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에서 신학 석사학위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학에서 철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대 철학과 교수 및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를 지냈다. 한국칸트철학회 회장, 밀알복지재단 이사장, 시민정보미디어센터 이사장, 한국철학회 회장과 제18대 한성대 이사장, 제6대 동덕여대 총장 등을 역임했다.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가 지난 2월18일 개최한 제1633회 세미나에서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사회통합과 소통의 벽, 이렇게 넘어라’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를 발췌해 싣는다.

우리 한국인이 불행한 이유는 경쟁심이 강하기 때문이고 도덕적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경쟁심이 강해서 덕을 본 것도 있다. 하지만 도덕적 수준은 어떠한가. 다른 분야에 비해 도덕 수준은 굉장히 낮다.

가령 스포츠는 다른 분야에 비해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예술분야에서 성악부분은 세계에서 최고라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성악 콩쿠르를 할 때는 한국인을 참석 못하게 할 정도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시민사회는 아시아에서는 일본보다 앞서있다. 거의 모든 분야에 세계의 10위 전후이다.

하지만 국제투명성기구에서 조사한 순위는 세계 40위이다. 우리는 지금 요르단보다 뒤져있고, 에콰도르보다 뒤져있다.

심지어 아프리카의 보츠와나보다 뒤떨어진 순위다. 2008년 4월8일 일본청소년연구소가 한국, 일본, 중국, 미국 고등학생 1000~150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한 결과, 한국 학생은 ‘돈이 최고’라고 답했다.

한국 학생의 50.4%는 ‘부자가 되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대답했다. 일본 학생은 33%, 중국학생은 27%, 미국은 22%가 그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한국학생이 일본이나 중국, 미국학생에 비해 돈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있다.

‘돈을 벌기위해서는 어떤 수단을 써도 좋다’고 하는 답변에 한국학생은 23.3%가 동의했고, 미국학생이 21.2%, 일본 13.4%, 중국이 5.6%였다고 한다.

이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더욱이 ‘돈으로 권력을 살 수 있다’는 질문에 한국학생이 54.3%가 동의를 했다고 한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은 30% 정도였다.

이런 통계를 보면 우리의 도덕적 수준이 굉장히 낮다는 것이 드러난다. 한 NGO가 한국 중·고등학생 1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10년을 감옥에 살아도 10억을 벌 수 있다면 부정을 저지르겠다는 내용에 동의한 학생이 17.7%였다고 한다. 이것은 상당히 심각한 숫자라고 생각한다.

낮은 도덕수준은 경제적으로도 손해
서로 거짓말하고, 서로에게 억울하게 하면 서로가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중·고등학생들의 이런 의식수준을 보면 학생들이 특별히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다. 중·고등학생의 가치관이라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다. 도덕적수준이 낮다는 것은 결국 오늘 날 사회갈등을 일으켜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이는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 가령 우리의 투명성이 일본정도가 되면 우리 경제가 1년에 1.4~1.5%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경제가 1% 더 성장한다는 것은 대단한 숫자이다. 또한 1년에 10%씩 우리의 신뢰도가 높아지면 경쟁성장률이 0.8% 올라간다고 한다.

우리의 신뢰도가 10% 올라가면 최근 국민총생산 기준으로 볼 때 대략 80조원의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고 한다. 80조원이면 인천국제공항을 14개만들 수 있는 돈이라고 한다.

“우리가 정보화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주고받는 정보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정보화 사회에 정보를 믿을 수 없다면 이것은 심각한 상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과거 어느 때보다 투명성과 정직성이 강조된다.”

오늘날 우리가 사회 갈등이 많고, 우리가 또 불행해지는 도덕적 문제 가운데 특별히 두 가지는 첫째 정직성, 둘째는 공정성이다.

정직함과 공정함, 이 두 가지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친절과 예의는 부차적이다. 훨씬 더 기본적인 것은 우리가 서로 속이지 않고, 억울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정보화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하는데, 이 사회에 살고 있다는 말은 천연자원, 인구, 영토가 아니라 우리가 주고받는 정보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 정보를 우리가 믿을 수 있어야 된다. 정보화 사회에 정보를 믿을 수 없다면 이것은 심각한 상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과거 어느 때보다 투명성과 정직성이 중요한 것이다. 또 우리 사회가 경쟁심이 엄청나게 강하다고 말하고, 자본주의 제도를 도입해 지금 모든 것을 경쟁이 있어야만 발전할 수 있다고 하는데, 경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페어플레이다.

불행하게도 이 분야들에서 우리가 취약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갈등들이 엄청나게 생겨났다. 가령 정치인들이 서로의 말을 믿지 않는다.

항상 저의(底意)가 뭐냐고 묻는다. 이 저의라는 말은 불행한 말이다. 어떤 말도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 일 수 없는 것이다. 서로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도 개선과 종교인 역할도 중요
법과 제도를 올바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사람에게 자꾸 줄을 서라고 하기보다 번호표를 만들어 순서를 지키는 것이 서로가 얼마나 편한가.

제도를 잘 만들어놓으면 그렇게 질서가 생긴다. 질서를 세우기 위해 법과 질서를 잘 만들면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에 가령 공직자의 재산등록제도는 참 잘 만들었다. 그것 때문에 부정이 많이 줄었다. 또 일본도 못하는 금융 실명제를 도입해 우리 사회의 부패를 막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내가 경실련 대표로 있을 때 금융 실명제를 추진했는데,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도덕적 수준을 높이는데, 한 가지, 만 가지 가지고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도덕적 자원을 이용해 우리 사회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어 우리나라도 모범적인 선진국이 되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종교인들이 이 일에 앞장을 서야 된다. 종교인들은 이 세상 이외의 세상을 보기 때문에 좀 더 고상한 가치를 추구한다.

종교적인 가치와 개혁은 사람을 불공정하게 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이 세상에서 얻는 작은 이익을 위해 종교적인 원칙을 어기는 사람은 진정한 종교인이라 할 수 없다.

어느 사회든지 그 사회의 도덕적 수준을 유지하고, 진전시키는데 는 그 사회의 지배적인 종교가 많은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의 종교인들은 그런 책임을 가지고 살아야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