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엔저’풍(風)이 달러·엔 환율을 101엔선까지 밀어 올렸다. 101엔선이 깨지며, 엔화가 극심한 약세를 보인 것은 지난 7월 이후 4개월만이다.

22일 오후 2시 기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1.24엔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때 101.35엔까지 환율이 올라, 지난 7월 8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당일 엔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였다. 1유로당 136.31엔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 역시 장중 136.55엔까지 환율이 오르며 엔화 가치가 2009년 10월 이후 최저치로 밀려났다. 이번 일주일 사이에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1%나 하락했으며 유로화에 대해서는 0.8% 떨어졌다.

엔화 가치 하락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이하 연준)가 FOMC 의사록을 통해 ‘양적완화(QE) 축소(Tapering)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일본은행(BOJ)이 부양 기조를 이어갈 뜻을 밝힌 영향이다.

지난 21일, 연준의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뒤 양적완화(QE) 축소가 예상보다 일찍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며, 달러 시장은 호조세를 띄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 인덱스는 이날 81.070으로 전날 81.001달러보다 상승했다.

여기에 美 경제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외환시장에서는 엔을 매도하고, 달러를 매수하는 손길이 바빠졌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32만3000 건을 기록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9월 이후 최저치이다.

이날 미국의 11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 예비치가 8개월래 최고치인 54.3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52.4를 큰 폭으로 상회한 것이다.

반면, 일본은 당분간 부양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20~21일 이틀간 진행된 통화정책회의에서 본원통화 확대 규모를 연간 60~70조엔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일본이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달성할 때까지 기존의 통화완화 정책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양국의 다른 행보에 시장에서는 ‘엔저가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새어나오고 있다. 엔저 vs 원고는 일본에 수출을 많이 하는 국내 수출기업에 타격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엔저 현상이 추가적으로 진행될 것이지만, 시장에 통화정책이 선반영 돼 있고, 정부의 환율 조정 개입도 있어서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봤을 때 속도는 줄어들 것이다. 자동차 등 수출 민감 업종은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통화 정책 때문에 엔화 약세가 추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몇 일 동안 약세가 가속화됐지만, 점차 속도는 느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말까지 1년 동안 10% 떨어져 110엔 대에 이를 것이다. 올해 일부 기계, 자동차 업종이 수출에 악영향을 받았고, 이 범위는 더 넓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