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민의 글로벌 ICT세상의 이슈 트랙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 ICT를 통해 쇼루밍 극복

1년 유통 매출의 1/4이 발생한다는 지난 연말 시즌에 미국에서는 두 가지 상반된 풍경이 눈길을 끌었다. 그중 한 가지는 미국의 대형 쇼핑몰 사이에서 4층 건물보다 높은 33m 상당의 초대형 나무를 설치하는 등 크리스마스 트리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머지 한 가지는 추수감사절 당일과 그다음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의 미국 내 온라인 쇼핑 매출이 2012년 대비 약 20%가량 증가했다는 사실이었다. 쇼핑센터에서는 3억원이 넘는 고가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면서까지 볼거리를 통해 집 안에 있는 고객들을 밖으로 끌어내려 노력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점점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가는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최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오프라인 유통매장의 고민은 한층 더 깊어져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더는 직접 구매를 하는 장소로 여기지 않고 모바일 쇼핑으로 구매할 물건을 눈으로 직접 살펴보는 쇼룸(Showroom)으로 이용하는 행태가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인터넷 서점인 Yes24에서 할인된 가격에 책을 구매하고 싶지만 간단한 서평과 추천 메시지로는 섣불리 결제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 경우에 대형 서점인 교보문고에 가서 책 내용을 살펴본 뒤에 구매할 의사가 생긴다면 매장에서 바로 스마트폰으로 Yes24에 접속하여 책을 주문할 수 있다. 여기서 대형 서점은 쇼룸의 역할만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실제 구매는 온라인 등 다른 유통 경로로 하는 현상을 우리는 쇼루밍(Showrooming)이라고 정의한다.

오프라인 유통 업체의 고민은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이제 고객이 매장에 가져오는 스마트폰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지만 이 역시 인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미국의 최대 가전 유통업체인 베스트 바이(Best Buy)는 구매자들이 자사의 매장에 와서 바코드를 스캔하여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쇼핑사이트의 가격과 비교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바코드 형식을 베스트 바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형식으로 바꾸었으나 결과는 오히려 12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소비자는 자신에게 최고의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유통 채널을 선택한다는 것을 간과한 나머지 매출을 위해 고객의 편의를 인위적으로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오프라인 유통매장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최근 ICT 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는 결제 및 빅데이터 기반 기술들은 역설적으로 스마트폰(모바일)에 빼앗긴 고객을 다시 스마트폰(모바일)을 통해 유인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블루투스 기반의 결제 및 로열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콘(Beacon)이라는 기술과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신호를 인식하여 고객의 구매 행동 패턴을 추적하여 데이터화하는 유클리드(Euclid) 기술이다. 이 두 가지 기술은 모두 고객이 온라인 비대면 채널에서는 제공할 수 없은 실시간 쇼핑 경험을 제고시켜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구매 만족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① 비콘(Beacon), 온라인 쇼핑이 제공하지 못한 실시간 로컬 커머스의 길을 개척하다

비콘(Beacon)은 스마트폰에 내장되어 있는 블루투스(무선신호)를 발생시켜 매장 내 고객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결제까지 한번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유통사업자에게는 매장 내부에 있는 고객의 위치에 기반하여 다양한 정보와 혜택을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는 로컬   커머스의 길이 열린 것이다. 고객은 스마트폰 앱을 실행하여 매장에 들어가서 원하는 제품을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추가적으로 쿠폰을 오려가거나 일일이 다른 매장과 최저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바코드를 스캔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고객이 특정 물품이 있는 코너를 지나가거나 바라보고 있을 떄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이 자동으로 무선신호를 인식하여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스마트폰에 고객의 생일이나 100번째 방문에 맞는 맞품형 이벤트와 쿠폰을 생성하여 전송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로컬 커머스 서비스는 온라인 쇼핑에서는 제공하지 못하는 가치를 제공한다.

모바일 결제(Mobile Payment) 사업에 소극적이었던 애플조차 비콘을 이용한 쇼핑 경험의 확대에서 가능성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새로운 운영체제인 iOS7부터 비콘 기능을 추가한 iBeacon 서비스를 론칭하였고 미국 내 254개 애플 직영 매장(Apple Store)에서 iBeacon 서비스를 구현하였다. iPhone 4S라는 구형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이 iPhone 5S라는 신제품 진열대 앞에 오면 iBeacon을 통해 고객을 식별하여 단말기 업그레이드 여부와 남은 약정기간, 단말기 보상금액을 추정하여 자동으로 제공해준다.

유클리드(Euclid), 오프라인 매장에 Amazon과 같은 Big Data 분석 환경을 제공하다

유통 채널의 차이점으로 인한 가격경쟁력을 제외하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아마존 간 경쟁력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고객의 성향에 대한 분석 능력이다. 아마존의 온라인 사이트는 접속만으로 고객이 어떤 상품을 조회하다가 구매버튼을 클릭하는지, 제품별로 머무른 시간, 어떤 이유로 구매를 포기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POS) 구매 기록 외엔 고객의 구매 행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창구가 없다. 하루라는 긴 시간도 쪼개어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유통업계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분석 데이터의 부재는 오프라인 매장의 아킬레스건과 같다.

유클리드(Euclid)라는 서비스는 이러한 오프라인 매장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매장 내에 설치된 센서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무선 인터넷(Wi-Fi) 신호를 인식하여 고객의 구매 행동 패턴을 추적하게 된다. 고객의 매장 방문 횟수, 체류기간, 결제 패턴 등의 정보를 아마존이 웹사이트에서 수집하는 것과 동일하게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가능하게 지원한다. 그리고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운영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대시 보드(Dash Board)를 제공한다. Big Data의 인사이트는 바로 데이터의 수집이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 안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방법론에 있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매장 운영자가 효율적으로 실시간 매장 프로모션(Real Time Indoor Promotion)을 진행할 수 있는 분석환경을 지원하는 것은 중요한 요소이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 시장은 전체 민간 소비 지출의 70%일 정도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그만큼 쇼핑과 지출거래에 잠재된 기회영역 또한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이러한 규모에 준하는 ICT 유통 인프라 및 비즈니스 활성화를 추진하였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3년 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NFC 모바일 결제의 경우 소비자의 결제 편의성보다는 카드-통신-정책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으로 인해 답보상태에 있다. 앞에서 소개한 비콘과 유클리드라는 새로운 기술 또한 가맹점 설비의 장착과 POS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가 필수적이다. 이제는 고객의 입장에서 최고의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가맹점 사업자와 이해관계자들 간의 거시적인 안목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