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최고경영자(CEO)에게 ‘역경’은 성공의 자양분과 같은 존재다. 숱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얻게 된 자신감과 도전정신으로 더 큰 도약과 발전을 이뤄내기도 한다.

‘장애’ ‘여성’ ‘낮은 학력’ 등 출발선상에서부터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던 CEO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견뎌가며 끊임없이 ‘두려움’과 ‘좌절’을 이겨나가야 했고, 남들보다 2배, 3배 더 노력해야 했기에 그들은 ‘신화’로 기억된다.

조서환 세라젬헬스앤뷰티 대표
“힘들 때마다 희망의 끈 놓지 않았죠”

KTF의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브랜드 ‘쇼(Show)’로 돌풍을 일으키며 ‘마케팅 귀재’의 명성을 얻었던 조서환 전 KTF 부사장. 그는 올 초 글로벌기업 ‘세라젬헬스앤뷰티’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전히 그는 열정적이고 바빴다.

4월 한 달 만 해도 해외 출장을 다니느라 국내에 며칠밖에 머물지 못한다고 한다.
조 대표는 육군 소위로 복무하던 시절, 훈련 중 수류탄 폭발 사고로 오른손을 잃었다.

그때 그의 나이는 고작 스물셋. 그가 인생 최대의 고비를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긍정의 힘’이었다. 조 대표는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운 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꿈을 갖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다른 길이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고민 끝에 영문과에 진학했고, 이후 애경에 입사했다.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편견으로 직장생활은 만만치 않았지만, 실력으로 승부하며 마케팅 분야에서 빠르게 인정받았다. 결국 만 35세에 임원이 돼 꿈에 그리던 ‘별’도 달았다.

애경 ‘2080치약’ ‘하나로샴푸’, KTF의 이동통신 브랜드 ‘나(Na)’와 ‘드라마(Drama)’를 크게 히트시켰고, 미국 다이엘사·스위스 로슈사 마케팅 이사, 애경산업 마케팅 상무, KTF 마케팅 상무와 전무를 거쳐 KTF 부사장까지 역임하며 감동의 성공 드라마를 연출했다.

면접장에서 그를 직접 발탁한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조서환 박사는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그의 인생을 보람과 성공으로 전환시켰다”며 “올바른 생각을 하고 이에 부응하는 적극적인 행동과 실천만이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장본인”이라고 평가했다.

신순희 모든넷 대표
“열정으로 장애·여성·지방 편견 극복”

최근 경영계에 성공한 여성 CEO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남성’이라는 주류 속에 ‘여성’이라는 편견을 극복했기에 그들의 성공은 더욱 값지다.

그 중 ‘장애’와 ‘지방 사업장’이라는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 성공한 여성 벤처기업인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CEO가 있다. 그 주인공은 교육시스템 개발업체 모든넷의 신순희 대표다.

그녀는 평범한 주부에서 연구원으로 변신한 데 이어 매출 57억 원(2009년 기준)의 중견 벤처기업을 일궈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부산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가정주부의 삶을 살던 신 대표는 우연찮게 컴퓨터그래픽을 공부하면서 IT에 눈을 돌렸다. 1994년 ‘대한민국 컴퓨터그래픽 대전’에서 수상하며, 그해 대전시스템공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해 새 삶을 시작했고, 97년 10월 모든넷을 창업했다.

신 대표는 창업 초기 여러 가지 어려움을 딛고 끊임없는 노력과 실력으로 승부한 결과, 국내 최초로 모니터형 전자칠판 ‘펜스론’을 개발해 유명세를 탔다. 이후, 전자칠판을 주력으로 멀티미디어 및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 검색엔진, 웹 메일 개발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신 대표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일에 대한 열정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여성 사업가라는 것, 어린시절 앓았던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하다는 것도 그녀는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대표
“오직 실력 승부…IB 전문가로 ‘우뚝’”

지난해 2월10일, 신한금융그룹은 대대적인 경영진 인사를 발표했다. 당시 새로 선임된 경영진 중 유독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이가 있다.

바로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대표다. 고졸 출신 CEO일 뿐만 아니라 신한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는 화제를 모았다.

신한금융그룹 측은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폭넓은 네트워킹, 자본시장통합법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역량, 투자은행(IB) 부문의 전문성 등을 고려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1972년 동지상고를 졸업하고 82년 창립 멤버로 시작해 CEO의 자리에 오른 이 대표는 샐러리맨의 롤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단대동·안국동·자양동지점장, 여의도중앙기업금융지점장 등을 거쳐 2003년 기업고객지원부 영업추진본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1년 8개월 만에 신한은행 대기업·IB 담당 부행장으로 승진하면서 IB 업무를 진두지휘했다.

굿모닝신한증권 대표로 취임한 이후 그는 ‘신한금융투자’로 사명을 바꾸는 파격적인 시도로 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의 공격적인 경영 방식과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영업 일선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통이다. 철저히 개인의 능력만으로 평가받는 신한은행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기반으로 현장에서 유감없이 발휘된 그의 실력이 오늘날의 이휴원 성공신화를 창조해 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