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은 프랜차이즈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치킨은 이 외식업 중에서도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제 1업종이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브랜드의 부침 또한 크다.

업계 추산 5조원의 시장이다 보니 항상 새롭게 진입하려는 사람들로 ‘치킨 근처’는 북새통을 이룬다. 메뉴 경쟁도 ‘북새통’ 중 하나다.

소스를 곁들이는 치킨이 유행하는가 싶더니 오븐구이가 인기고, 이제는 파닭, 마닭이 히트 메뉴로 떠오르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또 어떤 색다른 메뉴가 등장할지 모를 일이다. 외식업이야 메뉴 경쟁이 당연하다지만, 치킨은 그 주기가 너무 짧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조금만 독특해도 인기 급증
치킨은 기본 메뉴에 약간의 변형만 해도 시장 반응이 좋은 메뉴다. 워낙 구매가 잦고, 주식보다는 간식 개념이라 ‘도전 정신’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진입 장벽이 낮아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다는 점도 메뉴 다양화에 한 몫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많은 메뉴 경쟁에서 선택받은 것이 파닭, 마닭, 강정 등이다. 파닭, 마닭은 프라이드, 양념, 간장 치킨처럼 치킨시장 판도를 뒤엎을 만한 메뉴는 아니다. 차별화 요소가 뚜렷하지 않고, 맛이 강해 쉽게 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치킨 메뉴는 프라이드, 양념, 간장 치킨이 총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소위 ‘유행 메뉴’라고 불리는 메뉴는 나머지 30%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빅 브랜드가 점유한 시장에 끼지 못하는 각종 영세 브랜드가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30% 시장을 공략하는 고객이 도전형 고객이다. 좋게 보면 ‘도전형’이고 나쁘게 보면 ‘철새형’이다. 좀 더 눈길을 끄는 메뉴가 나타나면 가차 없이 주문을 바꾼다. 이 시장의 브랜드가 메뉴 변화에 민감한 이유가 이것이다.

문제는 바로 이 고객이다. 도전형 고객은 메뉴나 브랜드 충성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이들이다. 언제 이 시장을 떠날지 모르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은 근본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유행화 하면서 경쟁 브랜드만 늘어나다보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최근 파닭, 마닭만 내세운 영세 브랜드의 급증이 우려되는 이유다.

작은가게창업연구소 심상훈 소장은 “파닭을 하위 메뉴로 넣어 신규 고객을 추가해야 한다”면서 “유행 메뉴만으로 브랜드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심 소장은 또 “이들은 유행이 끝나는 순간 함께 사라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메뉴 접목 쉬워 급속히 확산 추세
파닭이나 마닭 등은 메뉴에 대한 선호도와 운영의 편의성이 맞아 떨어져 인기를 끈 경우다.

프라이드 치킨이나 순살 치킨, 강정류 등 기존 치킨 메뉴에 접목이 자유롭다. 그 위에 겨자소스와 파채, 마늘 소스만 얹어주면 순식간에 새로운 메뉴가 탄생되는 것이다. 점주 입장에서도 손해를 볼 일이 없다.

이 메뉴를 위해 새로운 기계를 도입할 것도 없고, 까다로운 재료 사입도 필요 없다. 독립형 치킨점이라도 시중의 사입 업자를 통해 손쉽게 재료를 구할 수 있는 메뉴다.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 없어 물류업체에서도 너나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프라이드 치킨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프라이드 치킨 맛에 경쟁력이 없다면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네네치킨은 브랜드 치킨점 중 유일하게 파닭을 하위 메뉴로 접목한 곳이다. 프라이드 치킨 등 기본 메뉴로 매출을 확보한 터라, 파닭 출시로 신규 고객 유입 효과를 톡톡히 봤다.

네네치킨 최성호 본부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오리엔탈 파닭을 출시한 후 6개월 만에 100만 마리 이상 판매했다”며 “소비자의 반응이 좋아 현재 총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매출 신장이 있었다”고 밝혔다.

두 마리 치킨, 강정 메뉴를 너나할 것 없이 추가하는데도 이유가 있다는 귀띔이다.
치킨 프랜차이즈와 육계 물류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꼬이치킨 김천 대표는 “두 마리 치킨은 1kg짜리 원육을 가져다 다리, 날개, 몸통을 맞춰 750g을 채운다”며 “나머지 250g으로 강정 메뉴를 보완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순살치킨은 브라질, 미국산 수입육을 써서 저가 시장을 공략 중이다. 김 대표는 “한 마리당 700~800g짜리 두 마리를 1만6000원 대에 판매하는 건 대부분 수입육이 원료”라며 “국내산 순살을 사용하면 500g짜리 한 마리 가격이 1만6000원 이상으로 뛴다”고 밝혔다.

눈만 돌리면 치킨점이 보이는 상황이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FC창업코리아 강병오 대표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업종이므로 많은 사업자가 계속 뛰어들고 있다”며 “그 진입 과정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메뉴 아이디어와 가격 조정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서도 치킨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현재 업계에서 추산하는 치킨 전문점은 전국 3만여 개다.

이 중 브랜드 치킨은 1만여 개에도 못 미친다. 대부분은 지역별 영세 독립점포다. 본사로서는 2만여 개가 넘는 독립점포를 브랜드화 하는 것만으로도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는 얘기다.

강 대표는 “치킨 전문점 폐점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치킨 전문점의 수는 줄지 않고 있다”며 “브랜드를 갈아타거나 유행에 따라 다른 치킨점을 오픈하는 등 내부적 교체만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메뉴 경쟁은 같은 메뉴를 팔면서 어떤 것을 메인으로 내세워 마케팅 하느냐의 차이”라며 “기본 프라이드 치킨의 경쟁력을 확보하면 유행 흐름에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순구 기자 js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