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 단위 하비홀릭 대거 등장
스포츠에 열광하는 팬들이 폭증하면서 스포츠 관련 용품 공급·판매업체는 연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경기관람을 마치고 용품점을 찾은 직장인들이 용품 구매 후 취재진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업체인 롯데닷컴이 최근 발표한 ‘2009년 연간 야구용품 판매 실적’에 따르면 2008년에 비해 무려 291%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이곳에서 팔린 용품은 어린이용 야구용품과 여성용 유니폼, 각종 모자는 물론 프로 선수급 용품까지 다양하다.

롯데닷컴 관계자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WBC 준우승 이후 매출이 대거 늘어났다”고 말했다.

특히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 예능 프로그램 ‘천하무적 야구단’이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야구를 직접 즐기려는 인구가 크게 늘어 야구용품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부산 사직야구장 내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의 프로야구 용품매장 ‘자이언츠 숍’ 역시 역대 최고의 매출액을 올리며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자이언츠 숍은 롯데자이언츠 야구단 직영 용품매장으로 페넌트레이스 6개월 간 무려 2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온라인 쇼핑몰 수입 15억 원까지 합하면 이 매장의 총 수입은 35억 원 가량 된다. 이 금액은 지난해 수입액인 27억 원보다 33% 늘어난 수치며, 역대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단일 매장에서 올린 최고 수입액이기도 하다.

잠실야구장에 위치한 LG트윈스 용품매장 역시 골수 팬들의 꾸준한 성원 속에 매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야구 성적은 최근 8년 간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마케팅 성적만큼은 늘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LG트윈스의 자체 분석 결과 용품매장의 매출 상승에는 여성 팬들의 증가가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트윈스 정성태 마케팅팀장은 “용품매장을 찾는 고객의 약 40%는 여성 팬”이라고 전했다. 정 팀장은 “준수한 외모와 뛰어난 실력을 겸비한 선수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여성들과 야구 사이의 거리감이 한껏 줄어들었다”고 평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자전거의 매출도 크게 오르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디앤숍의 자체 집계 결과 지난 3월 자전거 판매량이 전월 동기에 비해 3배 가량 증가했고, 헬멧과 사이클 전문 의류 등 부수 장비에 대한 판매량도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 오픈 쇼핑몰 11번가에서도 같은 기간 자전거 관련 용품 매출이 전월 대비 60% 가량 증가했고, 인터파크도 전월 대비 매출이 70% 증가한 것으로 자체 집계 결과 나타났다.

이외에도 야외 활동이 한결 수월해지면서 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DSLR), 등산용품, 낚시용품 등 아웃도어 취미용품의 판매량도 봄바람을 타고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회사에서 퇴근 후 낚시 용품점을 찾은 직장인들이 낚시대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월드컵 신드롬에 유통업계 큰 기대
업계 관계자들은 2010년이 하비홀릭 양산의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가 차츰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는데다, 월드컵, F1 그랑프리,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줄줄이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동계올림픽에서 빙상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냈을 때, 스케이트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이 가장 최근의 예.

무엇보다 6월에 열릴 남아공월드컵이 하비홀릭 증가세의 최고점이 될 전망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6년 독일월드컵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 올해 월드컵도 하비홀릭을 대상으로 한 각종 마케팅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과 KT 등 이동통신업계는 이미 월드컵을 겨냥한 마케팅을 시작했다. 대형 유통업체 역시 마케팅의 초점을 월드컵으로 맞추고 있다.

개막일이 50여 일 남은 가운데 축구공, 축구화 등 축구용품은 물론 길거리 응원을 위한 응원용품의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옛 동대문운동장 주변 지하상가에 늘어선 축구 유니폼 판매업소 역시 월드컵을 맞아 고객층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공격수), 웨인 루니(잉글랜드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 공격수), 프랭크 램파드(잉글랜드 미드필더) 등 월드컵에서 큰 활약이 예고되는 월드스타들의 유니폼이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등 코리안 프리미어리거의 유니폼은 물론 수원 블루윙즈와 FC 서울 등 국내 프로축구 K리그 인기구단의 유니폼도 심심찮게 팔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축구용품 이외에도 마라톤용품과 배드민턴용품, 휴대용 악력기 등 계절에 상관없이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용품도 이곳 상가에서 많이 팔리고 있다.

하비홀릭족을 위한 카드업계의 노력도 눈에 띈다. 삼성카드는 마라톤 마니아를 위한 카드 ‘42.195 삼성오일앤세이브 카드’를 최근 출시했다.

이 카드로 국내 주요 마라톤대회 참가비를 결제하면 30% 할인 혜택을 준다. 또한 마라톤 개인기록을 경신하면 최대 10만 원 상당의 삼성 기프트 카드를 지급하고, 런너스클럽 오프라인 매장과 파시코 매장에서 마라톤용품을 이 카드로 결제하면 최대 20% 할인 및 적립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씨카드는 레포츠 카드로 고객몰이에 나섰다. 이 카드는 여가활동의 증가로 레저활동에 관심이 많은 3040 고객층을 위한 신용카드로 스포츠, 영화, 레저, 쇼핑, 주유분야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씨카드 이현식 과장은 “스포츠를 겨냥한 마케팅은 투입 예산 대비 훨씬 높은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