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특허펀드 등 수익률 불황기에 ‘황금알’ 부상

주식시장이 당분간 평탄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식보다는 틈새시장을 노린 이색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명품, 물, 특허기업 등 특별한 시장을 물색하는 이색펀드는 알록달록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수익률과 투자 재미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이색펀드, 어떤 것이 있을까.

저금리에 증시 변동성까지 확대되자 자산운용사들이 이색펀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해외 사치품에 투자하는 럭셔리펀드, 물에 투자하는 물펀드, 특허종목에 투자하는 특허펀드 등 이색펀드가 수익률 암흑기에 선전하고 있다. 펀드라고 하면 주식이나 채권을 담을 바구니를 말한다. 지루한, 전통적인 펀드는 가라!

럭셔리펀드, 경기불황 안 타는 고소득층 덕에 수익률도 ‘화려’

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와 제로인에 따르면 럭셔리펀드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16.90%를 기록해 전체 해외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5.10%)보다 월등히 높았다. 럭셔리펀드인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자A[주식]’ 1년 수익률은 18.13%, ‘우리GlobalLuxury증권투자신탁[주식]ClassC5’ 22.61%,  ‘한국투자럭셔리증권투자신탁1(주식)(A)’ 10.79%를 기록하고 있다.

럭셔리펀드는 해외에서 사치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에 투자하고 있다. IBK럭셔리라이프 펀드는 리치몬드·나이키·크리스찬디오르·스와치·프라다·루이비통 등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Global Luxury 펀드는 스와치·리치몬드·나이키·아디다스·VF·코치·크리스찬디오르·프라다 등을 편입했고, 한국투자럭셔리 펀드는 마이클코어스·애플·루이비통·스와치·그린타운·스타벅스 등에 투자하고 있다.

명품업체들의 주 고객층인 고소득층이 경기에 비교적 덜 민감한 탓에 수익률을 지켜냈다. 여기에 중국 고객이 다시 명품 소비주체로 떠오르면서 구매력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명품 그룹들이 브랜드 통제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활발한 기업인수합병(M&A)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향후 가치 상승 매력이 충분하다.

신재생에너지, 지하철, 특허기업에도?

환경 관련 펀드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물펀드인  ‘삼성글로벌Water자1[주식](A)’ 는 지난해 연초 이후 28.19%를 기록하며 높은 성과를 냈다. 환경오염, 기후변화로 물이 부족하고,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신흥국의 수자원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물펀드 수익도 올랐다. 물펀드는 수자원 개발, 상수도, 수력발전, 인프라 건설 등 물공급 기반 시설 확충과 오염수 처리·유량 측정 등 기술 개발에 투자한다.

세계적으로 향후 수십 년간 수자원 관련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중국 등 아시아가 신규 투자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머징 국가는 지속적으로 높은 수도요금 인상률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는 수자원공급업체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판매단가를 인상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등 선진국은 노후시설 교체투자 양상을 보일 것이다. 미국은 상수도 배관을 위해 향후 25년간 1조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이 때문에 북미 38.6%, 중국 29.9%, 유럽 19.8%, 기타 9.8% 비율로 투자한다.

신재생 에너지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삼성글로벌클린에너지증권자투자신탁[주식]’은 풍력, 태양력, 수력, 지열 등 클린 에너지(Carbon Free)와 폐기물 연료 등 저탄소 에너지(Low Carbon), 전기차 등 에너지 효율성(Energy Efficiency)에 투자하는 펀드다. 일본 원전사고와 전력난을 겪으면서 청정 에너지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해당 펀드는 2007년 설정 후 –44.48%의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최근 1년 동안 32.46%의 고수익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출시한 ‘서울시지하철9호선시민펀드’는 판매 첫날부터 뭉칫돈이 몰렸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지하철 9호선 특별자산 펀드’ 중 1·2호(각각 만기 4·5년) 상품은 이날 오전에 모두 판매됐고, 3·4호(만기 6·7년) 상품만 남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9호선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맥쿼리인프라 등 기존 주주를 교체하면서 기존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해 시민 공모형 펀드를 도입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측은 “약 4년에서 7년 동안 3개월마다 이자를 수령할 수 있어 안정적으로 현금소득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면서 “서울시가 1차적으로 재원을 보전하고, 신용등급이 AAA인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이 지급보증을 서 안정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IBK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초, 특허기업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출시했다. 이를 위해 자산운용업계 최초로 특허 기업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도 구축했다. ‘IBK신성장특허보유기업증권투자신탁1[채권혼합]A’는 주요 은행 미 정부기관 지원 프로그램 기업 중심으로 투자풀을 구성하며, 특허 관련 외부 전문기관과 협업을 통해 특허를 분석한다. IBK자산운용은 실제로 지난해 12월 11일 IBK자산운용은 한국발명진흥회와 ‘지식재산 기반 투자생태계 활성화를 위한업무협약’을 맺고 특허 기업과 관련한 투자 기반을 만들기도 했다.

김홍일 IBK자산운용 부사장은 “자체 분석 결과 2010년 이후 2013년 12월 31일까지 특허 보유수가 많은 100개 상장사(코스피 48개, 코스닥 52개)는 61%의 수익률을 거둬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20.6%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고배당·채권·파생상품 등 틈새시장을 찾아라!

주식시장이 올 상반기, 큰 반등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채권·배당주·파생상품 등 틈새시장을 노려 투자하는 펀드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교보악사운용은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업계 최초로 코스피200 고배당지수를 추종하는 ‘교보악사파워고배당인덱스주식펀드’를 선보였다. 이 펀드는 거래유동성, 배당수익률, 그리고 저변동성 등 3가지를 모두 추종해 저성장, 저금리 국면에서 안정적인 배당 수익률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혼합형 배당펀드인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펀드’를 출시했다. 안정적으로 배당주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이며, 커버드콜 전략  운용으로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절대수익형 배당주펀드로, 2012년 초에 설정돼 733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이 밖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최초로 구리 실물에 투자하는 TIGER구리실물ET와F 국내외 우량 임대형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형 부동산펀드인 ‘미래에셋맵스아시아퍼시픽부동산공모1호펀드’를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의 ‘교보악사Tomorrow장기우량증권투자신탁K-1호(채권)’은 신용 리스크가 낮은 국공채에 투자해 자본 이득과 안정적인 이자수입 추구를 투자 목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나머지 자산은 신용등급이 높은 은행채, 회사채 등으로 구성했다. 1년간 2.37%의 꾸준한 성과를 내다가 최근 한 달 동안 7.33%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성적 나쁜’ 이색펀드는

하지만 성적이 나쁜 펀드도 있다. 주로 사모펀드로 운용되는 항공기펀드, 와인펀드, 납골당펀드, 하수처리시설펀드, 탄소배출권펀드 등은 희비가 엇갈렸다. 선박펀드와 항공기펀드, 하수처리시설펀드는 지난해 3~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와인펀드와 납골당펀드 및 탄소배출권펀드는 마이너스 수익이 속출하는 등 저조한 성적을 냈다.

‘한국사모Bordeaux Fine Wine특별자산1’, ‘유진베스트블렌딩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3’, ‘도이치DWS프레스티지와인사모실물신탁’, ‘유리글로벌Wine신의물방울증권투자신탁[주식]C/A’ 등은 3~5년간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해지되기도 했다. 유럽 경기 위축 등으로 탄소배출권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서 ‘동양탄소배출권특별자산 1(탄소배출권-파생)Class A’는 -25.72%로 경기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저탄소 성장을 추구하는 유럽이 경기 위축을 겪으며 탄소배출권에 대한 관심이 멀어졌다"면서 "탄소배출권은 선물로 움직이는데 경기가 좋지 않아 지수와 달리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운용업계는 주식형 펀드가 환매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당분간 이색펀드 출시가 잇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형사의 경우 주식형펀드에 대한 투심이 회복되기 전까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이색펀드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