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가 1889년 이화학당 설립 이후 128년 만에 최초로 ‘금남(禁男)의 벽’을 허물기로 했다. 총장직을 남성도 맡을 수 있도록 자격 규정을 개정한 것이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이화여대 법인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제15대 총장 자격 규정을 ‘여성에 한정함’에서 ‘여성에 한정하지 않음’으로 개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로써 현 김선욱(62세) 총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7월 말 이후 남성 총장 후보가 거론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사회 참석자들은 “여성으로만 한정한 총장 입후보 요건이 적절치 않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성별과 상관없이 가장 훌륭한 총장을 모셔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총장 자격 요건 변경이 상정돼 이사 7명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하지만 이번 개정과 관련해 이화여대는 아직까지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직 총장후보추천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았다.

국내 4년제 여대(광주∙덕성∙서울∙성신∙숙명) 가운데 가운데 총장 선출에 성별 제한을 둔 대학은 이화여대뿐이었다. 숙명여대는 1958년 취임한 제2대 김두헌 총장부터 제9대 차낙훈 총장까지 남성이었으며, 덕성여대와 동덕여대는 현재 총장이 남성이다. 서울여대는 규정은 없지만 남성이 총장으로 선출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화여대는 제1대부터 제6대까지 외국인 여성이 총장이었고 제7대 김활란 총장, 제8대 김옥길 총장, 제9대 정의숙 총장, 제10대 윤후정 총장, 제11대 장상 총장, 제12대 신인령 총장, 제13대 이배용 총장을 거쳐 현 김선욱 총장이 이끌어왔다.

이화여대는 오는 3월 법인 추천위원 7명과 교수 대표위원 23명 등 35명으로 구성되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린 뒤 예비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오는 4월 25일까지 투표를 통해 최종 총장 후보자 3명을 선정한다.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은 채 법인 이사회에 추천하고 최종 선출은 법인 이사회가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