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율 0%, 이직률 0.14%, 기업문화 매력도 부문 1위. 위생용품 및 건강용품 판매 회사인 유한킴벌리의 2009년 성적표다.

이 회사의 직원 중 95%는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것에 만족한다’라고 대답했다. 무엇이 직원들의 만족도를 이토록 높여주는 것일까. 해답은 가족친화경영에 있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근로시간이 가장 긴 나라이다. 그만큼 직장인들이 자신과 가족, 그리고 사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과로는 또한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사회적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족친화경영은 단순히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독일 ‘헤르티에재단’에 의하면 가족친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생산성이 30%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에 대한 투자가 생산성을 높이는 새로운 경영 기법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가족친화 제도는 다양하다.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해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대신 그 시간에 학습을 유도하는 기업도 있다.

출산장려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사내 어린이집 운용을 통해 여성 직원들의 출산, 육아를 지원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직원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족친화적 문화를 만들어 가는 기업도 있다.


전문가가 심리상담 해주는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의 경우 다각적인 가족친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유한킴벌리는 관리직과 생산직, 영업직 등 직무 특성에 따라 근무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영업직의 경우 정기 출퇴근 시간을 이미 1999년에 폐지했으며, 생산직의 경우 4일 근무, 4일 휴무를 보장해주고 있다.

이러한 유연한 근무시간 덕분에 이 회사 직원들은 자신을 위한 학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실제 유한킴벌리의 연평균 교육시간은 300시간이 넘는다.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지원도 확실하다. 출산을 앞둔 직원들의 경우 산전 2개월, 산후 90일의 휴가가 보장될 뿐만 아니라 아버지에게도 3일의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유사산시에도 휴가가 주어지는데 2006년 정부에서 실시하기 전부터 시행해 오던 것이다. 모유 수유 공간을 설치해 운영하는 한편, 자녀들의 입학전 2년 동안의 유아보육비도 1인당 연간 12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특별한 가족친화 제도 중 하나는 전문가 심리상담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직원들은 본인과 자신의 가족에 대한 문제까지도 회사에서 털어놓을 수 있게 됐다.

전문가 상담을 통해 보다 나은 해결책을 제시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어떤 고민이든 제한이 없으며 철저한 비밀보장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회사 김영일 과장은 “가족친화 경영을 통해 직원들의 생활방식이 업무 중심에서 삶 중심으로 바뀌었다.

평생학습, 육아, 가사참여, 사회봉사 등으로 삶의 질을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직원들에게는 안전 확보, 스트레스 감소, 가족의 행복, 일에 대한 만족도 향상으로 나타나 회사 입장에서도 이직률과 재해율 감소, 생산성 증가를 가져오고 있다”며 가족친화경영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육아 문제는 자녀를 둔 여성 직원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세 곳의 어린이집 운영을 통해 이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2004년 서울, 2005년 용인에 이어 2007년 세 번째로 수원에 개설된 어린이집은 24명의 어린이들을 수용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어린이집들에선 원장과 교사진이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양질의 보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용인과 수원 어린이집의 경우 녹지 정원을 활용해 자연친화적 환경을 만든 것도 장점이다.

현재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는 여성 직원들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회사에 있어 가장 큰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며 “일에 보다 집중할 수 있고 아이도 엄마와 가까이에 있어 심리적으로 보다 안정되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보육시설은 기업간 협동조직의 형식으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2003년 대교, 하나은행, 한국IBM 등이 직장보육시설을 공동으로 운영하기 위해 푸른보육경영을 설립한 것.

푸른보육경영은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NHN, 롯데삼강, 포스코, SK, CJ 등 다양한 기업들에서 보육시설을 개설했다.


출산장려 전담 부서 만든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국내기업 최초로 보건복지가족부와 ‘아이 낳기 좋은 세상 만들기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롯데백화점은 MOU 체결 이전에 이미 이철우 사장 지시로 ‘출산장려 전담 부서’를 만드는 등 출산장려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이 부서에서는 사내 출산율 조사, 임직원 육아 복지 개선, 고객 출산 장려 캠페인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롯데는 우선 사내 출산 장려 문화를 조성할 방침이다. 특히 여성 직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서비스 업체의 특성을 살려 보육시설 건립, 직원 수유실, 임산부 휴게실 등 사내 출산 보육 지원 시설을 강화하고 육아휴직 활성화 등 다양한 제도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백화점 유아·아동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출산장려 기금으로 조성해 지속적인 캠페인의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여성 채용 비율이 높은 CJ그룹의 경우 보육시설 지원을 통해 워킹맘의 보육 고민을 해결해주는가 하면 임직원들이 자녀를 회사로 초청하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에서 진행하는 쿠킹클래스는 사전 신청 가족에 한해 평일 낮 조리교육센터에서 머핀, 쿠키, 케이크 등의 음식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

함께 배우는 요리 아이템은 주로 자녀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들이 좋아하면서 만들기도 쉬운 쿠키, 머핀, 케익 등이 주를 이룬다. 만든 머핀과 쿠키 등은 즉석에서 함께 나눠 먹고, 남은 것은 집에 싸가기도 한다.

평소 업무 때문에 바쁜 아빠, 엄마의 회사에 직접 와서 함께 요리를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아이들의 반응이 특히 좋다. 출산과 육아를 장려하는 사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임직원의 화목한 가정 꾸미기를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