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신격호 꿈 키워준 영도대교

그때 그 모습으로 돌아왔다

신격호 총괄회장(사진=롯데그룹)

1940년께 부산 광복동. 20대의 청년, 신격호가 서 있다.

당시 도립종축장에서 말단 사원으로 일하던 그는 출퇴근길 항상 어느 지점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영도대교를 내려다봤다.

영도대교는 1932년 4월 20일 착공해 1934년 11월 23일 준공한 다리다. 개통식 당시 부산 인구 20만 명 중 6만 명이 몰려와 구경할 정도의 랜드마크였다.

1분 30초~4분에 걸쳐 다리의 한쪽을 들어 올려 선박을 지나가게 하는 광경을 하루 6회씩 연출하며 부산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1935년에는 다리 위에 전차궤도(電車軌道)를 설치해 전차를 운행하기도 했다.

신격호 회장은 청년 시절, 도개한 다리 밑으로 부산항을 오가는 배들을 보며 사업가의 꿈을 키웠다. 울산 태생인 그는 20살이 되던 해 ‘성공’을 위해 부산으로 왔다. 야심 차게 발을 디뎌서인지 부산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그러던 1966년 9월. 영도대교는 도개를 중단했다. 영도구의 교통량 증가가 이유였다. 전차궤도도 철거됐다. 2003년에는 안전진단 검사에서 위험등급을 받아 철거 논란을 겪기도 했다. 이후 재난 위험 등급 판정을 받아 대형 트럭과 승합차의 통행이 금지됐다.

영도대교가 곡절을 겪는 동안 청년 신격호는 이미 대사업가가 됐다.

2007년, 영도대교 인근에는 ‘부산롯데타운’ 개발이 한창이었다. 부산시는 롯데 측에 “낡은 영도대교를 도개식 교량으로 복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회장인 신격호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1100억원의 공사비를 지원했다.

결국, 그해 확장 복원 공사에 착수하게 됐다.

지난 11월 27일, 일제강점기와 6.25 한국전쟁 당시 애환이 깃든 추억의 영도대교가 4년간의 공사 끝에 재개통했다.

기존 왕복 4차선 도로는 6차선 도로로 확대했다. 그리고 신 총괄회장이 청년시절 보던 모습 그대로 매일 낮 12시부터 12시 15분까지 교량 상판을 75도 각도로 들어 올리게 됐다.

영도대교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함께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부산 롯데타운 조성 사업’의 하나이기도 하다. 롯데는 이미 2009년 12월 롯데백화점 광복점 본관을 짓고, 이듬해인 2010년 8월에는 신관을 개장했다.

이어 2014년에는 롯데시네마 등이 들어서는 3관을 짓고, 108층짜리 건물을 올릴 계획이다.

한편, 롯데백화점은 영도대교 개통을 기념해 12월 8일까지 부산 내 4개 점포를 방문하는 고객 중 1명을 추첨해 2000만원 상당의 영도대교 황금모형을 증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