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 재무부에서 십여년을 근무하면서 은행정책, 증권정책, 보험정책, 산업금융정책, 물가정책, 외환 투자신탁 제도 개선 등에 관여했다. CJ투자신탁증권에서 투자 분석 및 운용 기획 팀장으로 일했다. 2008년 초 환율 대세 상승, 주식과 부동산시장의 폭락 위험을 경고했고, 2009년 초에 원자재 및 주식시장 상승, 환율 하락 가능성을 예측한 바 있다.

변화의 바람은 늘 바다 건너편에서 불어왔다. 10여 년전, 위기의 발단은 불교 국가 태국이었다.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친 초고층 빌딩들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했다. 바트화를 투매하는 헤지펀드의 공세에 태국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위기는 아시아 국가로 전파돼 나갔다.

리먼 사태는 아시아 위기의 데자뷔였다. 그 발단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였다.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월가에서 울려 퍼지는 경보는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윤채현 시장경제연구소장은 “국내 투자자들은 당시에 지나칠 정도로 태평했다”고 회고한다. 마른 장작 위에 섶을 베고 누워 있는 형국이었다.

위기의 징후를 눈치 챈 이들은 거의 없었다. 윤 소장은 지난 2007년 ‘시장경제연구소’를 창업했다. 시장경제연구소의 인원은 4명. 주로 기업 회원들을 상대로 맞춤형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 연구소의 주 수익원은 책 출간, 보고서 판매이다. 윤 소장이 지난해 출간한 저서 두 권은 3만 여권 가량이 팔려나갔다. 강연은 가급적 자제한다.

이동거리, 소요 시간 등을 감안 할 때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윤 소장은 과학적 정보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가 올해 중 ‘더블딥’ 도래 가능성을 일축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미 상업용 부동산이 ‘위기의 뇌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다.

미국의 상업부동산이 일정 가격이하로 하락하면 중국이나, 인도, 러시아 등이 매물을 사들일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윤 소장은 미국이 여전히 팍스 아메리카 시대의 세계 최강국이라고 강조한다. 이 나라의 상업용 부동산에 눈독을 들이는 수요자들은 차고 넘친다.

윤 소장의 경기 진단 방식은 독창적인 구석이 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통화현상’ 이라는 프리드먼의 이론을 맹신하지 않는다.

미 오바마 행정부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풀었지만, 1년 전에 비해 인플레이션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종이위에서 병법을 논하는 백면서생들의 사고가 정확한 경기예측의 걸림돌이라고 강조한다.

시장경제연구소의 수익모델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도 그의 솔직한 토로이다.

정보는 공짜라는 통념은 여전히 뿌리 깊다. 재작년 원·달러 환율 급등 때도 조선3사 실무자들의 문의 전화가 꼬리를 물었지만, 정작 실계약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고.

환율 변화를 자신보다 더 정확히 예측하는 전문가는 대한민국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환율은 대한민국호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금리보다 크다고 강조한다.

경제주체들이 그 등락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매년 적지 않은 손실을 보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윤 소장은 올해 에너지, 곡물을 비롯한 ‘원자재 시장’, 외환시장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이 양대 시장은 주식 시장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비교적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의 땅’인데도 투자자들이 아직 그 잠재력을 충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