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청년창업 ③ 느낌이 다른 ‘치킨’ 145개 점포로 ‘홈런’

치킨을 극히 좋아하는 사람들은 치킨을 ‘치느님’이라 부른다. 이들은 ‘치킨은 종교다’라는 말도 한다. 이정규 대표도 그랬다. 그에게 치킨은 항상 옳았다. 그래서 치킨 전문점을 열었다. 그런데 보통 치킨집이 아니다. 좀 다르다.

더후라이팬 홍대점에서 이정규 대표(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여학생 두 명이 홍대 인근 지하에 위치한 치킨집에 갔다. 한 명은 새빨간 뿔테 안경을 꼈고, 나머지 한 명은 통통하고 귀여운 인상이다. 손님 하나 없는 가게는 조용했다. 지나친 적막감은 긴장감마저 일으켰다. 둘은 당황했다. ‘그냥 나갈까?’

가게 안쪽에는 22살 청년 사장님, 이정규 씨가 앉아 있었다. 아니,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 둘에게 ‘슈렉의 고양이’와 같은 눈빛을 보냈다. ‘제발 그냥 가지 마세요.’ 두 여학생은 눈빛 공세에 못 이겨 주춤주춤 자리에 앉았다. 이내 암묵적인 의견 합치에 이르렀다. ‘팔아주자. 불쌍하다.’

2002년 언젠가, 홍대에서 벌어진 ‘실화’다. “10년 남짓 지났네요. 아직도 얼굴을 또렷이 기억해요. 가게 연 지 거의 두 달 만에 찾아온 ‘첫 손님’이었어요. 잊을 리가 있겠습니까.”

 

공부보다 먹는 게 좋았다

이정규 대표(36세)는 먹는 게 워낙 좋았단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맞벌이 부모 밑에 살다 보니, 직접 음식을 해 먹을 때가 많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부엌을 드나들었다. 그러면서 단순한 진리를 발견했다. ‘음식은 좋은 거구나.’ 요리는 재미있었고, 먹어보니 맛났다. 다른 이에게 먹어보라 해도 맛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기분이 좋았다. 라면으로 기초를 다지고, 소고기 볶음으로 입문했다. 소질이 있는 게 분명하다는 판단 아래, 고등학교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요리책을 탐독했다. 요리에 대한 꿈도 커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반대하셨어요. 화학 관련 사업을 하셨는데, 내심 물려받길 원하셨던 거죠. 공대에 가라시더라고요. 소원이라고.”

공부를 썩 잘하지는 않지만, ‘소원’이라시니. 1년 바짝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홍익대학교 산업공학과에 입학했다.

“학교생활요? 말도 마세요. 강촌에 엠티 가서 한 달 동안 눌러앉은 적도 있어요. 학기 중에요. 2박 3일로 갔던 건데, 메뚜기 뛰듯이 옆방으로 옮겨 다니면서 지낸 거죠. 친구들한테 요리해주면서 얹혀 살았어요. 하하.”

공부는 뒷전이었다. 6년간 학교를 다녔는데도 계속 2학년이었으니 말 다했다. 대신 틈틈이 ‘요리자격증’은 따놨다. 뒤늦게 간 군대에서는 ‘취사병’으로 복무했다. 그리고 제대. 갑자기 허무해지더란다. “철이 좀 들어서일까요. 동기들은 전부 그럴싸한 기업에 취업했는데, 학년은 머물러 있고 학점은 바닥이고…. 요리를 좋아한다는 것 외에는 내세울 게 없더라고요.”

    

팬을 잡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학교로 돌아가 펜을 잡았느냐? 아니다. 대신 외국계 외식 프랜차이즈에서 팬을 잡았다. 취사병 경험과 요리자격증을 내세웠다. 일개 ‘알바’였지만 배운 게 많았다. “처음 들어온 제게 메뉴를 만들어내라는 겁니다. 근데 하나도 어렵지 않았어요. 요리가 철저히 표준화돼 있더라고요. 쓰여 있는 대로 하니, 근사한 요리가 탄생했어요. 와, 이게 프랜차이즈 매뉴얼이구나. 충격적일 정도로 놀라웠습니다.” 한 1년쯤 그랬을까. 자신감이 들었다. ‘이거 뭐야…. 쉽잖아?’

그때 그 자신감이 훗날 ‘오만’이었단 걸 알았지만 그땐 그랬다. 결국 창업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아르바이트하면서 모은 돈 약 800만원으로 홍대 바로 앞 지하에 ‘비어큐브’를 오픈했다. 치킨을 주 메뉴로, 맥주를 파는 가게였다. 실평수 9평에 테이블은 단 4개.

“‘그릴’요리는 매뉴얼대로 해도 잘 안 되던데, 튀김류는 기가 막히게 잘했거든요. 내가 튀김에 일가견이 있나 보다, 나 좀 잘 튀기는구나 했던 거죠.”

간판은 따로 없었다. 겉에서 보기엔 ‘정체불명의 가게’였다.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는 손님도 많았다. 일반 바(bar)인줄 알고 아가씨를 불러달라는 취객도 있었다. 그렇게 뜨내기들만 다녀갔다. 두 달 가까이나 그랬다. 그나마 한 달간은 친구들이 매상을 올려줬다. 이후 한 달 동안은 매일 가게에 나와 멍하니 있다가 집에 가곤 했다. 무서웠단다. “공포였어요. 아무도 오지 않는 가게에 있는 시간이 거듭되니까요. 매일같이 사온 닭을 버리고 집에 가는 기분이란….” 스스로가 끝없이 한심해졌다. “알바 얼마간 한 게 뭐라고, 참 겁 없었구나 싶었죠.”

 

자만(自慢)이 열었던 가게, 그 쓴맛

여느 때처럼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가’를 생각하고 있는데 가게 문이 열렸다. 빨간 뿔테 안경을 낀 여학생과 귀운 인상의 여학생. 첫 손님의 주문은 ‘날개 치킨’이었다. 한입 베어 물더니 내 뱉는 말. “어? 이거 맛있는데요?”

“그럴 리가 없는데, 맛있다는 말투였어요. 하하.” 한 접시 다 비우는 동안 이들은 말동무가 돼줬다. 어떻게 가게를 차리게 됐는지부터 신세한탄도 늘어놨다. 참 맛있게 잘 먹었다는 말과, 꼭 친구들에게 소문내겠다는 약속을 하고 둘은 돌아갔다.

“진짜 약속을 지켜줬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을 데리고 다시 왔어요. 그때부터 손님들이 차츰 늘더라고요.” 입소문을 타고 줄을 서서 먹을 정도까지 됐다. “가게 앞에 커피숍이 있었는데, 제 가게 덕분에 그 가게도 잘 될 정도였죠.”

그런데 1년 후. 이 대표는 비어큐브의 셔터를 내렸다. 갑자기 인기가 떨어졌느냐? 천만의 말씀. 매출이 많을 때는 한 달에 2000만원인 적도 있었다. 한데 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은 그중 10%도 되지 않았다. 원가관리를 못한 탓이었다. 인심이 후해 막 퍼줬고, 한번 앉은 사람들은 좀체 일어나질 않았다. 자연히 회전율이 떨어졌다.

“그때 알바생이 하나 있었는데, 저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 갔어요. 원가관리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음식 맛있게 만드는 것과 음식 갖고 장사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더라고요.”

 

사진=박재성 기자

이론이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공부’

가게 문을 닫고 객관적으로 보니 뭐가 부족했는지 알 것 같았다. “창업에 있어서는, 아는 걸 더 깊이 파는 것보다 모르는 걸 없애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기획실에 입사하기로 다짐했다. 물론 입사가 녹록지는 않았다. 학년은 2학년이고, 나이는 많고, 경력은 없고. 뽑아줄 리 만무했다.

뭔가 증명할 거리가 필요해 대학생 논문 대회에 출전했다. 주제는 ‘외식업 브랜드 홈쇼핑 진출 방안’. 지금이야 보편화됐지만 당시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상을 탈 수 있을 정도로. 메뉴개발 공모전에서도 입선했다. 수상 경력을 집어넣으니 입사가 한결 수월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들어가서 장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프랜차이즈화 하려면 뭘 해야 하는지를 치열하게 배웠다.

“만일, 훌륭한 경주 선수가 되고 싶다는 학생이 있다고 쳐요. 그 학생에게 ‘꿈과 열정만 있으면 된다’는 말 하지 마세요. ‘면허증’이 있어야 되니까요. 안 그럼 사고 나거든요.”

요리만 알고, 장사를 몰랐던 경험에서 얻은 뼈저린 교훈. 2년간 회사생활을 하고, 이제는 ‘면허증을 땄다’ 싶었던 이 대표. 내렸던 셔터를 다시 올리기로 했다.

 

장사를 알다

28살이 되던 2006년. 그는 ‘또’ 치킨 전문점을 오픈했다. 이번에는 간판도 달았다. ‘더후라이팬’ 직영점 1호였다. 자리는 기존 ‘비어큐브’가 있던 데서 멀지 않은 곳으로 잡았다. 그렇게 비어큐브는 ‘더후라이팬’의 전신이 됐다. 맛도 같고, 메뉴도 같았다.

창업비용은 약 1700만~1800만원 선이었다. 당시 가게 보증금이 1000만원이었고 권리금은 없었다. 인테리어 비용으로는 약 700만원을 썼다. 월세는 140만원을 냈다.

“더후라이팬도 처음부터 잘되진 않았어요. 하루 매출이 2만~3만원이었던 적도 있었는 걸요.” 가게가 1층에 있다 보니 이따금씩 손님이 오긴 했는데, 주택가 골목으로 조금 꺾어 들어가는 지점에 있는 터라 사실 그리 좋은 상권도 아니었다. 이 대표는 “이런 상권에서 살아남아야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그마한 공간에서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치킨을 튀겼다. ‘한 마리’ 구성이던 치킨의 틀을 깨고 다리, 안심(가슴살)의 순살만 발라냈다. 거기에 자체 개발한 10여 가지의 향신료를 더했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향긋한 맛을 냈다. 부위별 질감이 다른 만큼 익히는 시간을 달리했다. 그랬더니 더 부드럽고 쫄깃했다. 인테리어도 신경 썼다. 담배냄새 나는 퀴퀴한 ‘치맥집’이 아닌, ‘감성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어딘가 캐주얼하면서 세련되게 꾸몄다.

“오픈 2~3개월 후에는 손님들이 점차 늘었고, 하루매출이 30만~40만원으로 올랐습니다. 기존 ‘비어큐브’ 단골 고객도 찾아왔고요. 정확히 11개월 뒤에는 100만원을 돌파했는데요, 그때부터 ‘순익’이라는 게 생겼습니다. 장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된 거죠.”

 

망하지 않으면 성공 못한다

그로부터 2년 뒤, 직영점 2호를 오픈했다. 위치는 건대입구로 잡았다. “홍대 상권은 특이한 구석이 있어요. ‘홍대에서만’ 잘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죠. 그래서 지극히 평범한 상권을 선정한 겁니다. 건대입구는 그야말로 ‘보통 상권’이에요. 여기서 통하면, 대한민국 어디든 통한다랄까요.”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건대에서 ‘통한’ 더후라이팬은 3호점부터 가맹을 받기 시작했고, 현재 145개 점포에 이르게 됐다.

이 대표는 점포수를 250개 이상으로는 늘리지 않을 계획이다. 스스로 그 이상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판단해서다.

“한창때는 한 달에 300분 이상 가맹상담을 받아가기도 했어요. 근데 덩치만 자꾸 커지는 것 같아서 2011년엔 가맹 계약을 한동안 멈췄죠. 그러다 올 초부터 다시 받기 시작했습니다.”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는 창업 관련 외부 강연 또한 일체 멈췄다가 최근 들어 재개하고 있다.

청년 창업 준비생들에게 강조하는 게 뭔지 물었다. “딱 한가지예요. 한 번은 꼭 망해보라는 거.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예를 들어 한 200만~300만원 정도 투자해서 붕어빵을 팔더라도, ‘쫄딱’ 망해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첫 장사 때 안 망하잖아요? 그러면 나중에 손도 못 쓸 정도로 크게 망해요. 작은 돈으로 뭐든 해보세요. 그리고 한 번 망해보세요. 눈빛이 달라질 걸요. 그리고 좀더 ‘쫀득쫀득’해질 겁니다.”

 

전문가가 본 ‘더후라이팬’ 성공 요인

“한입 쏙 크기로 잘랐더니 젊은 여성이 좋아하더라”

 

안심, 다리살을 이용한 치킨과 샐러드 세트(사진제공=더후라이팬).

치킨을 좋아하는 대표가 기존의 치킨집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을 갖고 개선점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면서 만든 더 후라이팬. 전국적으로 140여 개의 매장을 개설한 더후라이팬에는 누구나 공감하는 성공전략들이 숨어 있다.

우선 요식업이라면 우선 맛으로 어필해 충성고객층을 이끌어내야 한다. 더후라이팬은 이뿐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STP 전략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S(Segmentation)’다. 시장세분화 측면에서 대한민국 내 치킨을 좋아하는 나이의 층을 나눴고, 남녀의 성향을 세분화했다. 그리고 ‘T(Targeting)’. 표적시장 측면에서 젊은 20~30대 여성층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전략적인 마케팅으로 포지셔닝(P: Positioning)했다.

 

다섯 가지 성공 키워드

① 치킨의 틀을 깨다

치킨은 몸통, 다리, 날개가 있는 ‘한 마리’여야 한다는 기존의 틀을 깼다. 닭 가슴살과 다리 살을 사용해 부드러운 식감과 깔끔한 비주얼을 구현했다. 살만 발라내 먹기 편하게 했으며, 포테이토칩을 곁들여 타깃 고객의 니즈를 잘 반영했다. 정확한 시간에 맞춰 조리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가장 맛있는 순간’에 치킨을 먹을 수 있다.

② 트렌디함을 더했다

모든 요식업이 여성 고객의 취향에 맞춰 변화하고 있지만 기존의 치킨시장은 배달 중심의 소비만을 행해왔다. 또 매장에서 치킨을 즐기는 모습은 야장을 깔고 치킨에 맥주를 즐기는 식이었다. 직장상사에게 또는 친구들에게 이끌려 야장에서 치킨에 맥주를 마시지만 이는 여성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이러한 여성 고객에게 더후라이팬은 편안하고 심플하면서 감각 있고 맛있는 공간이라는 여성들의 니즈와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인테리어를 추구했고, 다시 한 번 타깃 고객을 만족시켰다.

③ 고객뿐만 아니라 점주도 만족하는 인테리어

더후라이팬은 매장을 개설하면서 시간이 지나갈수록 감가상각되는 인테리어가 아닌 인더스트리얼 빈티지 디자인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이 덕분에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고 불필요한 리모델링 부담을 줄여 고객과 가맹점주 모두를 만족시켰다.

④ 가맹점의 시각에서

창업주가 점포 선정을 할 때 더후라이팬만의 경쟁력으로 경상비 지출이 낮지만 좋은 가시성으로 수익성을 볼 수 있는 입점지를 선정하려는 본사의 노력이 창업주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⑤ 끊임없는 메뉴 개발보다 ‘제대로 만들자’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본사의 이름과 같이 고객과의 접점에 서려고 노력했고 지속적인 메뉴 개발 아닌 ‘제대로 만드는 메뉴 하나’라는 본사의 마음이 치킨에 진심을 더했다.

 

향후 성장가능성 및 보완 개선점

고객과 가맹점의 커뮤니케이션은 다르다.

홈페이지에서 고객과 예비가맹점 모두가 소통하려고 하면 안 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 활용을 통한 고객과의 소통과 펀(Fun)을 더하면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

9월 이후에 없는 이벤트 요소들을 SNS를 활용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소소해도 즐거운 이벤트(사다리타기, 퀴즈 이벤트)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소비자들과 가까워지는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의 홈페이지는 가맹점을 확보하기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건의함’ 구조 또한 형식적인 면에 국한되는 편이라, 홈페이지 활용도에 관한 개선이 요구된다.

 

(도움말= 창업몰경제연구소 홍태곤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