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증시는 시장 참가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어 시장이 좁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코스피지수(1월 20일 기준)를 기준으로 거래대금은 3조원대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2조원대를 기록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났다.

이러한 투자심리 위축은 기업 실적에 대한 불안감과 양적완화 축소 규모 확대에 대한 우려가 맞물려 생겨났다. 주가의 움직임에는 펀더멘털과 수급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지만 그중에서도 기업이익이라는 펀더멘털 요소가 중장기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이후부터 한 달 사이 2013년 4분기 기업이익 추정치는 11% 이상 하락했다. 국내 우량 기업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과 불안감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이는 최근 추세에 비해 큰 폭의 하락이었지만 절반 이상이 삼성전자의 실적 하락에 기인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2월 말 컨센서스 대비 약 1조9000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4분기 실적 추정치의 하향 조정에 비해 2014년 총 기업이익 추정치는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적은 상황이다.

‘양적완화 축소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시장이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증시 불안 요소였다.  12월 양적완화 축소는 이미 시작됐고 이번 축소도 예상됐던 수순이지만, 세계 증시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1월 FOMC를 앞두고 지난 1월 23일, 다우존스 산업평균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1% 넘게 내렸다. 영국, 프랑스, 독일 증시도 1% 정도 하락했다. 미국의 산업 관련 지표가 예상치를 밑돈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아시아도 마찬가지다. HSBC가 발표한 1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기준선인 50 아래로 떨어지자,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홍콩 항성지수, 홍콩 H지수, 대만 자취안지수, 일본 닛케이 평균 모두 하락했다. 중국의 자금시장 경색과 제조업 둔화로 중국 경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어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으로 눈을 돌려도 전망이 밝지 않다. 전날 발표된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과 비교해 3.9% 성장했지만, 전 분기와 비교하면 0.9% 성장하는데 그쳤다. 2분기 만에 다시 0%대 성장으로 낮아진 것이다. 기저효과로 성장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그 탄력은 감소하는 추세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위축된 투자심리로 인해 방향성 없는 증시가 이어질 수 있지만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과 FOMC의 일관적인 양적완화 축소 정책 실시 등 투자심리 회복을 위한 조금의 모멘텀이 나타난다면 상반기, 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방향성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하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이다.

지난 1월 28~29일(현지시각) 열린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자산매입 규모를 현재의 750억달러에서 100억달러 더 줄인다고 발표함으로써 Tapering 기조를 확실시 했다. 이로써 시장은 방향성을 잡고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상반기 증시는 미미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호전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1) 가격 모멘텀 회복 2) 실질금리 하락에 의한 자금 전환 3) 기업 실적 회복 4) 양적완화 축소 규모 확대에 대한 우려 감소가 5~6월 본격적인 주가 강세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선진국과 매크로 이슈의 기세가 강한 1분기에는 피강자보(彼强自保), 즉 ‘지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2분기에는 모멘텀 주식으로 진입하는 것이 좋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코스피 연간 밴드는 1930~2320pt가 예상된다. 상반기에는 반도체/유틸리티/은행을 선(先)매수하고, 다음 전략으로 실적·수익성 회복이 기대되는 화학/조선/운송/금융주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