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SK장례문화센터 전경.


‘아버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세종시 SK장례문화센터 개장식에 참석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하고, 훌륭한 화장 시설을 사회에 기증하라”는 최종현 회장의 유언을 마침내 지켰기 때문이다. 무려 12년 만의 약속이다. 최종현-최태원 부자의 노력으로 결실을 맺은 SK장례문화센터. 삶과 죽음이 공존하며 다음세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깃든 현장을 직접 찾았다.

지난 1월28일. 이른 새벽 SK장례문화센터(이하 장례문화센터)로 향했다. 당초 26일 방문하려 했지만 일정을 늦췄다. 혹여 방문 소식이 알려져 수선을 떨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발동했다.

불시에 찾아가야 진정한 참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컸다. 일반인의 접근성을 고려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SK의 사회기부 활동, 세종시 첫 도시기반 시설이란 것 보다는 생생한 현장 전달을 위해 택한 방법이다.

장례문화센터는 일명 세종시로 불리는 충남 연기군에 위치해 있다. 서울에서 조치원까지 기차로 1시간 30여분, 승용차로 20여분 쯤 떨어진 거리다.

개관한지 3주를 갓 넘긴 탓에 대중교통은 없다.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 한 택시가 유일한 방문 수단이다.

SK그룹은 이런 곳에 왜 장묘문화센터를 만들었을까.
또 아무런 조건 없이 기부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의구심이 들 무렵 장묘문화센터에 다다랐다.

터파기가 한창인 공사장을 지나 도착한 장례문화센터는 한마디로 장관이다. 현대식 건물과 자연이 어우러져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오전 10여 구의 시신을 화장했음에도 아무런 인기척도 느낄 수 없을 정도. 한가로이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 견학에 나온 어르신들의 대화 소리만이 가득했다.

시민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화장시설을 만들기 위한 최태원 SK 회장의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어 가능한 일들이다.

곳곳에 베인 배려
최 회장에게 장례문화센터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아버지인 고 최종현 회장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만든 곳으로 설계부터 직접 관여했다.

수시로 공사 현장을 찾아 꼼꼼히 살폈고, 각별한 애정을 쏟은 것. 단순 화장시설을 넘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최 회장은 문화장례센터를 건설하면서 아무런 조건 없는 기부를 위해 외부에 노출을 삼가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기부문화의 뿌리가 깊지 못해 자칫 이벤트의 형식으로 비춰질 경우 의미가 퇴색할 수 있음을 고려한 듯 보인다.<박스 기사 참조>

실제 SK는 지난 1월 12일 개관식을 갖고 3주 뒤 관련 직원을 모두 철수, 시설관리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넘겼다.

최 전 회장의 유언이 늦게 지켜지게 된 데는 속사정이 있다. 2000년 최태원 회장은 서울시에 화장시설을 건립해 기부하려 했지만 반대에 부딪쳐 무산 됐다.

혐오시설이란 이유로 배척당하기를 수차례. SK는 세종시에 주목했다. 새로 만들어질 도시의 계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하는 방법을 택한 것.

최종현 회장의 유지를 생각해 가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곳이란 점도 한몫 거들었다. 장례문화센터가 위치해 있는 충정도 일대는 화장시설이 없어 전국 화장률 최하위 지역이다.<표 참조>


SK는 화장시설에 대한 혐오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장례문화센터를 공원으로 조성했다. 녹지 조성에 힘썼고, 수목장과 자연장을 도입해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에 초점을 맞췄다. 화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선 최첨단 무공해 시스템을 도입해 해결했다.

SK는 화장시설에 대한 혐오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장례문화센터를 공원으로 조성했다. 녹지 조성에 힘썼고, 수목장과 자연장을 도입해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에 초점을 맞췄다. 화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선 최첨단 무공해 시스템을 도입해 해결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목장과 자연장의 경우 12개월 내에 유골이 토양화 된다. 다음세대에게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선진 장례방식이다.

장례문화센터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세대와 세대를 잇는 특별한 공원을 목표로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장례문화센터를 견학하기 위한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각지에 선진 장례시설을 둘러보고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기 위해서다. 게다가 최근에는 직접 자연장 자리를 보기 위한 노인들의 발걸음도 늘었다.

효율성 확대 노력 필요
전라북도에서 장례문화센터를 보기 위해 먼길을 왔다는 김용갑(가명·72)씨는 “화장을 생각하고 있던 차에 장례문화센터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확인하러 왔다”며 “교통과 시설도 좋고 수목장, 자연장 공원처럼 이뤄져 있어 자식들이 더 좋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례문화센터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완전히 자리매김 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통 편의성이다. 대중교통 노선이 없어 방문객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도시계획 중인 관계로 대중교통 노선의 신설이 어려울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시민공원화를 위해선 셔틀버스의 도입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시설 관리도 신경 써야 할 부분 중 하나다. 홍보관, 화장실 등의 안내요원이 부족해 방문객 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일례로 개인 휴대폰을 이용해 모바일 유언장을 작성, 자연장 확대를 약속받기 위한 홍보관의 멀티스크린에는 ‘3천만 무방문 무직자 가능…’이란 메시지가 떠 있었다.

방문객 김숙정(47·경기도 부천)씨는 “홍보관에 안내데스크에 사람이 없어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인줄 알았다”며 “큰 규모에 비해 안내원이 적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충남 연기군=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