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10 World Economic Forum에 참가자들.


미국의 유명 대학들이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을 비즈니스 무대로 인식하고 있다. 다보스포럼이 더 이상 토론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위한 자리로 그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예일대를 비롯한 미국 대학들이 후원자를 물색하고 저명한 정치가 및 기업가들을 대학 강연에 초빙하기 위해 다보스 행을 선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서 1월27일 개막한 다보스포럼에는 30명의 전 세계 각국 정상들과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 등 1000개 기업 약 1400명의 경영진을 포함 2500명이 참석했다.

이처럼 각국의 거물들이 모이는 자리는 드물기 때문에 기업들은 물론 대학들도 다보스포럼을 좋은 비즈니스 기회로 여긴다.

예일대 뿐만 아니라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펜실베이니아대, 시카고대 등은 이번 다보스 포럼에 고위 경영진을 보내고 포럼에서 열리는 회의를 후원한다.

미국의 유명 대학들이 기부자 물색과 강연자 초빙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국제사회에서의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의 도날드 헬러 이사는 “미국 대학들은 다보스포럼에 참여해 학생들의 실력을 겨룰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서 기부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대학들은 해외 대학들과 경쟁 해야한다는 걱정이 늘었다”며 “이제 하버드대는 프린스턴대 같은 미국 대학 뿐만 아니라 옥스퍼드대나 캠브리지대 심지어는 상하이대학교와도 경쟁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예일대의 린다 코치 로리머 부총장은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대학 장학재단을 후원하고 있는 바레인 황태자를 만날 예정이다.

지난 2008년 포럼에 참가한 예일대의 리처드 레빈 총장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예일대 강단에 세우는데 성공했다.

로리머 부총장은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대학들이 다보스포럼이 졸업생들과 학부모 뿐만 아니라 친구들을 모으는 편리하고 비용절감적인 방법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부터 다보스에서 연회를 열고 있는 예일대는 이번 연회에도 약 130명의 손님들을 접대했다.

MIT는 수잔 헉필드 총장과 12명의 교수들이 다보스를 방문했다.
MIT는 다보스에서 조찬토론회를 열어 기업 수장들과 학계 인사들을 모으는 자리를 마련했다.

MIT의 패티 리터드 언론홍보 담당자는 “단순한 연회를 개최하는 것 보다는 토론회를 여는 것이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를 더 얻을 수 있다”며 “우리는 더 전략적인 방법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도 드루 파우스트 총장을 비롯한 학과장들을 다보스에 보냈다.
또한 지난해 돈을 절약하기 위해 다보스행을 포기했던 펜실베이니아대 경영진도 이번 포럼에는 모습을 드러냈다.

펜실베이니아대의 론 오지오 대변인은 “정·재계를 비롯한 다양한 인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포럼은 졸업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다른 후원자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아시아경제신문 공수민 기자 (hyunh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