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S글로벌인사이트 주최·아시아경제전략연구소 주관 국제 세미나
“한국 경제 성장률 3.8% 전망”…“한국기업,해외 공략 적극 나서야”


“해외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가격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참고할 만한 견해가 있습니까?”

“미국 경제에 주택 불안이 미치는 영향은 어떻습니까. 더 나빠질 가능성은 없습니까?”

“중국 경제에는 지속적인 성장이 있을까요?”
세계적인 미래경제 예측기관인 IHS글로벌인사이트가 주최하고 <아시아경제>와 <이코노믹리뷰>가 공동 후원하는 ‘2010 세계경제예측 세미나’에 참석한 애널리스트들의 발표가 끝난 뒤 질문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환율, 미국 경제, 중국의 신용 리스크까지 국내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변국 경제 환경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아시아미디어그룹의 싱크탱크인 아시아경제전략연구소 주관으로 3월23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오전 7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세미나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국내외 산업·금융 관련 기업체 전략 기획 책임자들과 각계 연구소의 리서치 담당자들이 대거 참석, 성황을 이뤘다.

지베시코 타버나키 IHS글로벌인사이트 매니징 디렉터는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올해 세계 경제는 회복 국면에 접어들며 약 3.2%의 성장을 이룰 것”이라며

“평균 3.5~4%의 성장을 이룬 지난 20년보다는 성장세가 다소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2011~2012년에 가면 전년 대비 실질 GDP에도 변화가 있을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3.8%로 전망했다. 수출 중심 사업, 자본재 섹터의 단기 전망이 밝고 금융 섹터는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타버나키 매니징 디렉터는 또 “미국이나 유럽,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는 당분간 괄목한 만한 성장 추세는 없을 것”이라며

“한국은 선진국 시장에서는 시장점유율 유지 전략, 이머징 일부 시장에서는 성장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진국 약세, 이머징 마켓이 성장 주도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강조됐던 것은 ‘이머징 마켓’의 성장이었다. 타버나키 매니징 디렉터는 “지난 6개월간 꾸준히 경제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중국 등 이머징 마켓의 성장에만 의지한 회복인지, 전 세계가 골고루 회복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 금융, 통화 시장 등 전 세계 주요 지표들이 뚜렷한 경제 회복을 가리키고 있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가계 부채나 금융 시장 변동을 주시해야 한다는게 그의 조언이다.

미국, 일본, 유럽시장, 이머징 마켓 등 전 세계의 전년 대비 실질 GDP 변화를 비교하면, 2009년 1/4분기를 기점으로 경제 침체에서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8년 3/4분기를 기점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던 실질 GDP는 2009년 1/4 분기에 반등, 1년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이와 관련, 타버나키 매니징 디렉터는 글로벌 트레이드 반등으로 혜택을 받은 일본, 독일 등은 교역 수입 증가로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유럽시장 등은 성장세가 다소 주춤할 것이란 게 그의 견해다. 중국 등 이머징 마켓에 비해 3개월 가량 반등 시점이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머징 마켓 중에서도 특히 중국의 움직임이 빠르다. PMI(구매자관리지수)에서도 중국 시장의 반등 시점은 다른 나라에 비해 2분기 앞서 있다.

2008년 4분기에 반등을 시작한 중국의 뒤를 이어 2009년 일본과 미국, 유럽 시장이 각각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브라질, 러시아 등 다른 이머징 마켓도 중국에 이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 지갑 열려야 회복세 탄력 받아
IHS글로벌인사이트는 미국의 주택시장 불안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타버나키 매니징 디렉터는 “추가로 가격 하락이 있을 수도 있지만, 최악의 시간은 지나갔다”고 진단했다.

서브프라임 사태와 달리 가계의 금융이 건전해지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금융 당국이 저금리 기조를 6~8개월간 지속하며 가계 금융을 안정시키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금융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소비자의 닫힌 지갑’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기에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 전 세계는 경제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그는 경제 회복 전과 후의 가장 큰 차이로 소비자의 억제된 지출 규모를 거론했다.

미국의 가계 상황은 미국 경제 성장의 약 2.5%에 영향을 미친다고 타버나키는 설명했다. 가계 상황이 악화된다면 미국 금융시장에 또 다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지출력 감소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이런 현상은 비슷하게 나타난다. 타버나키는 이를 “발을 끌면서 나아가듯이 소비자 지출력이 경제 회복의 진전 속도를 낮추고 있다”고 표현했다.

미국의 주택 문제와 마찬가지로 선진국에서는 실업률이 문제다. 경제 침체기 동안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가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가계는 부채를 늘리게 되고, 수입의 불확실성 때문에 주머니를 닫게 된다. 이것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경제 회복 신호에 비해 지출력의 회복이 매우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의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향후 20년간의 세계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경제 성장에 세계의 이목이 모이는 이유다.

타버나키는 “지난 2년간 수출 규모가 하락했지만, 2010년 초 강력한 반등이 있었다”며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성장이 없는 상태에서 중국만 반등하고 있는 것은 그 성장이 아시아 국가와의 교역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올해 중국 정부는 8% 이상의 경제 성장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중국 내 소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타버나키의 견해다.

그는 “현재 중국 가계는 수입의 20~30%를 저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는 국내 경기 부양책의 상당부분을 소비자 지출 촉진에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베시크 타버나키 IHS글로벌인사이트 매니징 디렉터(왼쪽부터)와 마크 킬리온 매니징 디렉터, 로렌스 헥트 아시아경제연구소장이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국, 소비 늘어나야 지속 성장 가능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도시화가 주요 소비 촉진 요소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아직 전체 인구의 60%가 시골에 거주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50%가 도시에 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도시화 속도는 매우 느린 편이다. 타버나키는 이 시골이 모두 도시화되면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고, 경제 규모 역시 거대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바탕으로 IHS글로벌인사이트는 2010~2011년 사이에 중국이 강력한 모멘텀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양한 부양책으로 위축됐던 수출 산업이 되살아나고, 소비 수요 역시 강하게 회복되면서 긍정적 전망을 가능케 했다.

더불어 중국의 명목 GDP는 2011년 일본을 앞지르고, 2020년께 미국도 앞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6개월간 강세였던 위안화는 수출이 회복되는 올해 절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자산 버블이나 신용 리스크는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례적으로 높은 외환보유고 역시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마크 킬리온 IHS글로벌인사이트 글로벌 산업정보 담당 매니징 디렉터는 중국 내부의 여신 성장률에 주목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여신 증가가 즉각적 위험 요소로 보일 수 있다”며 “특히 대기업 여신을 잘 다룬다면 장기적으로는 경제 사이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기업, 보다 공격적인 해외 공략 필요
6500억원대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를 비롯해 국내 기업의 다양한 해외 플랜트 수주에 관한 낭보가 들려오고 있지만,

이날 세미나에서는 아직은 한국 기업이 해외 사업 확장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의 성장에서 보듯이, 한국 기업의 미래는 적극적인 해외 공략에 달려 있다는 주장이다.

로렌스 헥트 아시아경제전략연구소장은 ‘한국기업의 성공적인 글로벌 전략’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해외 사업의 확장이 한국 기업의 성공에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은 해외 진출에 너무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머징 마켓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의 지난해 해외 기업 인수는 575건에 이른다. 그에 비해 한국 기업은 48개의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데 그쳤다.

그는 “그간 제조업 수출에만 의존해온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는 한계가 있다”며 “한국 기업이 또다른 성장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해외 기업이나 공장의 인수합병 등 적극적인 해외 공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는 이 예측을 현실로 옮기려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국가와 다양한 산업군에 대한 상세 정보의 활용이 그것이다. 그는 1990년대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일본이 세계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던 점을 주목하며, 현재 일본의 모습에서 타산지석(他山之石)을 삼으라고 했다.

더불어 한국이 성공적인 세계화를 이루면 일본이 과거 20년간 이루지 못한 커다란 성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둔 삼성의 예를 들며, 한국 기업의 빠른 결정력 또한 경쟁력으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일본 기업에 비해 한국 기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던 1mm의 차이가 ‘빨리빨리’ 문화라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빠른’ 결정에만 발이 묶여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되는 우(愚)는 범하지 않도록 경계하라고 주문했다.

한편 킬리온 IHS글로벌인사이트 매니징 디렉터는 대만 다음으로 수출 의존적인 한국 경제의 특성에 비춰 환율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원화는 2011년 말까지 1달러당 1000원대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점점 높아지는 원자재 가격은 이를 주원료로 하는 기업들에게 많은 과제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순구 기자 js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