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됐던 채권시장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승하던 채권 금리가 하락세로 바뀌고, 내년 상반기까지 이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최고조에 달하고, 채권 가격이 떨어진 지금이 채권 매수 적기다.

지난주 채권 금리는 투자심리 부진으로 상승해 출발했지만, 결국 박스권 장세를 유지했다. 외국인이 국채선물 매도를 지속해 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 양상이 지속됐지만, 조정 폭이 확대될 때마다 장기투자기관이 저가 매수에 나서 박스권 상단을 지지했다. 다음 달 국고채 발행 계획에 1조원 규모의 바이백이 포함되고 발행 물량도 축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급에 호재로 작용했다.

경직됐던 채권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요소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주 채권시장은 소폭의 금리 하락이 예상된다. 외국인의 추가 선물 매도 여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30일 시작된 외국인의 선물 매도가 11월 내내 이어졌다. 13만2000계약(액면 규모 13조2000억원)의 매도가 파생시장에 집중되면서 채권시장의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됐었다. 외국인의 지속적인 선물 매도로 국고채 3년 금리는 3.0%, 국고채 30년 금리는 4%를 돌파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선물 보유 포지션이 이미 마이너스로 전환돼 추가 매도 여력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9월 이후 글로벌 주요국의 채권 금리가 크게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국내 금리만 상승을 지속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연준의 행보도 채권 수급에 긍정적이다. 지난 9월, ‘서머스가 연준 의장으로 지명되면 2014년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공포가 국제금융 시장을 뒤엎었다. 외국인 선물 매도 규모가 커지는 동시에 미국의 금리 급등이 동반되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차기 연준 의장으로 옐런이 지목되면서 글로벌 금리가 크게 안정되는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의 선물 매도는 글로벌 차원의 동반 금리 상승에 베팅한 플레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경기 회복 기대감 대비 기업들의 업황이 나빠져 설비투자가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발표된 기업들의 업황 전망은 급격히 악화됐다. 최근 원·엔 환율의 급락이 지속되면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 회복이 수출 증가로 이어질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선진국의 경기 회복은 2012년 하반기부터 나타났음에도 한국경제의 2013년 1~11월 동안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1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0.2% 증가에 그쳤다. 2013년 한국경제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소비와 투자가 부진하면서 수출 증가보다 수입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저물가 속에서 외국인의 선물 매도로 금리가 오르면서 레벨 측면에서 채권 투자 메리트 높아진 상황이다. 외국인의 선물 매도가 매수로 돌아설 경우 금리가 다시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기의 회복이 지속되고 연준의 테이퍼링이 시작돼도 채권 금리가 더 상승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장기투자기관의 경우 적극적인 자금 집행을 고려할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14년은 채권 본연의 위치를 재점검하는 국면이 예상된다. 양적완화 축소라는 미국발 통화정책 이벤트의 영향력이 상반기에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금리 수준을 끌어올린 이후 하반기는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는 구도다. 한국은 선진국과 이머징의 하이브리드(Hybrid)라는 성격을 동시에 확보하게 됐다. 외국인들의 한국물 선호는 꾸준히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