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송이 울려 퍼진다.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에는 반짝이는 트리와 산타 할아버지 조형물이 곳곳에 널려 있다. 정작 크리스마스를 기념해야 하는 기독교 신자가 거의 없는데도 중국인들은 크리스마스를 사랑한다. 이뿐만 아니다. 발렌타인 데이, 추수감사절, 할로윈도 중국 사람들이 빠뜨리지 않고 챙기는 기념일이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서양의 대표 기념일들이 이렇게까지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그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자.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동료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서 학교 인근의 대형 쇼핑몰을 찾았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쇼핑몰은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각종 조형물들로 가득했다.

빌딩 전체에 깜빡이는 전구를 달아 축제 분위기를 돋우었고 점포마다 크리스마스 특별 할인 및 선물 증정 등의 프로모션을 내걸었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영어로 크게 써 붙인 산타클로스 조형물들이 쇼핑몰 곳곳에 가득했다.

함께 쇼핑몰에 들렀던 미국인 동료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도 당연했다. 중국에는 기독교나 가톨릭 신자가 거의 전무하며 거기다 국가 공휴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기념 행사와 각종 안내물들은 더하면 더했지 다른 국가에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다.

게다가 미국 내에서도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지 않는 타 종교인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 대신 ‘해피 할러데이’를 사용하는데 반해 정작 기독교 신자가 드문 중국에서 ‘메리 크리스마스’가 널리 울려 퍼진다는 사실도 의아함을 자아낸다.

중국의 크리스마스는 사실 한국이나 일본과 유사하다. 종교적인 색채를 띠기보다는 마케팅으로서의 색깔이 더욱 강한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중국인들이 앞다투어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하고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며 즐기는 모습은 어쩐지 어색하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서양문화’는 배척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방 국가와 관련된 일 혹은 이들 국가의 기업에서 일했거나 관련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종종 ‘제국주의의 주구(走狗)’라거나 ‘자본주의의 앞잡이’라는 식의 불명예스러운 낙인이 찍히곤 했다.

문화혁명 당시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거나 해당 국가를 방문하면서 외국 문화를 즐겼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 중국이 소련과의 분쟁으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헨리 키신저가 1971년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하면서 ‘죽의 장막’이라 불리던 중국은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이어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정상화되고 이후 중국은 서양문화,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 문화를 매우 빠른 속도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중국에 기독교 인구가 별로 없는데도 크리스마스가 인기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개방과 함께 중국에 들어온 서양 기념일 중 크리스마스만큼이나 인기가 있는 날은 바로 한국에서도 인기인 ‘발렌타인 데이’다.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에게 초콜릿이나 선물을 주면서 마음을 확인하는 발렌타인 데이는 젊은 80~90년대생들을 겨냥한 기업들에게는 최고의 마케팅 기회다.

발렌타인 데이는 전통적 명절인 춘지에(음력설)와 비슷한 시기로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가보면 소비대상이 누구냐에 따라서 마케팅이 확연히 구분된다. 젊은 층 대상의 제품은 발렌타인 데이 마케팅을, 중장년층 이상을 타깃으로 한 제품은 춘지에 마케팅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무분별하게 서양의 기념일을 따르지 말고 중국식 전통 발렌타인 데이를 기념하자면서 칠월칠석을 홍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를 챙긴다. 여기에 답하듯 쇼핑몰과 기업들은 발렌타인 데이 기념 상품이나 커플들을 위한 여행상품, 선물 패키지 등을 선보인다.

할로윈도 중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서양 기념일이다. 게다가 할로윈은 한국보다도 중국에서 더욱 인기가 높은 듯이 보인다. 웬만한 레스토랑이나 쇼핑몰, 어린이용품점, 옷 가게 등에서 할로윈 장식이나 특별 세일 등을 잊지 않고 표기해 손님들을 끌어 모으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그다지 챙기지 않는 서양 기념일 중에 중국에서 인기 있는 또 다른 기념일은 바로 추수감사절. 중국은 중추지에라는 전통적인 추수감사절이 있지만 미국의 추수감사절이 어느샌가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양식 레스토랑에서는 추수감사절을 기념해 이날 칠면조 요리와 각종 스테이크 등을 파는 이벤트를 펼친다. 추수감사절 기념 가격할인이나 무료 서비스 등도 흔히 볼 수 있다.

이 역시 해외문화 수용에 거리낌이 없는 1자녀 세대인 80~90년대생들의 ‘바잉 파워’ 덕이다.

 

<중국의 문화>

중국의 겨울철 최고 간식은?

중국의 겨울철 길거리 음식 풍경은 한국과 많이 비슷하다.

겨울철에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중국의 길거리 음식은 군고구마. 한국에서는 수지가 맞지 않아 점점 사라져가는 데 반해 중국에서는 커다란 드럼통에 구워서 파는 군고구마를 쉽게 볼 수 있다. 한국과 다른 점이라면 중국에서는 고구마 개수가 아닌 무게에 따라 가격을 매긴다는 점이다.

군밤도 겨울철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오목하게 파인 대형 웍(중국식 프라이팬)에 검은색의 돌을 뜨겁게 달군 후 여기에 작은 밤들을 넣어서 돌의 온도로 익혀서 파는 군밤은 길거리 간식으로 인기다. 속까지 골고루 익으면서도 타지 않고 쉽게 까먹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중국의 겨울철 간식거리로는 탕후루(糖葫蘆)가 있다. 과일꼬치의 일종인 탕후루는 중국 송대(代)에서부터 시작해 청대에까지 크게 유행했다. 본래는 산사나무 열매를 꼬치에 꿰어 물엿을 입혀서 만든 간식이다. 여름에도 탕후루를 팔기는 하지만 물엿이 쉽게 녹아 내리기 때문에 겨울철 추운 날씨에 먹어야 탕후루의 제맛을 알 수 있다.

요즘은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춰 산사나무 열매 대신에 딸기나 키위, 파인애플 등의 과일이나 혹은 딸기 안에 초콜릿이나 다른 과일 등을 섞어서 만드는 탕후루가 더욱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inchunghan@gmail.com

뉴욕공과대학(NYIT)의 중국 난징캠퍼스에서 경영학과 조교수로 근무중이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 년간 기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경영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