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앞에 선 약자를 위한 승리 지침서

 

 

 

 

 

<다윗과 골리앗>

말콤 글래드웰 지음/ 선대인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따금 ‘약자인데도’ 이기긴 한다. 실제로 정치학자 이반 아레귄 토프트의 연구에 의하면, 강대국과 약소국의 전투에서 약소국이 이길 확률이 28.5% 정도는 된다.

하지만 저자는 적극적이다. ‘약자라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베트남의 게릴라전처럼 강대국의 룰을 따르지 않고 다르게 접근한 전투에서는 약소국의 승률이 63.6%까지 올라가는 게 사실이다.

저자는 거인과의 싸움에서 당연히 거인이 이길 것이라는 가정은 ‘잘못된 통념’이니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자는 그의 강점이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며, 약자도 약자가 아니라면 생각하지 못할 강점들을 종종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통념과 달리 강자는 자주 약하고, 약자는 보기보다 강하더라는 얘기다.

저자는 3000년 전 팔레스타인 엘라 계곡에서 이스라엘과 블레셋의 대표 전사 다윗과 골리앗이 맞붙었던 희대의 대결을 ‘약자라서’ 승리할 수 있는 증거로 삼는다. 이 사례를 통해 전쟁, 스포츠, 정치 그리고 일상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약자가 이길 수 있는 승리의 원리를 도출한다.

이 책에는 거인을 이겨낸 다윗들의 아홉 가지 실화가 담겨 있다.

패스와 드리블, 슛 능력이 없는 농구 선수들이라면 승리를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비벡 라나디베 감독은 팀의 치명적 약점들을 통해 승리의 전략을 이끌어 냈다. 농구 문외한인 라나디베 감독은 마치 미식축구처럼 엄청난 압박수비를 무기로 삼았다. 물론 대안이 없어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기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난독증에 걸려 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었던 소년 데이비드 보이스는 청각을 발달시켜 들은 내용을 적지 않고 암기하는 능력을 키워야 했다. 그 결과 보이스는 미 정부를 대변해 MS 반독점 소송을 담당한 유명 변호사가 될 수 있었다. 난독증은 개인에게 커다란 시련이지만,그 독특한 시련의 장점을 활용하여 승리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케아 대표, 골드만삭스 회장 등 성공한 기업가 중 3분의 1이 난독증을 겪고 있다는 것이 런던시립대학교의 연구 결과다. 저자는 이를 ‘바람직한 역경’이라고 설명한다.

역으로, 긍정적이고 유리해 보이는 모든 장점에도 치명적인 약점과 나약함이 숨겨져 있다. 보통 학급의 학생 수가 적을수록 학업 성취도가 높다고 생각하지만 학생 수가 너무 적으면 동료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들도 줄면서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게 된다. 부모의 재산이 많을수록 자녀 양육이 수월할 것 같지만, 어느 수준 이상에서는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

명문 대학이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것이 아니다. 더 낮은 대학에 가서 우두머리로 활약하며 성장하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상대가 나보다 유리한 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무조건 포기할 필요도 없고, 자신이 가진 유리한 점들을 지나치게 과신해서도 안 된다.

저자는 <블링크> <티핑 포인트> <아웃라이어> 등 세계적 베스트셀러를 펴낸 말콤 글래드웰이다. 무엇보다 책이 재밌다. 읽다 보면 교훈들이 툭툭 와 닿는다. 따라 하기가 꺼림칙한 기존의 경영-처세-자기수양 서적들과 달리 일반화하기에 별 무리가 없다. 유명 저자의 신간이라서가 아니라, 읽어보니 권할 만하다. <편집인-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