이션, 3D 센서, 데이터 분석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 분야는 콘텐츠 사업 확대와 연관돼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향후 애플이 단말 이용자를 기반으로 콘텐츠 사업을 강화해 수익 창출의 기반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로 파악했다.애플은 기본적으로 자사 하드웨어 단말과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콘텐츠 및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단말 매출과 콘텐츠 판매 수수료를 얻고 있다. 즉 iPhone, iPod, iPad 판매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패쇄된 생태계 안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한다.

단말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선 그들의 패턴을 분석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다. 애플이 최근 데이터 분석 업체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도 이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와 광고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가장 최근에 인수한 기업도 톱시라는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다.

톱시는 트위터 이용자들이 올린 트윗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심리를 추적하는 분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은 톱시의 트위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 성향을 세부 분석, 아이튠스나 시리 등에 자동 추천·맞춤 정보 제공을 늘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톱시랩을 어떻게 이용할 계획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이튠즈 라디오 서비스와의 연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톱시랩을 통해 트위터에서 자주 거론되는 음악가나 최신 트렌드를 알아내 아이튠즈에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인수한 큐(CUE)도 톱시를 인수한 배경과 맞닿아 있다. 큐는 e메일 정보를 기반으로 사용자 맞춤 서비스를 지원하는 앱이다. 오늘 누구와 약속이 있는지 알려주고, 사용자가 어디 있는지 파악해 위치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매일 가는 버스정류장 근처에 가면 항상 타는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스스로 알려주는 지능형 개인비서 서비스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술을 탑재해 사용자에게 맞춤형 광고와 검색기능 강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애플은 3D 센서 기술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시리를 통해 음성으로 IT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애플은 한 발 더 나아가 동작인식을 기반으로 한 휴먼인터페이스 도입으로 사용자 환경을 더욱 진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프라임센스 인수도 이러한 애플의 목표를 설명해주고 있다. 프라임센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콘솔 엑스박스360(Xbox360)용 동작인식 기능 ‘키넥트’의 핵심 기술을 개발한 업체다. 프라임센스는 특히 3D 동작 인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애플 TV 를 포함하여 다양한 제품에 동작인식 기술을 접목할 수 있게 돼 음성 입력과 동작인식 기술이 합쳐진 강력한 휴먼인터페이스 생성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작 인식은 음성 인식에 이어 차세대 디바이스에 필수적으로 적용되며 UI 의 혁신을 이끌어낼 중요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관련 분야에서 애플의 인수 및 투자 움직임이 조만간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애플은 지도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잇따라 인수했다. 경쟁사인 구글은 Google Maps, Street View, Google Earth 등의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며 디지털 지도 시장에서의 지평을 넓혀갔지만 애플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 결과 구글 지도 서비스가 애플 자체 지도 서비스보다 뛰어나 모바일 단말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iOS에서 아드로이드로 돌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플은 실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업체인 와이파이슬램과 지도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브로드맵 등을 꾸준히 사들였다. 그 덕분에 애플은 ‘인터랙티브맵(Interactive Map)’으로 불리는 지도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에서 손가락 터치만으로 사용자 기준에 맞는 다양한 레이어(지도의 개별 정보층)를 보여주고, 두 지점 간 경로까지 계산해주는 지도 앱이다. 향후 애플의 인터랙티브 지도 제작은 여러 단계의 기술개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구글 지도 서비스를 대항할 만큼 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국내기업들의 ‘M&A 의지’, 새 성장동력 ‘진주’ 찾을까

구글은 10여 년간 유튜브, 모토롤라 등 130여 개 기업을 인수하며 성장해왔다. M&A에 소극적이었던 애플도 2013년 13개 기업을 인수하며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기업 인수에 소극적이었던 노키아, 소니, 닌텐도 같은 정상 기업들은 내부 역량에만 의존한 나머지 깊은 나락에 빠지고 말았다. IT 기술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혼자 힘으로는 기술 혁신 속도를 따라갈 수 없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연구·개발(R&D)보다 ‘연결과 개발’이 더 중요해졌고 기업 인수를 통해 자사 제품에 필요한 기술을 채워나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기업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국내기업은 M&A에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M&A 혐오증’에 빠져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적극적인 M&A 전략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과거 인수 대상을 잘못 선정해 피해를 본 적이 많았고 외국 기업을 경영할 역량 또한 부족했다. 게다가 피인수 기업 직원들도 ‘신흥국 2류 기업’에 인수된 것에 불만을 갖고 떠나기 바빴다. 그러나 이제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경영 능력과 브랜드 파워를 크게 키웠기 때문에 M&A 역량을 충분히 갖추었다. 최근 2~3년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쏠쏠한 M&A 실적을 신고하고 있으나 하드웨어 분야가 대부분이다. 소프트웨어 쪽을 포함해도 건수와 규모 면에서 현저히 떨어진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IT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고려할 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IT 기술 혁신을 따라잡기 위해선 소프트웨어에서 새로운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지적에 답이라도 하듯 지난해 전 세계 애널리스트들을 불러놓은 자리에서 앞으로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상훈 경영지원실 사장(최고재무책임자)은 “솔직히 그간 인수?합병에 소극적이었지만,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보유한 현금을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금성 자산만 50조원을 쌓아 둔 삼성전자이니만큼, 앞으로 어떤 인상적인 인수·합병 딜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