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에서 10명의 친구를 만드는 것보다 1명의 적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안티를 내 편으로 만들 줄 아는 인내와 대인관계 기술이 필수다.”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훌륭한 정치가이자 뛰어난 전략가이다.

그는 “친구를 가까이 하라, 그리고 적은 더 가까이 하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리고 말뿐 아니라 실제로 오랜 투옥생활을 끝내고 대통령에 당선된 뒤 자신을 투옥한 사람들과 정치적 라이벌들마저 내각의 일원으로 맞아들였다.

좋아하지도 믿을 수도 없는 동료들이라도 최대한 포용하고 받아들여 조종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이 효과적이란 이야기였다.

몸에 좋은 쓴 약은 당의정을 입혀 먹기 쉽게 한다. 반대로 안티는 고의정(苦衣錠)이라 할 수 있다. 겉 맛은 쓰지만 실상은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치니 말이다.

안티는 활용하기에 따라 내 인생의 장애물이 아니라 바로 발판의 뜀틀이 될 수 있다. 그들이 있기에 삶이 긴장되고, 편안함에 안주하기보다 앞으로 뛰쳐나가도록 자극받을 수 있다.

그래서 정말 인맥의 고수들은 결코 안티를 눈에 보이지 않는 범위 밖으로 내치지 않고 내 울타리 안으로 포용한다. 밖으로 내쳐 자신의 등을 찌르도록 하느니 차라리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두는 것이 그들을 더 잘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그녀의 라이벌인 메리 스튜어트보다 한수 위였다. 그것은 머리나 미모에서가 아니라, 늘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메리 스튜어트를 멀리 속 시원하게 유럽으로 멀리 떨쳐보내지 않고 가까이 자신의 곁에 두며 견디는 ‘묘수’에 있었다.

안티학자 최만리를 끝까지 두둔

안티를 멀리하고 싶다 해서 실제로 멀리하면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킨다. 오히려 안티를 가시권에 두고 덕분에 긴장하고 늘 앞으로 튀어나갈 자극으로 삼는 것이 이익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이를 남보다 먼저 알고 삶에서 체득했다.

링컨 대통령이 그랬고 세종대왕이 그랬다. 링컨은 정적을 내각의 일원으로 임명했고, 세종대왕은 안티 학자 최만리를 끝까지 두둔해 주었다.

“노랫소리가 듣기 싫다고 새를 죽이는 것은 옳지 않다.”

조선 시대 최고의 임금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이 최만리를 두둔하며 한 말이다. 최만리가 한글 창제에 대해 “중국과 다른 글을 쓴다면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반대 논리를 펴다가 낙향했지만 세종대왕은 3년간 부제학 자리를 비워둘 정도로 자신과 의견을 달리한 최만리에 대해 애정을 갖고 페널티를 주지 않았다. 한글 사용을 포함, 자신의 정책에 건마다 아득바득 반대하며 14차례나 상소하는 안티학자 최만리를 내치지 않았다.

이 같은 세종대왕을 보면 오히려 안티를 즐기지 않았나 싶다. 세종대왕은 오히려 한글 사용을 반대하는 최만리의 논리에 대응, 그때마다 한글의 허점을 보완하고 당위성을 정교하게 개발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말단 샐러리맨 출신으로 대그룹 부회장에 오르신 J부회장님. 그는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성공적 직장인 인맥구축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신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오늘날 그 자리에 오르신 분들도 결코 ‘저 푸른 초원 위, 그림같이 하얀 집’ 같은 직장생활만을 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부서에 사사건건 반대를 하고, 내 흉을 타 부서에 동네방네 떠들며 나발 불고 다니는 사원이 있었습니다. 처치 곤란이고 참 힘들었지요. 하지만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맞불작전을 펴서는 내가 그 사람과 같은 부류밖에 안 되지요.

그때 몇몇 사람들은 다른 부서로 전출시키라는 이야기도 했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지요. 이미 사내에서 ‘빅 마우스(Big mouth)’로 찍힌 사람이라 받아줄 부서도 없지만, 어느 부서에 가더라도 또 그렇게 떠들고 다닌다면 마찬가지 문제가 될 것 아닙니까. ‘차라리 내 품에서 떠들어라.

그게 낫다’ 하며 그 직원의 장점을 인정해주고 보듬어주었지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그 친구도 변화하더군요.”

J부회장은 “직장 내에서 10명의 친구를 만드는 것보다 1명의 적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선 안티를 내 편으로 만들 줄 아는 인내와 대인관계 기술이 필수”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 조나라 혜문왕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랬다.

전국 시대 조 (趙)나라 혜문왕 때였다. 이때 인상여와 염파란 걸출한 신하가 양 기둥으로 버티고 있었다. 인상여는 당시 최고의 보물인 화씨의 구슬을 손상 없이 완벽하게 적국에서 되찾아온 공으로 일약 높은 벼슬에 임명된 인물로 ‘말발’이 센 문신이었다.

이에 반해 염파는 각종 전쟁 현장에서 공을 세운 무신이었다. 문제는 이른바 승진 경쟁에서 조나라 중신의 식객에 불과하던 인상여가 염파를 역전하고 직급에서 앞서게 된 것. 그러자 염파가 요새 말로 뿔이 나 가는 곳마다 불평을 늘어놓으며 인상여를 자극했다.

“나는 싸움터를 누비며 성(城)을 쳐 빼앗고 들에서 적을 무찔러 공을 세웠다. 그런데 입밖에 놀린 것이 없는 인상여 따위가 나보다 윗자리에 앉다니 내 어찌 그런 놈 밑에 있을 수 있겠는가. 언제든 그놈을 만나면 망신을 주고 말 테다.”

이 말을 전해들은 인상여는 화를 내며 대적하지 않았다. 병을 핑계 대고 조정에도 나가지 않았고, 저 멀리 염파가 보이면 옆길로 피해가며 염파를 피했다. 당연히 인상여의 부하들은 자신의 대장이 당당하지 못함에 부끄러워하고, 심지어는 그의 휘하를 떠나는 이까지 생겨났다.

문제가 심상치 않자 그제야 인상여는 말문을 열며 부하를 말렸다.

“자네는 내가 진정으로 비겁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화씨의 구슬을 되찾아올 때 적국의 왕 앞에서도 하나도 떨지 않고 호통을 치고 주장을 당당하게 펼친 사람일세. 그런데 내가 염파 장군을 왜 두려워하겠는가. 자네, 강국인 진나라가 쳐들어오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바로 염파 장군과 내가 버티고 있기 때문일세. 이 두 호랑이가 싸우면 결국 모두 죽게 되니 내가 그 싸움을 피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 말을 전해들은 염파는 자신의 잘못됨을 깨닫고 몸둘 바를 몰랐다고 한다. 인상여가 염파보다 한발 앞서, 한 치 높이 생각한 것은 바로 안티를 맞받아치는 것보다 품에 안고자 하는 대국적 안목이었던 것이다. 수염 가득한 염파가 가시나무를 등에 지고, 왼쪽 어깨를 내놓으며 “인상여 장군, 내가 생각이 부족했소” 하고 화해를 청하고 둘이 마침내 목숨이 다하도록 우정을 맹세하는 ‘문경지교’를 맺게 되는 대목에 푹 빠져 있는 나를 J부회장은 이야기에서 깨어나라고 툭 치며 물었다.

“염파와 인상여의 이야기, 재미있었나요. 느끼는 바가 없나요? 인생에서 성공하는 이들은 결코 적을 적인 채 남겨두지 않습니다. 이는 회사도 마찬가지지요. 마케팅에 능한 회사들은 안티고객을 결코 자신의 상품에 등 돌리게 하지 않는답니다. 오히려 그들의 ‘큰 입’과 오지랖을 활용해 자신 회사의 제품을 홍보하도록 어떻게든 구워삶아 내 편으로 만들지요. 솔직히 이런 안티 세력일수록 일단 전향하면 충성심이 더 높게 마련이지요.”

안티에게 살충제를 뿌려 박멸하듯 내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지 말라. 오히려 섣부른 박멸정책은 내성을 키우거나 엉뚱한 빌미를 줘 더 큰 후환을 가져온다. 차라리 감동시켜 내 가슴에 포용시키려는 것이 인간관계에서는 중요하다는 사실을 J부회장은 일깨워줬다. J부회장은 이에 덧붙여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 더 들려주었다.

섣부른 박멸정책은 큰 후환을 가져와
“제가 부장 시절 이야기입니다. 한 부하직원이 저를 그렇게 흉보고 다녔지요. 하루는 인사부장이 와서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낼 까요’ 하고 의논을 하더군요. 저는 그냥 놔두라고 했었지요. 워낙 그런 사람인데 다른 사람보다는 ‘씹어도 이빨 자국도 나지 않는’ 내가 낫지 않겠냐고 농담을 하면서요.”

이 같은 J회장의 금도에 포용된 탓인지, 아님 그런 말을 한 게 귀에 들어간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빅 마우스 직원은 결국 나중엔 ‘전향’,욕하고 다니기를 포기하더란 것이었다.

진정으로 사내정치를 잘하는 사람은 몰려다니며 나를 비난한 사람에 대한 원망이나 험담을 하지 않는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으로 험담에는 험담, 해코지엔 해코지로 맞불작전을 펴는 것은 하수의 전략이다.

진짜 고수는 안티에게서도 윈-윈의 여지를 발견해 설득하고 내 가슴으로 품는다. 내 의견에 무조건 동의하기보다 앞으로 뛰어나가 전진하도록 긴장하고 자극시키는 안티에게 오히려 고마움을 표하라.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불편한 그 무엇이지만 안티란 우리 삶의 매력적 발전 동력임에 틀림없으니까.

수영이나 마라톤에는 같은 코스를 헤엄치거나 달려주는 페이스메이커가 있다. 그들과 함께 뛰며 자극받고 분발해 기록을 경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 안티를 거는 세력이나 동료가 있다면 오히려 이들을 페이스메이커로 생각해 보자.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는가.

당신의 진정한 힘은 바로 안티를 친구보다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선샤인(sunshine) 정책에서 비롯된다.

김성회 (blizzard88@naver.com)
■ 연세대학교 국문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세계일보 기자로 활동하다 현재 강남구청 공보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준비하는 미래는 두렵지 않다》 《CEO의 습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