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2차전지 시장, 삼성SDI 글로벌 1위 ‘예약’

BMW의 전기차 i3 판매가 호조세를 보이자 삼성SDI도 덩달아 신이 났다. 이달 독일에서부터 단계적으로 판매가 시작된 i3의 사전예약 주문량만 1만 대에 달했다. BMW가 내놓은 전기차 i3와 하이브리드 모델인 i8에 2차전지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는 삼성SDI 입장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는 소식이다.

소형전지에서 중대형 전지로 영역 확장에 나선 삼성SDI

2차전지는 흔히 IT기기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21세기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을 주도할 3대 핵심 부품으로 손꼽히는데 반도체와 LCD가 흔히 인체의 두뇌와 눈에 비유되고 2차전지는 심장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2차전지 시장에서 삼성SDI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로 정평이 나 있다. ‘2차전지’ 하면 흔히 일본의 소니 혹은 산요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삼성SDI는 지난 10년간의 긴 투자와 연구개발 끝에 2009년을 시작으로 일본업체들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실제 일본의 2차전지 시장 조사기관인 B3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소형 2차전지 글로벌 시장의 점유율은 삼성SDI가 28.0%로 단연 1위다.

삼성SDI는 이러한 2차전지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전기차 배터리와 ESS 시장에서도 이어가겠다는전략이다. 글로벌 경쟁업체에 비해 늦게 뛰어들었지만, 소형 2차전지 사업에서 획득한 사업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동차 배터리와 ESS에서도 글로벌 선두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삼성SDI는 지난해 3월 미국 전기차 개발 컨소시엄(USABC)과 공동으로 차세대 전기 자동차용 전지를 개발하는 데 합의했다. USABC는 미국 에너지국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자동차 3사가 전기 자동차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탑재할 고성능 전지를 개발하기 위해 구성한 컨소시엄이다. 또한 삼성SDI는 지난해 9월 SB리모티브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 부문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SB리모티브는 2008년 독일의 보쉬(Bosch)와 50대50 비율로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이렇게 쌓아올린 경쟁력으로  크라이슬러 F5000e에 배터리를 공급한 데 이어 지난 7월 첫 BMW 전기차인 i3에 2차전지 배터리를 독점 공급했다. 삼성SDI의 기술력이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스포츠카의 양대 명가 페라리와 포르셰의 전기차에도 삼성SDI가 생산한 제품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향후 전기차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삼성SDI도 덩달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 들어 전기차 시장은 더욱 커졌다. 지난달까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는 25만8000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가 늘었다.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이 올해 7.5%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는 기대 이상이다. 특히 올해 초 테슬라(Tesla)가 보여준 성공 사례는 전기차의 새로운 사업 모델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시장 내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태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자동차용 2차전지 매출액을 올해 1230억원, 내년 4410억원, 2015년 8120억원으로 예상했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2015년부터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서 조 단위의 매출이 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가파른 ESS 시장에서도 이미 글로벌 1위 예약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사업 확대도 주목할 부분이다. ESS 시장은 전력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삼성SDI는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에서 발표한  ‘세계 시장을 선점할 10대 핵심소재(WPM, World Premium Materials)’ 개발 사업에서  ‘고(高)에너지 2차전지용 전극 소재’ 분야 주관기업으로 최종 선정되면서 ESS 사업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후 대구 스마트 홈 실증단지 등 다수의 실증 사업에 참여해 기술력을 인정 받으면서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선 삼성SDI는 주요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일본의 JET 인증, 미국의 UL 인증 및 독일의 VDE 인증 등 국가별 품질인증을 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증을 바탕으로 2011년부터 각각 일본 내 가정용 ESS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니치콘과 교세라에 가정용 ESS용 리튬이온 전지를 납품하고 있다. 또한 삼성SDI는 지난달 29일 영국의 S&C와 ESS 공급 계약을 맺었다. 올 초에는 독일 베막, 이탈리아 에넬에도 ESS를 공급하기로 해 ‘유럽 빅3’ 시장에 모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전문가들은 “삼성SDI가 소형 2차전지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 대형 전지 시장 공략에도 가속도가 붙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