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S글로벌 인사이트 지베시코 타버나키 매니징 디렉터 등 일행이 박명훈 아시아경제 주필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이른바 ‘그린슛(경기 회복의 어린 싹)’이 지난해 하반기 모습을 드러냈고, 위기의 진원지를 포함한 주요국의 경제 성장률이 반등했다.

하지만 유럽의 재정 위기와 지구촌을 삼킨 고용 한파는 성급한 침체 탈출 선언을 경계하게 한다.

‘IHS글로벌 인사이트’는 글로벌 경제가 혹독한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구조적인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글로벌 인사이트는 달러화 기축통화 지위 문제와 과잉 유동성을 제거하기 위한 ‘출구전략’ 시기 등 위기 이후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새롭게 재편되는 세계 질서 속에 한국 기업이 취해야 할 솔루션도 내놓았다.
지난 3월25일 박명훈 아시아경제 주필이 글로벌 인사이트 지베시코 타버나키(Zbyszko Tabernacki) 매니징 디렉터와 마크 킬리온(Mark Killion) 매니징 디렉터를 만나 대담을 가졌다.

글로벌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최근 나타난 경기 개선을 구조적인 회복 신호로 볼 수 있나요.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를 놓고 볼 때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는 위기 이전보다 여전히 취약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에 오른 것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정부와 가계 모두 레버리지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 부담 요인입니다. 양측이 균형을 재정립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긴축 움직임과 미국의 금융개혁, 유럽 재정 위기가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증시가 출렁였는데.
“중국의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반면 유로존을 중심으로 부채가 높은 국가는 위험한 상황입니다.글로벌 증시는 지난해 3월 저점을 찍은 이후 경제 회복과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초강세장을 연출했습니다.

하지만 경기 리스크가 여전하고, 펀더멘털이 탄탄하게 뒷받침된 랠리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환율 갈등이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위안화 절상 가능성은 어떤가요.
“위안화가 다소 저평가된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 정부가 지난 1년 간 절상을 미뤘고, 이를 통해 수출 업계를 음으로 양으로 지원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정계나 기업이 주장하는 것처럼 과도하게 저평가된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중국 정부가 결국 위안화 절상을 단행하겠지만 외압에 휘둘릴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보다 내수 경기를 중심으로 국내 상황에 따라 점진적인 절상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위안화를 얼마나 평가절상할 것인지 그 시기와 폭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다만, 절상을 올해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시행, 2~5% 가량 올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금융 위기 이후 달러화 지위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장기적으로 달러화 가치는 하락할 위험이 큽니다. 하지만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하는 일은 아주 먼 얘기입니다.

적어도 5년 이내에 달러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중국 위안화가 실제로 기축통화가 되려면 몇 가지 과제를 풀어야 합니다.

우선 지금처럼 태환성이 낮아서는 기축통화로 적절치 않습니다. 위안화가 명실상부 국제 결제 통화로 받아들여질 만큼 유동성이 뒷받침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유로화 역시 유로존의 경제 상황을 볼 때 달러화를 대체할 후보로 적절치 않습니다. 사실 최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것도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해서라기보다 유럽 국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강합니다.”

외환시장 문제는 결국 출구전략과도 연계됩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를 언제쯤으로 예상하나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변수는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스템입니다.

아직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낮고, 실제 소비자 물가지수(CPI)도 통제되는 상황입니다. 호주를 포함해 아시아 일부 국가가 금리 인상에 나선 배경도 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금융시스템도 금리 인상을 감내하기에는 아직 취약합니다. 따라서 연준이 가까운 시일 안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지극히 낮습니다.

연준이 모기지담보증권(MBS) 매입을 종료하는 등 과잉 유동성을 통제하기 위한 미세조정에 나섰지만 본격적인 출구전략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저금리 기조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인플레이션을 들지만 원자재나 회사채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버블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과잉 유동성에 따른 결과로 보이는데, 중앙은행이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것은 아닌가요.
“원자재 가격이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실업률이 10%에 이르고 저축률이 지극히 낮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파급될 위험은 크지 않습니다.

다만 일부 자산시장에서 버블이 위험 수위까지 커졌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부동산시장인데 이는 환율과 통화시스템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은 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졌고, 이 때문에 금리 인상에 먼저 나섰습니다.”

올해 한국 경제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해 하반기 한국은 강한 회복을 보였고, 여기서 잠재된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2010년에도 탄탄한 성장이 기대되며, 올해 GDP 성장률은 3.8~4.2%로 예상합니다.

지나친 낙관이 어려운 것은 내수 경기와 기업 투자가 아직 충분히 살아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출 경기는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수입이 동시에 늘면서 성장에 대한 기여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국제 유가가 높은 것도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입니다.”

장단기적인 국제 유가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앞으로 2~3년을 내다볼 때 국제 유가는 강세를 나타낼 전망입니다. 하지만 6개월 이내로 시야를 좁히면 약세가 예상됩니다.

배럴당 80달러 내외에서 움직이는 최근 유가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선진국의 수요는 이미 정점을 지났고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국의 원유 소비가 늘어나고 있지만 80달러의 가격을 정당화할 정도는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재고 물량과 생산력도 수요를 앞지르는 상황입니다. 원유 공급량은 현재 하루 600만 배럴에 달합니다.

국제 유가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아 70달러 중반까지 밀릴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대담=박명훈 아시아경제 주필 pmhoon@asiae.co.kr
정리=황숙혜 아시아경제 기자 snow@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