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는 미(美)에 대한 욕구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많은 미술인과 이와 관련된 분야의 관계자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술의 순수 창작 분야인 회화나 조각, 디자인 이외에 미술에 관련된 미술사나 평론, 큐레이터 등을 전공한 대학 졸업자는 한해에 수천여 명에 이르고 있다.

또한 사진, 애니메이션, 3D, 영상 등 학원이나 대학이 운영하는 평생교육원까지 합친다면 그 인구는 배로 늘어난다.

1990년대 후반 IMF로 인한 경제 위기는 창작 생활에도 많은 어려움을 주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돕기 위해 문화예술진흥원에서는 예술창작 지원 활동을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작업공간을 마련해주는 레지던스 프로그램(1997년)이다. 논산과 강화 스튜디오를 시발점으로 국·공립 공공기관이나 미술관 등이 점차적으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현재 크고 작은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체는 국내에 약 40개 정도가 있다. 창작스튜디오 입주 기간은 대부분 1년이지만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2년에 이른다. 또한 이름이 좀 알려진 창작스튜디오는 30~40: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창작 공간보다 수요 활성화 대책을
최근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창작 공간 지원뿐만 아니라 국제 교류, 오픈 스튜디오, 학술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평론가나 큐레이터 등의 빠른 행보가 요구되기도 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국·공립 창작 스튜디오의 경우, 모든 예산이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축제, 페스티벌, 거리예술제 등에 입주 작가의 참여가 의무시 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작가들이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일정기간 내에 정해진 숫자만큼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압박감도 만만치 않다.

국·공립 창작 스튜디오 중에는 외국인 작가를 대상으로 레지던스 장학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창작 공간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발전, 더 나아가 문화적 정체성의 활성화로 국제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그러나 설립 목적과 운영 계획이나 인식 부족으로 인해 많은 재정이 낭비되고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예술 창작을 위해 개인 작업실, 국·공립 공공기관이나 미술관 등이 운영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 등은 모두가 창작을 위한 시설이라 할 수 있다.

공급만 있는 것이다. 공급을 늘리는 만큼 수요를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되어야 하지만 지자체나 국·공립 공공기관들은 레지던스 프로그램이나 문화센터, 공공전시관 등 실적에만 매달리고 있다.

다시 말해, 미술시장 활성화와 미술인들의 경제적 안정도 꾀하기 위해서는 공급 체계보다는 수요의 한계성을 극복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예술 창작촌으로 자리 잡기 전까지 중국 베이징의 ‘다산쯔(大山子) 798’은 사회주의 통일 계획에 따른 공장지대였다.

이곳은 1951년 소련의 원조를 받아 세워졌고, 그 후엔 동독의 도움으로 동베를린의 공장지대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졌다. 798, 751 같은 번호는 당시 생산되는 군수물자의 성격에 따라 매겨지는 숫자였다.


중국 ‘다산쯔 798’이 성공 사례
1984년부터 이곳에는 전위작가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고, 1995년에는 중앙미술학원이 706공장지대로 옮겨옴에 따라 예술가들의 중심 무대가 되었다.

아직도 공장지대가 그대로 가동되는 곳도 있다. 또한 당시의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려는 노력도 곳곳에 남아 있다.

창작 공간인 작업실과 수요자를 이어주는 화랑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또한 옛 정취를 느끼게 하는 리모델링 공간, 거리의 시선을 끄는 조각 작품들 그리고 카페와 음식점, 서점, 선물가게 등 편의시설도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작품 이외에 흥미로운 볼거리들이 많이 있다.

또한 798 예술지대의 지속적인 활성화를 위해 798스페이스는 해마다 봄이면 ‘798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최근 세계적인 갤러리인 ‘UCCA 갤러리’가 이곳에 자리 잡음으로써 첨단 현대미술의 감상 기회도 생겼다. 이러한 모든 여건들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홍보매체인 잡지다. 이들 대부분은 무가지로 발행되고 있으며 최근 미술시장의 흐름을 다양한 시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의 원활한 흐름을 돕는 잡지 발행이나 지속적인 관심을 끌게 하는 페스티발, 접근성 용이한 위치 등이 예술지대의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798 예술특구를 중국 미술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조금씩 옮겨놓고 있다.

김상일 문화 전문기자 human3ks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