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중앙) 지난 2월16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해외 언론을 대상으로 대규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금부터 약 800년 전 칭기즈칸은 세계 역사상 최대 영토의 몽골제국을 건설했다. 유목민 특유의 빠른 기동력과 체계적인 조직 관리가 주요했다.

많은 사람은 그의 탁월한 리더십에 감탄한다. 하지만 이것만이 몽골제국의 성장에 전부는 아니다. 칭기즈칸이 세계 정복에 나서기 전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친구 자무카의 활약상에 주목해야 한다.

그가 어릴 적 살해 위협을 당하던 칭기즈칸을 구해내지 않았다면 세계 최대 영토인 몽골제국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국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화려하게 치러냈다.

종합 5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리며 신흥 동계스포츠 강국으로서 세계 빙상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경쟁을 앞두고 이뤄낸 쾌거다.

많은 사람들은 김연아, 모태범, 이상화 등 선수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동계올림픽은 세계 최고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경합을 벌이는 장이다. 선수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선수들의 노력을 평가절하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들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동안 비주류 종목으로 분류되며 소외 받았던 동계 스포츠 종목에 물심양면으로 아낌없는 지원과 건전한 스포츠 문화 활성화를 주도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종합 5위라는 순위는 한낱 꿈에 그쳤을지 모른다.

아시아 첫 ‘스포츠 평화 대사’ 선임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숨은 주역은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다. 스포츠인은 아니지만 스포츠인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다.

지난 1월 기업차원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측에 30억 원의 후원금 쾌척 했고, 본인 스스로도 해외 네트워크 구성과 유망주 양성에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2월17일 모나코 국왕인 알베르 2세(Albert II,왼쪽)가 조 회장의 재킷에 피스 앤 스포츠 상징인 콜드핀을 꽂아주고 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개막일부터 폐막일까지 현지에 상주하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매일 같이 세계 각국 유명 인사를 만난 것.

지난해 추석 명절은 IOC위원회 회의가 열린 스웨덴, 올 설 연휴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지냈던 그가 다시 한 번 강행군을 펼친 셈이다.

김진선 2018평창 동계올림픽 공동 유치위원장(강원도 지사)은 “바쁜 기업 활동에도 공동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조양호 회장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고 그와 함께 꿈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유망주 양성을 위해서는 김연아 선수 등 국내 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을 위한 ‘엑셀런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엑셀런스 프로그램은 1년 간 비행기 티켓 제공을 통해 해외 전지훈련 등의 편의성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단순 홍보를 위해 스타급 선수들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는 성장가능성 있는 선수를 주목,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유망주를 후원해 국제무대에서 최상의 기량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야 말로 국민에게 희망과 자긍심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월17일 밴쿠버 올림픽 선수회관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피스 앤 스포츠’(Peace and Sport) 대사로 임명됐다. 조 회장은 “스포츠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전 세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스포츠를 통한 평화 전도사 역할을 하게 되어 기쁘다"고 임명 소감을 밝혔다.

‘피스 앤 스포츠’는 인종·종교·사회적 편견 등을 초월해 순수한 스포츠를 바탕으로 세계 평화 증진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단체로 조엘 브주(Joel Bouzou) 국제 근대 5종 연맹 사무총장이 지난 2007년 설립했다.

조엘 브주 회장은 “(조양호 회장은) 세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스포츠가 큰 역할을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으며, 동계 올림픽은 물론 대한탁구협회장으로서 국제적인 탁구 교류를 활발하게 진행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기·비인기 종목 구분 없는 지원
조 회장의 스포츠 정신에는 기본 원칙이 있다. 선수들의 기량향상을 위해 최선의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인기 있는 종목은 물론 비인기 종목에 구분 없이 똑같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한항공은 동계스포츠 외에도 국내 스포츠 분야에서 비주류 종목으로 분류되는 배구와 탁구 종목의 지원도 강화, 올바른 스포츠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항공 점보스 프로 배구단은 지난 1969년 창단, 인하대부속 고등학교 및 인하대학교 배구부에 대한 후원을 통해 한국 배구와 학원 스포츠 발전을 이끌어 냈다.

특히 대한항공 여자 탁구단은 1973년 창단 이후 우수 선수 육성으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에서 우리나라가 메달을 획득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박스기사 참조>
이밖에도 대한항공은 최근 젊은이들의 대표 문화 콘텐츠인 e스포츠에 대한 후원에도 나서고 있다.

세계 3대 박물관 한국어 안내 서비스의 고전 문화 지원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IT강국을 대표하는 문화와 스포츠 발전을 위한 지원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스포츠를 통한 조 회장의 사회 환원 의지가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며 “향후 스포츠와 문화 콘텐츠에 대한 후원을 지속적으로 확대, 세계 속의 한국문화를 알리는 것과 동시에 2018 평창동계 올림픽 유치전에도 적극 동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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