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인터넷學

출근 길, 신호등이 교통량에 따라 자동으로 교통량을 분배해주니 아침 러시아워 시간이라 해도 교통지옥을 겪을 일은 없다. 승용차 OLED 대시패널에 알람 메시지가 떴다. 사무실 빌딩 주차장의 공간이 어느 정도 남았는지 안내하는 소리다. 바로 예약 버튼을 눌러 주차공간을 할당받는다. 퇴근 후 맛집 투어에 나서면 고어글라스가 식당과 그날 주방장의 추천 메뉴를 알려주고, 마마존이 냉장고에 채워 넣어야 할 품목을 선별해준다.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부터 농사까지 척척 알아서 해주는 만물인터넷은 미래의 우리에게 시간을 아껴주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집을 나서 한강다리를 넘어서려는데 승용차 OLED 대시패널에 알람 메시지가 떴다. 사무실 빌딩 주차장의 여유 공간이 20% 이하로 낮아졌다는 메시지다. 아차! 출발 전에 주차공간 예약하는 걸 깜박했다.

주차공간 예약 시스템이 가동된 이후로 좀 귀찮아지긴 했지만 주차를 하느라 주변을 맴돌 필요가 없어져 편리해졌다. 나는 바로 예약 버튼을 눌렀다. 자동으로 나에게 할당된 위치가 통보된다. 오늘은 오후에 강남 기술회관에서 회의가 있어 오전만 예약하면 된다. 주차 비용은 자동으로 월말 정산토록 돼 있다.

만물이 서로 대화한다

교통량에 따라 신호등이 자동으로 교통량을 배분해주니 아침 러시아워 시간에도 비교적 소통이 원활하다. 특히 비 오는 날엔 심하게 밀리던 시내 교통이 스마트 센싱시스템이 채용된 이후론 지능교통 시스템이 알아서 차량 행렬을 분산시켜 혼잡한 지역을 우회토록 하기 때문에  교통지옥이란 말이 어느새 사라졌다.

목적지를 말하면 차량 인포메틱스가 서울시 차량제어 시스템과 자동으로 연락해 운행코스를 결정하고 코스 내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상황을 음성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운전이 즐겁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되니 교통 인프라가 확 바뀌었다.

요즘 나는 식도락에 푹 빠져 있다. 저녁시간이면 친구와 어울려 맛집 사냥에 나선다. 오성전자가 개발한 고어글라스를 쓰고 식당가를 활보하면 여기저기서 삐삐거리며 고어글라스 위에 오늘의 특선 메뉴를 멋진 사진판으로 보여준다. 식당에 설치된 비콘(Beacon)으로부터 날아온 오늘의 주방장 추천 요리 세트가 30% 할인행사를 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친구들과 떠들면서 식당가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오늘 저녁 최고의 메뉴가 결정된다. 매번 친구들과 만나면 같은 식당에서 똑같은 메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사물인터넷 시대가 되니 이런저런 음식들을 다양하게 맛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게 됐다.

저녁식사 중에 아내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가까운 주말에 제주도에 한번 가기로 했는데 1박 2일 여행 패키지를 아이들과 합쳐 네 식구 왕복 60만원 이하로 옵션을 걸어 놨는데 덜커덕 자리가 난 것이다. 요즘엔 모든 것이 인터넷에서 입찰방식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고 언제든지 내가 제시한 조건에 맞는 경우에 거래가 성사되는 시스템이 유행이다.

언제 어디서나 입찰에 당첨되면 바로 승낙해줄 수 있다. 모든 구매행위가 그런 식이다. 마트에 직접 가지 않아도 고어글라스 위에 상품의 입체적인 정보가 뜨고 비교재들이 자동으로 추천되므로 안심하고 자동구매를 할 수 있다. 우리 식구들의 구매 패턴은 이미 인터넷 만물상점인 마마존에서 다 알고 있다.

미처 구매를 챙기지 못한 경우에도 마마존이 언제 무슨 상품이 필요한지 먼저 알고 구매해야 할 상품들을 알아서 추천해준다. 심지어 부모님께 지금 무슨 물건이 필요한지도 알려주기 때문에 그때를 놓치지 않고 구매해드릴  수 있어 효자 소리도 듣는다.  기업들이 소비자의 성향을 항상 맞춤형으로 분석해 대응하는 빅 데이터 분석 기술이 상식화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맞춤세상 속에서 삶이 즐겁다

부모님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신다. 온실 농사를 짓기 때문에 모든 관리가 자동으로 진행된다. 날씨 정보에 따라 차광막이 자동으로 열렸다 닫히고 배양액은 정해진 시간에 식물뿌리에 양분을 공급해준다. 물도 마이크로 워터링이라고 해서 정해진 양만 규칙적으로 뿌려준다.

첨단 유리온실에서 자란 식물과 과일들은 자동으로 수확돼 농업유통공사에 전량 납품된다. 농업유통공사는 농산물 품목별로 전국의 수요량과 공급량을 자동으로 대비시키면서 농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농민들은 그 정보에 의거해서 생산량을 조절한다.

요즘에는 농산물 가격이 들쑥날쑥하는 일이 없다. 항상 수요보다 약간 여유가 생길 만큼만 생산되도록 중앙 집중 관리를 하고 생산에 여유가 생기면 대체작물을 재배하도록 바꿔주기 때문이다.

농산물은 생산에서 소비자 가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통 이력이 기록, 유지된다. 각 가정의 냉장고 안에 보관된 음식들도 항상 신선하게 유지된다. 소비자는 언제든지 필요한 양만큼만 이것저것 모아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저녁시간에 집으로 자동 배달된다.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면 유효기간을 냉장고가 알아서 관리해준다. 음식물 포장지에 부착된 태그 정보를 냉장고의 마이크로 칩이 무선으로 모두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선 아내가 집에서 번잡하게 요리를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음식배달 시스템이 잘돼 있고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것보다 훨씬 위생적이고 저렴하기 때문에 아예 배달음식을 사먹는다.

배달된 음식에는 모든 영양소가 얼마큼씩 들어 있는지 디지털로 데이터가 제공된다. 주문할 때 아예 원하는 섭취 칼로리와 선호하는 식단을 선택하므로 맞춤식 식사가 제공된다. 끼니마다 섭취하는 칼로리 관리가 잘되고 음식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아서 좋다.

유아원에 다니는 두 살짜리 아들의 책들은 모두 말하는 책들이다. 책장만 펼치면 엄마 대신 예쁜 목소리로 문장을 자동으로 읽어준다. 워낙 재미있게 읽어주니 아이는 혼자 책을 읽는데도 연극배우처럼 극 속에 빠져든다. 노래도 나오고 동물들의 의성어도 합쳐지면서 숲 속 놀이터가 따로 없다. 웬만한 장난감들도 지금은 모두 대화형 기능이 있다. 아기가 건들면 아프다고도 하고 깔깔거리고 웃기도 하니 장난감과 대화하면서 말을 배운다.

유아용 고어글라스를 끼면 삼차원 공간에 들어가서 허공에서 화면을 조작하면 이솝우화 속의 동물들 이야기를 가상 동물들의 영상으로 즐길 수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솝우화에 아이들이 끼어들어 이야기를 변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 엄마들 사이에선 TV 연속극을 가상세계에서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편집하는 것이 유행한다고 한다.

가상현실화된 세계 속에서 학습한다

일상생활에서 고어글라스를 벗으면 답답해진다. 모든 정보가 차단되니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 예전에 스마트폰으로 다 할 수 있던 일인데도 이젠 터치 화면에서 문자 입력기를 사용하는 것도 불편하다. 모든 명령은 음성으로 처리하고 허공에 열린 화면 위에 손가락으로 모든 선택을 처리할 수 있다.

고어글라스의 디자인도 다양해 자신의 얼굴형에 맞춰 프레임을 선택하므로 패션 액세서리로 거듭났다. 고어글라스만 걸치면 세상 정보에 해박해지고 유식해지니 삶이 한 차원 높아진다. 특히 사무실에선 고어글라스 없이는 업무를 제대로 볼 수가 없다. 회사가 운영하는 클라우드 컴퓨터에 접속하여 자료 검색이나 고객 관리를 하는 데 고어글라스는 이미 필수장비가 됐다.

2014년 이후로 등장한 아이웨어(eyewear)방식의 웨어러블 컴퓨터는 이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 당시 막 시장에 등장했던 구글글라스를 비롯해  벤처기업들의 뷰직(Vuzix), 레콘(Recon), 글래스업(GlassUp), 메타(Meta), 오켐(OrCam), 텔레파시 원(Telepathy One), 루머스(Lumus), 옵틴벤츠(Optinvents), 아이옵틱(iOptik) 등은 요즘엔 유명무실해졌고, 오성전자가 내놓은 고어글라스가 시장을 거의 석권하다시피 했다.

고어글라스는 가정과 직장 생활에서는 물론이고 여가활동이나 여행 시에도 반드시 착용해야 할 정도로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매김됐다. 3년이 지난 지금, 오성전자 주식이 10배나 뛰리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오늘의 주식시세 판을 들고 3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언제쯤이나 가능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